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불안정해산발적소나기오는곳있어’
거북바위를지난다. 거북바위를지나북봉을우회하여두어번오르내린끝에 싸리나무무성한숲길을헤쳐나아간다.
정상에서한시간남짓걸어온곳,장자벌갈림길이다. 나뭇잎을때리는빗소리가점점잦아지더니이내줄줄퍼붓는다.
유동마을에서정상까지4.5km,정상에서장자벌입구까지5.0km,
‘낮최고기온25~30도,습도는60%로어제와비슷’
날씨를알리는자막이우에서좌로흐른다.
냉방장치빵빵하게돌아가는28인승버스안이라아직은感이안온다.
손을뻗쳐에어컨구의방향을바꾼뒤잠을청한다.
유동마을회관앞공터에닿았다.
된더위걱정에,등반대장은’식염포도당을준비했으니
필요한분들은가져가라’공지했으나다들별관심이없어보인다.
‘얼린막걸리한통씩준비했으니넣어가라’했으면어땠을까?
대충그림이그려진다.
황석산자락연촌마을길옆조그만과수원에눈이간다.
소백산아래과수원집에서나고자란탓에허투루보이질않는다.
가뜩이나일손모자란농촌인데그물망설치에,한알한알봉지씌우랴…
공들인만큼과일값이나좋아야할텐데…
어릴적향수가묻어나는상큼한풋사과향을뒤로하고
본격산길로들어선다.
개울엔모나지않은바위들이건너다니기좋을만큼올망졸망박혀있다.
계류에反映된수목들은물결따라춤추듯일렁인다.
이순간우리곁에머물러있는것들역시
언제까지나우리것일수만은없다.
삶은흘러가는물처럼잠시도우리곁에고여있질않는다.
정상까지남은거리를표시한푯말이필요이상많다.
정상1.5km를남겨둔능선삼거리에닿았다.
여기서다시가파른길을20분정도올라붙으면암릉지대인망월대다.
장쾌한북봉이모습을드러낸다.
산림청선정,100대명산에괜히든게아니다.
황석산의거대한암봉을두눈으로확인하고서야실감이난다.
또푯말이서있는능선안부삼거리가나온다.
걸어온거리3.9km,정상까지0.6km를가리킨다.
예까지2시간이나걸렸으니어지간히사부작사부작걸은셈이다.
입은다섯인데캔막걸리는감질나게달랑2개뿐이다.
목젖만살짝축이는것으로아쉬움을달랠수밖에.
근간에산에만들었다하면영락없이비를만났는데
오늘도예외는아닐듯싶다.
자릴털고일어나걸음을서두른다.
50m만더진행하면황석산정상(1,190m이다.
‘동국여지승람’에의하면당시성의둘레가29,240척(약8.9km)이며,
성안에는창고도있었다고한다.
부서진곳을고려때부터조선초에걸쳐고쳐쌓았고
임진왜란때는왜군과큰싸움이벌어진곳이기도하다.
죽음을당하고부녀자들은천길斷崖로몸을날려지금껏
황석산북쪽바위벼랑은핏빛으로물들어있다고한다.
중요한유적으로보존되고있다.
앞서정상에오른일행이전화로문자를보내왔다.
힘겹게정상에올라진행방향바위벼랑을내려다보니,
그랬다.후미일행이걱정될만큼아찔했다.
극도로긴장되지만스릴만점이다.
표시석역시화강암에암각이다.
사방이탁트였으나심술궂은비구름이원거리조망은허락치않는다.
발아래꿈틀거리는산성과건너편바위암봉보는것으로위안삼는다.
오던길로살짝내려서서거망산방향으로우회한다.
우회하여아쉬움에뒤돌아본바위벼랑은현기증이날정도로까칠했다.
황석산정상은주변산봉어디에서나쉽게알수있을만큼송곳처럼뾰족하다.
지그시눈감은거북은황석산의수호신을자처하며
억겁세월을지나는동안변함없이길목을지키고있다.
탁현마을로내려서는뫼재에닿았다.
좀더진행한다음탈출로를찾기로하고
건너거망산까지진행하는건무리일듯싶다.
과한욕심은화를부른다했다.
욕심버리고탈출로로내려설줄아는것도산꾼의도리다.
가을엔바람에흐느적거리는억새가장관이라지만
여름평원의짙푸름또한억새에비해손색이없다.
방향을틀어탈출로로내려선다.거망산은다음으로기약하고…
잽싸게배낭을내려커버를씌우고우의를걸친다.
등로가미끄러워신경이곤두서긴해도솔향가득한
촉촉한숲속을벗어나기싫어마냥걸음을늦춘다.
숲이열리며절집이보인다.청량사다.
9.5km를5시간반에걸쳐걸었으니(산중오찬30분포함)
어지간히산에서내려오고싶지않았던게여실히증명된셈이다.
생각하기나름이다.
오늘도예외없이마무리는우중산행이다.
장자벌갈림길(15:26)-청량사(16:30)-장자벌입구(16:40)
함양 황석산의 여름
데레사
2009년 7월 9일 at 2:29 오후
비내리는여름산.
얼마나호젓할까하고부러워해봅니다.
이제는내가오르는것보다는남이오르는걸구경하는걸더좋아하는
나이가되어버려서아쉬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