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장수대에서 대승령 올라 십이선녀탕으로


선녀들의겨울나기가궁금했다.

펄~펄~눈이옵니다~
하늘에서~눈이옵니다
하~늘나라선녀님들이~송~이송이하얀송이~
자꾸자꾸뿌려줍니다~

그런데이번겨울엔초짜선녀가투입되었던걸까.
눈배분이고르지못해눈피해가적지않았다.
그랬다.연일과중한업무로선녀들의심신은노곤해있었다.
선녀들에게도휴식이필요했다.
옥황상제가말했다.

"너희전용湯인십이선녀탕으로내려가심신을
맑게다스린다음,업무에복귀토록하라"

몸쏠림에눈을떴다.
유치찬란한상상속을헤매는사이,버스는미시령길과

한계령길이갈라지는한계리재내마을을지나장수대에닿았다.

후끈한차내온도때문일까,
따스하다못해나른하게느껴지는창밖풍경이다.
그러나차문을나서자,찬기운이확스민다.
날씨가조금은푹해졌다하나그래도겨울설악이다.

한계령에서귀때기청봉을지나대승령거쳐
장수대로내려왔던게지난9월초였다.

이번엔장수대에서대승령으로올라붙은다음
안산을우회해십이선녀탕계곡을거쳐남교리로하산한다.
거리는11㎞,눈길이라얼추6시간쯤예상된다.

주말인데도들머리,장수대는예상외로한가하다.
여름철엔산객들로차고넘쳤으나겨울엔발길이뜸하다.
반면에태백산이나선자령의겨울주말은미어터진다.
설산인파를느껴보고싶다면태백산으로가고
호젓한심설산행이끌린다면이곳이딱좋다.


10:00
장수대공원분소를지나송림사이로난길로들어선다.
눈길을예상해미리착용한스패츠가무색할정도로
응달진산비탈에만간간히잔설이희끗했다.
(이거,심설산행에나선거맞나몰라…)


솔가지사이로찬바람이휑하니스쳐지난다.

계단이까칠하게막아선다.올려다보니아찔할따름이다.
계단은대승폭포전망대까지쭉이어진다.
출발점,장수대가해발480m,대승폭포가780m이니
계단으로만얼추300m가까이고도를높혀야하는마의구간이다.

턱끝에맺힌땀방울이연신신발코를적신다.
한여름이라면아마도땀을한댓박은쏟아냈을것이다.

산은,땀흘려발품을판만큼만속살을내비친다.
산다니며터득한만고불변의진리다.


희뿌연하늘과맞닿은가리봉,주걱봉의산세가거칠고기운차다.
지난해여름,바로이장소에서건너다본골짜기엔
몇해전의수해상흔이아물지않은채벌겋게드러나보였었다.
할퀴고쓸려나간그골짜기엔지금,희끗한잔설이
붕대로감싸맨듯생채기를덮고있다.


10:46
가파른계단이끝나고산길이완만해지자,두껍게얼어붙은
대승폭포가그모습을드러낸다.
전망데크에서건너다본폭포의위용은현기증이일정도로아찔하다.

설악산대승폭포는개성박연폭포,금강산구룡폭포와함께
우리나라3대폭포로통한다.
수량이풍부한우기에는폭포음이지축을뒤흔들정도라한다.

등로는얼마간완만하게이어지는가싶더니다시성깔을드러낸다.
가파른돌계단위로눈이엷게덮여여간미끄러운게아니다.
대승령이가까워지자,사위는순식간에하얀세상으로돌변했다.
볼기가얼얼할정도로매서운칼바람이지만앙상한나뭇가지를
쓰다듬으며눈꽃을피워내는솜씨는부드럽기그지없다.

11:48
대승령(1,210m)
눈보라가휘몰아친다.
해발1000m넘는고봉의겨울이대개그러하듯
독한칼바람은잠시여유를허락치않고등을떠민다.
가야할안산방향을건너다보니산도하늘도나뭇가지도잿빛이다.
대승령에서안산갈림길까지는완만한오름길,
칼바람은능선을훑으며흐느끼듯윙윙거린다.


아이젠을걸고,윈드재킷도꺼내입고,스틱도뽑아들었다.
언손은게다리처럼구부정해져걸고,입고,드는데
한참을버벅거려야했다.

12:29
장수대3.7km,남교리7.6km를가리키는팻말에이르자,
잿빛구름사이로파란하늘이모습을드러냈다.
기다렸다는듯햇발은사방으로뻗친다.
햇살에반짝이는상고대는보면볼수록무아지경에
빠져들게하는강한매력을품고있다.
습기와구름과바람이공모하여피워낸서리꽃,상고대야말로
겨울산이제공하는최고의선물이아닐까.

12:37
능선끝쉼터(1,360m)팻말이두팔벌려쉬어가라하나쉴수가없다.
쉼터라하여쉬었다간동태되기십상이다.
쉼터를막벗어나자서쪽방향으로무딘뿔처럼뭉툭한암봉이눈에들어온다.
설악의변방,서쪽끝에외로이불끈솟은안산(1430.4m)이다.
대승령에서십이선녀탕계곡으로코스를잡은탓에
스쳐지나야만하는안산이못내아쉽다.

선녀탕?

12:56~13:30
설사면을오르내리느라체력을많이소진했다.
능선을벗어나십이선녀탕계곡으로막접어드는데
익숙한사바(娑婆)의내음이코끝을간지럽힌다.

앞선일행이코펠한가득어묵을끓여후미일행들을맞고있었다.
십이선녀탕보다어묵탕이먼저발목을잡아끈셈이다.

국물이졸아들자,물을보충하며먹을거리재료를개념없이넣었다.
누룽지,만두,육포…등손에잡히는대로넣고끓였으니이름하여무개념탕이다.
그러나세상에단하나뿐인오묘한이맛,우리는’선녀탕’이라불렀다.


아직도날머리까지는6km가더남았다.
한기가몸속으로파고든다.
계곡을따라걸음을서두른다.
시린햇살은봉긋한돌무덤위로살포시드러누웠다.
얼음장아래로떨어지는물소리는삼라만상을일깨우는
모르스부호타전음처럼들린다.

계곡의모난돌멩이도,날선바위도눈에묻혀부드럽다.
부드러움이날카로움을덮은것이다.
자연의순리다.세상을향한메시지이기도하다.
계곡은묵언수행하듯깊은침묵속에빠져있다.
서걱거리는아이젠발자국소리가신경쓰일정도다.

仙女足跡?

선녀탕

눈에묻힌선녀탕계곡에시선을두며내려오고있는데
계곡너른암반위로사뿐한족적이보였다.
선녀의족적을닮았다.
뛰듯날듯사뿐한스텝으로보아필시선녀의발자국임이분명하다.
특별휴가를명받아룰루랄라~전용湯으로내려왔을터인데..
탕이얼어붙어어디서발만동동구르고있는건아닐까.

좀더내려와복숭아탕에이르니빠꼼하게얼음구멍이나있다.
옳거니!미션을성공하고서암반을사뿐히가로질러
하늘나라로복귀한게틀림없다.

내려올수록얼음장아래,물소리가더욱뚜렷하고
골짜기빙벽은햇살을받아번들거린다.

이름만십이선녀탕,실제로는8개뿐이어서팔선녀탕?이다.
그중복숭아모양을한깊은바위沼가으뜸이다.
한결같이눈에묻혀선녀탕본래의그미끈한자태는제대로보지못했다.
그러나겨울설악의상서로운기운만큼은듬뿍받았으니…

16:00
이윽고남교리공원입구에닿았고,다시사바세계로든다.

2010/01/30

7 Comments

  1. 운정

    2010년 2월 5일 at 2:05 오전

    아주오래전에,
    친구따라대승폭포위에까지,
    시원한폭포보고하산했시유.

    하루종일설원에서심설을만끽하셨네요.   

  2. elan

    2010년 2월 5일 at 3:21 오전

    요즘엔다시취사장비휴대가허용되는가보죠?   

  3. 데레사

    2010년 2월 5일 at 4:37 오전

    선녀탕이구멍만조금보이는군요.눈덮힌설악산을가보고
    싶지만이제는마음뿐입니다.

    옛날에군대용항고에밥지어먹던생각납니다.
    그밥먹을려고산엘가던시절도있었으니까요.ㅎㅎ

    맛있게잘잡수시고늘건강하세요.   

  4. 아바단

    2010년 2월 5일 at 8:55 오전

    몇년전에…..
    사진에올라온코스로산행을했었지요.
    대승령에서점심먹고조금만가면하산하는줄알고일행을따라갔는데….
    십이선녀탕이어찌나길고험한지…남들은5시간산행이라는데..
    그땐산행초보자라대책도없이따라갔던게생각나네요.
    덕분에대승령기억이새롭습니다.감사합니다.   

  5. 풀잎피리

    2010년 2월 5일 at 3:09 오후

    겨울의12선녀탕과대승폭포멋집니다.   

  6. 와암(臥岩)

    2010년 2월 7일 at 1:00 오전

    오랜만에멋진산행기읽었습니다.
    정신은물론속까지시원스러워졌습니다.

    ‘카스톱’님!
    시간에쫓기시느라한참동안명문장의산행기를쓰시지않았었는데~말예요.

    "계곡의모난돌멩이도,날선바위도눈에묻혀부드럽다./
    부드러움이날카로움을덮은것이다./
    자연의순리다.세상을향한메시지이기도하다./
    계곡은묵언수행하듯깊은침묵속에빠져있다./
    서걱거리는아이젠발자국소리가신경쓰일정도다.//",

    읽고또읽어봅니다.
    정말멋진산행기입니다.

    추천은물론이지요.

    설악의12선녀탕,
    늘마음속으로만그려왔는데,
    이젠그곳을밟아보긴틀렸겠지요?
    좀젊었을때부지런히돌아다녔으야했는데~,
    후회막급이랍니다.

       

  7. 박원

    2010년 3월 20일 at 7:03 오전

    작년여름저도저길을타고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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