가을 끝자락, 영남알프스를 걷다.(上)

배내고개가힘에겨운지엔진음이거칠다.
창밖은여전히칠흙어둠이다.
가을끝자락서늘한밤공기에온몸이으스스하여
쟈켓지퍼를턱밑까지올려보지만한기가쉬가시질않는다.
음력그믐밤의산골짝은유독까맣다.

05시30분,깊은잠에빠져있는들머리청수골에
내려선일단의산꾼들은매복작전을명받은병사들처럼
조용조용,익숙한손놀림이일사불란하다.
신발끈조여매고,스틱길이조정하고,머리위로랜턴을올리고.

작년8월초,짙푸른숲마저녹여버릴것처럼
작열하는태양을온몸으로받아내며올랐던가지산.
그가지산정에서서아득히너울거리는영남알프스산군에취해
다시오리라,종주산행을가슴에새겼었다.

가슴깊숙히새겨두었던,영남알프스종주를위해

들머리에선지금,가슴이벅차오른다.

등산지도를꺼내코스를다시한번머릿속에입력시킨다.

경남양산소재,청수골산장을들머리로하여
청수좌골로올라단조성터-영축산-신불재-신불산-간월재-간월산-
배내봉-배내고개-능동산-샘물산장-천황산사자봉-천황재-
재약산수미봉-표충사(경남밀양)를날머리로12시간예정이다.

청수골산장을지나캄캄한산비탈로올라붙는다.
낮이었다면아마도골짝가득몽글몽글피어오른절정의단풍에
흠뻑취해덩실덩실걸음이가벼웠을지도모르겠다.
랜턴불빛에의지해걷는밤산길은온힘이발끝에실린다.

바스락바스락낙엽밟히는소리조차
심산유곡의적막을깨는것같아조심스럽다.

무리지어곰실대던헤드랜턴불빛이드문드문반짝인다.
오름길이계속되면서각각제페이스를유지하느라
선두와후미간걸음이벌어졌기때문이다.

마른낙엽이바스라지며이는먼지가불빛을타고오른다.
낙엽내음이코끝에스민다.이렇게가을은가고있다.

어스름이걷히며푸른새벽기운이이파리떨군
나뭇가지사이로번져온다.

시살등에서영축산으로이어지는산능선도희미하게눈에든다.
단조성터에이르자드넓은신불평원이전개되고
억새들이바람에실려서걱인다.

단조성터

단조성터에서왼쪽으로신불산,오른쪽으로영축산이다.
영축산봉으로향하는임도좌우로억새가장관이다.
영축산정상에올라서야왜이일대산군을일러
영남알프스라이름하였는가감이온다.
암봉과단애의거칠음,억새평원의부드러움이공존해
알프스의강인함과유순함을동시에느낄수있기때문이리라.

아침햇살이깃든영축산정상

영남알프스산군중최고봉인가지산(1240m)에서남쪽으로뻗은줄기가
능동산에이르러두줄기로갈라지는데,
남서쪽으로향하는줄기는천황산,재약산으로이어지고
동쪽배내고개를건너남쪽으로뻗은줄기는간월산,신불산을거쳐
광활한억새밭을지나해발1,059m영축산에닿는다.

영축산은영취산,취서산,축서산등의이름으로불리운다.
헷갈리는산이름,짚고넘기위해자료를뒤적여본즉,
원조?영취산(靈鷲山)은부처님이’법화경’을설하였다는인도라즈기르에있다.
이곳영축산(靈鷲山)또한영취산과같은한자를사용하고있는데
불교에서’鷲’자를축이라고발음하나옥편에서‘
‘독수리취’로표기된탓에여러가지로불리게된것이란다.
2001년양산시지명위원회에서영축산으로통일하여부르기로결정했다고한다.

영축산정상에서…

날카로운산정바위에올라동쪽아래를내려보니아찔한급경사다.
그아래산자락은불보사찰통도사를품고있다.
산모양이인도영축산과통한다하여통도사란다.
반면서쪽사면은신불평원으로완만하게이어진다.
신불산방향으로다시내려걸으며뒤돌아본영축산바위봉은
잘지어진성채처럼아름답다.

뒤돌아본영축산

아침이슬머금은억새밭길을따라신불산으로향한다.
등뒤에서비추는아침햇살에산등성이그림자가길게드리운다.
아침햇살받은평원은일순구릿빛으로물들어태고의신비를선사한다.
목계단은천국의계단이며목제팔각데크는천상의쉼터와다름없다.

신불산정상을향해…

신불재를지나소잔등닮은산비탈을타고신불산정으로오르는데
완만하다얕봤다간혼쭐난다.코에서단내가날정도로빡세다.
오르고또올라쳐다봐도산정은저만치에서꿈쩍도않는다.
그러나신불산(1,209m)에올라하늘과맞닿은너른억새평원을마주한순간
지친기운은이내씻은듯사라진다.

신불산정상에서….

이처럼넉넉한기분을주는산이또있었을까.

신불산정상양지바른곳,쉼터의자에걸터앉아조식으로준비해온김밥에반주한잔곁들인다.

구릿빛찬란한신불평원의장엄한아침을호흡하며
룸비니동산을떠올리고에덴동산을그려본다.
수많은꽃과나무가가득했다는부처의탄생지룸비니동산이,
아담과이브의낙원이었다는에덴동산이,
저광활한억새대평원의장관을닮았을까?

신불산에서내려와간월재,간월산을향하며

05:30분,빨간선을따라시계반대방향으로돌아16:30분까지걷다.(파란선은길을잃어헤맨구간,사연은下편에..)


…….

간월산,능동산,천황산….표충사까지아직…
허접한글이지리할듯하여상하로나눠올립니다.

5 Comments

  1. 이영혜

    2007년 11월 14일 at 7:10 오전

    제블로그에모십니다.
    눈에선한데….
    이제체력이당할지….
    조만간온가족이가봐야겠습니다.
    그림을아시는분들의사진은역시다르고멋집니다~글좋고요~카스톱님.   

  2. 은하수

    2007년 11월 14일 at 12:25 오후

    카스톱님,
    사람맞습니까?ㅎㅎ
    어떻게산길을그리오래걸을수있단말입니까?
    강인한체력을가지신분이라는생각을다시한번해봅니다.

    광활한억새밭은
    카스톱님의고된등산여정을보상하고도남는장관이군요.
    사진을따라감상하는일도즐겁습니다.
    좋은글,하편을기다립니다.
       

  3. 양송이

    2007년 11월 14일 at 2:43 오후

    영남알프스,제고향이지요.
    제약산사자평에는학교가있었지요.(제가그학교출신은아니지만인연이좀있지요.제사촌동생도그곳에서잠시근무를하였고요.)
    예전에는사명대사가풀썰매를발명해서의병을훈련시키던곳
    날머리를밀양으로잡으셨다니표충사로내려오셨겠네요.
    도토리묵과막걸리를드시고..ㅎㅎ

    산이름하나하나얼마나가슴을고동치게하는것인지모르겠습니다.
    그옛날고려시대였던가신라시대였던가지금은기억이가물거리긴합니다만
    아무튼제가한창때운문산운문재를들머리로사자평을휘둘러신불산천황봉(이이름은사실일제잔재입니다.다른이름이있을것입니다.)영취산을내려오다못내아쉬워서원동천태폭포천태산까지한달음에돌아다니던시절도생각이납니다.사실그때는제가축지법을좀쓰기도하였고,심심하면호랑이도불러서타고나니기도하였는데요새는이게대체어찌된영문인지축지법도잘안되고,호랑이녀석들도아무리불러도대답을도통하지않으니제가아무래도좀늙기는늙었나봅니다.ㅎㅎㅎ…

    그런데지금현재시방저는다시충남알프스칠갑산아미산성주산오서산양간산옥마산두르고살고있으니제가아무래도알프스체질인가봅니다.그렇죠?ㅎㅎ…

    암튼하편을하루속히공개하시기바랍니다.ㅎㅎ…   

  4. 종이등불

    2007년 11월 14일 at 8:33 오후

    배내골.
    가까이있기에한달에한번정도는드라이브를하면서도
    등산은한번도해보지않았습니다.

    과거에산배나무가많아서
    이른봄이면흰배꽃잎이계곡물위에하이얗게덮였다네요.
    그래서배내골이라는이름이붙었다고하더군요.

    덕분에멀리서바라보던산.
    가까이보았습니다.   

  5. 와암(臥岩)

    2007년 11월 30일 at 1:48 오후

    ‘영축산’,
    ‘영축산’,왜’영취산’을’영축산’이라고표기했을까?몇번고개를갸옷거렸습니다.
    그뜻이제야알았습니다.

    "아침이슬머금은억새밭길을따라신불산으로향한다./
    등뒤에서비추는아침햇살에산등성이그림자가길게드리운다./
    아침햇살받은평원은일순구릿빛으로물들어태고의신비를선사한다./
    목계단은천국의계단이며목제팔각데크는천상의쉼터와다름없다.//"

    너무마음에와닿는표현입니다.
    저는영남알프스종주는못해봤지만높은산군을따로따로몇번씩올랐습니다.
    신불산,
    지난봄에갔다가친구가발목을접질러어깨동무로내려오느라혼줄이났지요.

    임의산행기읽으내리면마음정말편해집니다.

    12시간의산행,
    큰인내가필요하리라여깁니다.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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