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개띠의 저출산 斷想

얼마전대구에살고있는불알친구J로부터연락이왔다.
모월모일대구에서여식을여의게되었노라했다.
외동딸이라많이섭섭한모양이었다.
목소리에서서운한느낌이깊게배어났다.

5남2녀중셋째인J는여러형제들틈바구니에서자랐다.
유년시절,대부분살림살이는곤궁했다.

초등학교가파하면논밭에나가일손을거들기도,땔나무하러산을오르기도,

들로나가소꼴을베기도,저녁이면여물을썰어쇠죽을쑤기까지,
J는집안허드렛일을형제들과함께척척잘도해냈다.

그래서일까,철부지인또래들보다훨씬어른스러워보였던걸로기억된다.

초등학교를끝으로일찌감치섬유도시대구로나가바닥에서부터

기술을익혀가며잔뼈를굵혔다.

배움은비록일천했으나오랜세월기술을연마해독립하여,
지금은어엿한섬유업체를튼실하게꾸려가고있다.
아마도어릴적여러형제들과의관계에서이미생존법칙을터득했기

때문인지도모르겠다.

자식이여럿이어도어르신들은’제먹을거달고나온다’며

식솔많은것은걱정하지않았다.오히려자랑스러워했다.
‘첫째’가’막내’를키우는경우가흔할정도로어느집이건자식대여섯은기본이었다.

이러다보니달랑12가구가전부인조그만우리마을이었지만

골목어귀는언제나시끌벅적했다.
이른바’오팔년개띠'(이하,오팔개)인또래들만도여럿되었다.
아래위너댓살터울까지더하면동네골목은
언제나개구장이들의조잘거림이넘쳐났다.

굴뚝에군불연기가피어오르고어스름이찾아들면
그제서야동네는칠흙어둠에갇히면서아이들의조잘거림도잦아들었다.
베이비붐세대로한마을에서나고자란인연은그래서더욱
끈끈하고두터운지도모르겠다.

세월은유수같아코흘리개개구장이가어느새반백을훌쩍넘어
사위를맞는다하니만감이교차할수밖에…
수화기를통해들려오는죽마고우의목소리에서잠시아련한유년시절을떠올렸다.

전후에태어난사람을일러’베이비붐세대’라한다.
우리나라베이비붐세대는6.25전쟁후출생률이급격히늘어났던
55년에서63년사이에태어난약900만명이이에해당된다고한다.
베이비붐세대의중심인이른바’오팔개’가어느새50대초반이다.
지금의인구구성에여전히큰비중을차지한다.

‘오팔개’를일러쓰러지면다시벌떡일어서는오뚜기세대라고도한다.
10월유신에,10.26,12.12,5.18을다겪었다.
이처럼장애물경주하듯아슬아슬,숨가쁘게달려왔다.
막사회에머릴디밀자,후배들인386세대는’오팔개’를
고루한세대로치부했고외환위기이후엔사오정세대로또다시
인구에회자되기도했다.
그만큼사회에차지하는비중과밀도가높아서일까.

‘오팔개’는결혼하여산아제한정책에도착실하게따랐다.
‘덮어놓고낳다보면거지꼴못면한다’
‘하나씩만낳아도삼천리는초만원’이란표어가
사방에나붙어있어어쩌면자연스레세뇌되었는지도모르겠다.
대부분이하나둘로종치고예비군복입고서질끈묶어버렸다.

묶으라면군말없이묶을정도로말잘듣는우리의’오팔개’는
밤낮없이참으로열심히일했다.

그러는사이,’오팔개’는핵심생산가능인구에서밀려났다.
핵심생산가능인구란,경제활동이가장왕성한시기인25~49세에속한인구를말한다.
바로이핵심생산인구층이점점엷어지고있다.
산아제한정책의여파가비로소사회곳곳에스며든것이다.
이연령층의인구감소는그만큼경제의활력저하를의미한다.
이는곧내수시장활성화와정부재정건전성등에악영향을미치게되고
잠재성장력에도치명적이라는게관련전문가들의견해다.

유엔인구현황보고서에따르면우리나라출산율은세계평균인2.54명의

절반도채안되는1.22명으로현재꼴찌에서두번째다.
자칫세계에서유일하게1.0명이하로까지떨어질지도모른다.

세월은흘러산아제한반백년만에’제발좀많이낳자’고한다.
출산정책이180도바뀌었다.참으로격세지감이든다.

그러나출산장려를위해별의별사탕발림을해도젊은부부들은냉담하다.

고액사교육비에치솟는대학등록금을생각하면출산생각이싹가시기때문일것이다.

지날주말,사위맞는J를축하(혹은위로)하기위해대구에갔다.
작은마을서나고자라경향각지에흩어져사는
소꿉친구’오팔개’들이모처럼한자리에모였다.
이를두고우리는개판이벌어졌다고낄낄댔다.

새롭게탄생하는젊은부부를지켜보며만감이교차했다.
저들초보부부는출산계획을어떻게할까?
정부의,지자체의사탕발림출산장려책을과연믿고따를까?

‘제먹을거달고나오고,제입을거걸치고나오고,
제쓸사교육비에대학등록금까지쥐고나올것이니,걱정일랑접어두고

힘닿는데까지낳거라’라고덕담해주고싶었는데…

2 Comments

  1. 데레사

    2009년 11월 30일 at 10:12 오후

    정말요즘의저출산얘기를들을때마다격세지감이느껴집니다.

    우스운얘기지만반포3단지,지금은재건축으로모습을일신했지만
    여기분양할때산아제한수술을받은사람에게우선권을주는바람에
    70노인도정관수술을받고신청해서한동안그동네를고자촌이라고
    불렀지요.ㅎㅎ

    요즘주택분양에서3자녀우선을주는걸보면서세월이란이렇게도변하는
    구나하고느낍니다.

    이제자제분들결혼시키기시작하는군요.인생에서가장중요한
    시기입니다.
    건강하시고행복하세요.   

  2. 와암(臥岩)

    2009년 12월 1일 at 12:02 오전

    ‘오팔개띠’,

    그렇군요.
    이분들이10월유신,10.26,12.12,5.18을겪은세대들이군요.
    그래도참행복합니다.
    아직은창창한앞날이기다리니깐요.^^*

    ‘카스톱’님,
    물흐르듯한멋진에세이입니다.
    그솜씨,
    묻어둬서너무아깝습니다.

    10월유신,
    서슬퍼렇던중앙정보부지하빈방에서6시간혼자서앉아있는(고문아닌고문)시절을보냈지요.
    5.18신군부세력으로부터마흔에목잘려8년동안취업도못한고난의시절보내기도했습니다.
    아침부터넉두리가심했나봅니다.^^*
    지울수없는상흔이니깐요.

    ‘카스톱’님,
    대구까지오셨다니,
    잠시뵐수도있었을텐데요.

    지금부터즐거운노후생활설계를시작해야겠군요.
    계획없는노후,
    잘못하면나락의골로떨어질수있으니깐요.

    멋진글,
    추천은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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