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치악산, 우중산행

이른아침인데도이미동서울버스터미널대합실은인파로붐볐다.
원주행버스표를샀다.요금은6,800원.
시외버스,참으로오랜만이다.
토요일에석가탄신일까지겹쳐서일까,고속도로는초입부터꽉막혔다.
앞서간차량과교신하던운전기사는냅다국도로바꿔탄다.
승객들에겐일언반구도없이말이다.
도로가반주차장인지라그러려니한다.

뭐말이국도이지,도로상태는고속도로와별반다르지않다.
오히려차창을스치는싱그러움은더없이좋고,
차창으로스미는봄내음역시알싸하여좋다.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도착,오고가는사람과차들이뒤엉킨
터미널앞풍경은예나지금이나변함없다.
치악산들머리구룡사까지택시를이용키로했다.
41번시내버스가구룡사입구까지가긴하나얼마나기다려야할지도모르고
또한예까지오는데이미예상시간을넘어선터라조금은서둘러야했다.
터미널에서구룡사입구까지택시미터기로2만원이넘게찍힌다.
짙어가는녹음은구룡사드는길을어둑한터널로만들어놓았다.

고즈넉한山寺가오늘은좀부산스럽다.
부처님오신날,봉축법회가있어서이다.
말쑥하게차려입은경찰들이어깨띠를두르고서
‘법질서준수!일류국가의약속’이적힌플랭카드를펼쳐들었다.

출근길혼잡한사거리횡단보도에서익히보던모습인데
山寺로통하는길목엔어인일로납시었을까?
아마도봉축법회장에지역기관장나으리들이다수뜬?모양이다.
산다니는사람들,법질서잘지키는데…

일주문은절(寺)로드는첫번째문이다.
세속의모든때를훌훌털어버리고一心으로
진리를추구하라는가르침이녹아있는문이다.

이곳구룡사일주문은다른사찰과달리圓通門이란현판이내걸려있다.
연꽃모양의초석에용이뒤엉킨조각의석재기둥을세워
맞배지붕을얹어놓은이원통문이곧구룡사의일주문이다.


원통문을지나5분정도걸으면금강송우뚝선구룡사바깥마당에이른다.
오른쪽사천왕문담넘어대웅전안마당에선막법회가시작된모양이다.
바깥마당담장아래엔경찰관과소방관들이정위치를지키고있다.
행사가있으면얼굴내밀어야하는나으리들도피곤하지만
더욱고달픈건준비하고설거지하는이들이다.

九龍寺는이름그대로아홉마리용과관련이있다.
본시절터였던깊은연못에아홉용이뒤엉켜살고있었는데
의상대사가용을내쫓고절을세웠다고한다.
의상대사에게쫓긴아홉용중한마리가마지막까지머물렀다는곳,
바로구룡의전설이녹아있는구룡소이다.

절마당을벗어나자행사장마이크음에묻혔던물소리가또렷하게다가선다.
쪽빛구룡소위로하얗게부서져내리는구룡폭소리이다.
아담한쪽빛소를보며아홉용의전설을떠올려본다.

만고풍상을뛰어넘어기개넘치는아름드리금강송이
치악산에든도량좁은한인간을넘치게환대하는듯하여
부끄럽고속절없어도망치듯걸음을재촉한다.
세속의때가잔뜩낀불쌍한중생을해량하여주소서!

원통문에서구룡소를지나세렴폭포까지는길이완만하다.
가벼운복장을한여학생너댓명이길을간다.
동네뚝방길을걷듯룰루랄라신바람나게걷는다.
세렴폭포까지산책에나선것이라생각했다.
그러나이들을얼마후사다리병창길에서만나게될줄이야!
설마면바지에반팔티셔츠,얄팍한운동화만으로
산꾼들조차’치가떨리고악에받친다’는치악산정상비로봉으로
향하고있을줄은정말몰랐다.

완만한등로는세렴폭포갈림길에서끝이다.
비로봉을가리키는방향으로무심히방향을틀면
세렴폭포의장관을놓치기십상이다.
계곡따라곧장100미터만나아가면왼쪽산허리에세렴폭포가숨어있다.
4단으로휘어떨어지는물줄기는장쾌하기보단소박하다.
세렴폭포갈림길에서철다리를넘으면등로는비로소고개를바짝쳐든다.

세렴폭포사다리병창길로향하는목계단

고갤들어올려다보지만목계단의끝이보이질않는다.
배낭어깨손잡이를힘주어감아잡고목계단을오른다.
산아래짙은녹음은고도를높이면서점차옅어진다.

목계단위로땀방울이뚝뚝떨어진다.
간간이불어오는서늘한골바람이오아시스처럼느껴진다.
맑던하늘에비구름이번진다.
아무래도산중에서비를만나게될것만같다.

사다리병창길

드디어치악산의백미라는’사다리병창’에닿았다.
‘말등바위’가원래이름이다.
1973년,치악산탐방로를정비하면서위험한바위구간에사다리를설치했었는데
여기서’병창’이란영서방언으로’벼랑’을뜻한다.
그렇게생겨난길이지금까지도’사다리병창길’로통한다.
물론이제사다리는없다.
1984년국립공원지정후하나둘철계단으로또한번교체됐기때문이다.

악명높은사다리병창길을오르는동안
허기진배를채우라는신호가온다.
배낭을내려알콜로목젖부터달랜후숲향을호흡하고있는데
구룡소를지나며스친여학생들이창백해진얼굴로
가쁜숨몰아쉬며올라와옆자리에털썩주저앉는다.
물과간단한먹거리를건넸다.

이들은대학생들로지도교수를비로봉에서만나기로했단다.
짐작컨데지도교수는학생들에게극기훈련의일환으로
목적지와만날시간만던진후학생들의준비성이나
인내력내지지구력을테스트할요량이었던모양이다.

산행상식이전무한학생들을천길벼랑에올려놓은것이나다를바없다.
이들은이후정상에올랐다가엎친데덮친격으로소나기를만나
물에빠진생쥐꼴이되어바들바들떨어야했고급사면을하산하느라
이리저리굴러흙범벅이된모습을안타깝게지켜보아야했다.

치가떨리고악에받칠즈음,하늘이열리며
돌탑이눈앞에다가선다.

치악산정상비로봉(1288m).
정상에는신선탑,용왕탑,칠성탑으로불리는돌탑이셋있다.
"3道가보이는산정에3道의돌로3년내돌탑3개를올려라"는
산신의계시를받은용모씨가1966년에쌓아올렸다고한다.

치악산비로봉은날飛갈대蘆봉우리峰이다.
법신불을뜻하는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毘盧와다르다.
금강산,묘향산,오대산,소백산은毘盧峰이다.
이처럼음은같으나뜻은다르다.

사방이조망되는가싶더니금새비구름이산정을휘감으며심술을부린다.
정상주변나무들은산아래신록과대조를이룬다.
앙상한나뭇가지는이제막새순을틔우고있다.

흩뿌리는빗발을피해산정인근산불감시초소뒤에자릴폈다.
도시락을열어수저를드는순간,굵은빗줄기가세차게퍼붓는다.
대처할겨를도없이밥에,반찬에빗물이들어흥건하고…
졸지에빗물에밥말아먹어야했으니…

배낭도윗도리도다적신후에야소잃고외양간고치듯
배낭커버도씌우고,우의도꺼내입었다.

애초산행코스는비로봉에서남쪽향로봉방면,곧은치까지진행하여
오른쪽으로틀어관음사방면으로하산할계획이었다.
누군가그랬다.’산에서겸손을배우라’고.
산은오늘이만큼만길을허락해준것이라생각했다.
욕심버리고비로봉에서곧장입석대방면으로내려섰다.

지도를펼쳐날머리,입석사방면정보를훑는다.
입석사까지2.5km,고도를대입해보니내리급사면이다.
질퍽해진급사면등로는눈길만큼이나미끄럽다.
숲속은자욱한비안개로음습하고괴괴하나
몸과마음만은가볍고도상쾌하다.

저만치숲이열리면서입석사추녀끝이드러난다.
절집지붕너머깎아지른절벽위에불안스레얹혀진바위,
바로20미터높이의立石臺다.

여기서부터황골매표소까지는쭉아스팔트길이다.
숲사이로난아스팔트길도,길따라매달린빗방울맺힌연등도
유난히맑고깨끗하여봄비만큼이나싱그럽다.
산을벗어나뒤돌아본산정은여전히비안개에가려있다.

10시17분에구룡사주차장을출발,
15시17분에입석사차량통제소에도착.


5월2일부처님오신날,5시간을비내리는치악산에서…車

구룡사입구-구룡사(10:29)-세렴폭포(11:01)-사다리병창길(11:38)-
비로봉(13:08~13:23)-입석대갈림길(14:24)-입석사(14:59)-차량통제소(15:17)


3 Comments

  1. 海雲

    2009년 5월 12일 at 12:34 오후

    우중산행이라도분위기는기가막히게좋은것같네요.
    사다리병창길의지루함은꽤유명해서선뜻치악산산행을
    나서기어렵게만든다는소문이있더군요.
    그래도구룡사언저리까지산책하듯이둘러본치악산에
    언젠가는올라봐야지싶었답니다.
    오랜간만에카스톱님산행포스트를보니반갑네요.
    비목근파열은결국정형외과에서한의원에침시술까지이어지면서
    거의회복되었지만겁이나서무리한산행은피하고있습니다.

    안전하게즐산하시길^^   

  2. 박산

    2009년 5월 18일 at 5:52 오전

    <배낭을내려알콜로목젖부터달랜다>

    ㅋㅋㅋ   

  3. 와암(臥岩)

    2009년 6월 10일 at 4:32 오전

    ‘치악산’,

    ‘치떨리고악에받치는산’,
    이산오른지도이젠까마득하다는표현을쓰고싶답니다.
    지금은오를수없을것같고요.^^*^^*

    언제나처럼임의산행기읽을땐마음의평온을찾을수있습니다.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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