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 검봉산에서 억수산행을…

숫제’양동이로들어붓는다’는표현이딱맞습니다.
억수로쏟아지는빗줄기는좀체잦아들것같지가않네요.

아예온몸을폭우에내맡길요량으로
여벌옷(반바지,티셔츠,팬티,샌들,타올)을꼼꼼히챙겼습니다.

집문을나서버스정류장까지몇걸음옮겼을뿐인데
바지가랭이는이미종아리에척척감깁니다.
우산을폈지만세찬빗줄기앞에선무용지물이나다름없구요.

"그래이빗속에배낭둘러메고나선내가미친놈이지"

폭우를가르며질주하는차륜의마찰음에서생뚱맞게도링거주사를떠올립니다.
피곤에지친일상에쐐기를박듯팽팽한긴장감을주입시켜주기때문이지요.
산행역시일상의느슨함을조여주는자극제와같아서
일탈을통해적절한조임을얻고자산에든답니다.

청량리역,
정겹던옛모습은온데간데없고말끔히단장된驛舍는왠지모르게낯설었습니다.

기타를둘러메고,포터블카세트를어깨에얹고서
시계탑아래모여왁자지껄하던모습들이엊그제같은데
시간은덧없이흘러그러한풍경은낡은사진첩속으로들어가버렸지요.

비를피해몸을웅그린채종종걸음으로광장을가로질러대합실로뛰어들었습니다.
모두들우중산행을작정한터라결원없이제시간에모였습니다.

지인의소개로첫참석한산모임인지라
뻘쭘하게인사나누고경춘선열차에몸을실었습니다.

청량리역만떠올리면그리움이가슴속을후빕니다.
서울사는자식을위해바리바리싸들고,이고,메고서
개찰구를빠져나오시는어머니,새끼줄로꽁꽁묶은사과상자를어깨에얹고서
뒤따르시는아버지의잔영이빗물머금은차창에흐릿하게번집니다.

도심을벗어난열차는만인만색의추억이깃든경춘선을따라
한시간반을달려강촌역에닿았습니다.


MT하면으레대성리나강촌을떠올리던시절,강촌은젊음의해방구였지요.
그래서일까요,역사기둥과벽면의빛바랜낙서가
지금보아도퍽이나강촌스럽게(?)느껴집니다.

빗줄기는여전히기세등등합니다.
스무명일행중절반은빗속산오르기를접겠다네요.

우중산행…참좋은데,정말좋은데,
어떻게표현할방뻡이없네.나서서말하기도그렇고…

우의를입고레인스패츠까지단단히착용했습니다.
강촌역에서200여미터걸어민박집사이로난비탈진골목길을따라올라서면
완만한밭길이이어지고곧이어검봉산들머리인가파른된비알이시작됩니다.

무릎을다쳐한동안산행을못했다가첫도가니?테스트에나선
山友J와보폭을맞췄습니다.
일단산에들면날다람쥐과로분류되는그와는이런특별한
경우가아니고선보폭을맞춰걷기가쉽지않지요.

휴대한똑딱이를꺼내그림을담을수없을만큼장대비는여전히줄기찹니다.
40여분정도걸어올랐을까요,


전망좋은바위벼랑에서서잠시숨을고르며뒤돌아보니
강건너삼악산은비안개에휘감겨그윽하고
산아래북한강수면위엔물안개가포연처럼자욱합니다.
하늘산강이절묘하게어우러져,보이는모두가걸작수묵화입니다.


하늘에구멍이뚫린듯쏟아붓는바람에우의도,레인스패츠도제기능을잃었습니다.
얼굴에서흘러내린빗물은목을따라이미땀범벅인셔츠를적신뒤
바지가랭이를타고흘러겉이나속이흠뻑젖긴매한가지입니다.
새로장만한레인스패츠를비웃듯등산화속도흥건하긴마찬가지구요.

고랑을따라산아래로토사가쓸려내려갑니다.
가끔지정등로가아닌산비탈을보란듯오르내리는산객들이있습니다.
이들로인해초목은짓밟히고꺾여져길아닌길이생기면서
빗물에토사가씻겨내려고랑이만들어지는것이지요.
고랑을타고표토층으로흘러든빗물은포화되어
가파른암반층위의표토층을산아래로쓸어내리게되는데.
이것이바로산사태인것입니다.


등로훼손으로인한산사태소식을접할때마다실은가슴이뜨끔합니다.
이몸역시산다닌답시고등로훼손에일조를했기에그러합니다.


검봉산가는길목인강선봉에올라사위를살폈으나
보이는것이라곤흐릿한하늘이요,
들리는것이라곤후두둑빗소리뿐입니다.

대단한건각들

일행들과함께강선봉을조금지나걸음을멈췄습니다.
비가잦아들길바라며계속걷다간山中一杯의즐거움을놓칠지도몰라서지요.
퍼붓는비를온몸으로받아내며등로에둘러선채로목젖을적십니다.
우중산행이아니고서는도저히상상할수없는맛입니다.

강선봉에서검봉산으로향하는능선길은스폰지처럼푹신합니다.
부엽토의쿠션촉감에발바닥이모처럼호사하는겁니다.
코끝에와닿는부엽토의매캐한발효내음은웰빙보너스이구요.

‘검봉’이라고도불리는강촌검봉산은북한강을사이에두고

삼악산과맞보고있습니다.
‘칼바위’로도불렸던劍峰山은,

그러나산이름처럼날카로운험산은아닙니다.
강선봉-검봉산-봉화산이구곡유원지를’ㄷ’자모양으로감싸고있는,
대체로걷기좋은육산이나구색갖춘암릉구간도더러있지요.

정수리가얼얼할정도로빗줄기는더욱굵고세차게내리꽂힙니다.
검봉산정상0.7km를남겨두고탈출로를택했습니다.

더이상豪氣부리다간산신께서일갈할것같아서입니다.
남겨둔봉우리는청명한날,다시한번도모키로했습니다.

산아래서하염없이기다리고있을절반의일행을위해
빠른하산을결정한것도사실이구요.

4 Comments

  1. 데레사

    2010년 9월 7일 at 5:46 오전

    양동이로쏟아붓듯내리는폭우속에등산을하셨다니지금으로서는
    꿈도못꿀일이지만한때는저도이런식의등산도했었어요.
    월출산을가던날얼마나비가퍼붓던지천왕사를지나구름다리를
    건너는데정말로죽는줄알았거든요.

    정상조금남겨놓고돌아선것참잘하셨네요.   

  2. 曉淨

    2010년 9월 18일 at 1:51 오전

    여전히산행을즐기시는군요^^*.
    늘부럽습니다!

    장대비가내리붓는날산행이라
    혼자만의상상으로시원합니다요~^^*..
    저는산길만조용히댕기는체질이라ㅎㅎ   

  3. 박산

    2010년 9월 20일 at 6:32 오전

    우중산행보는이는좋습니다

    명절인사드리고갑니다   

  4. 와암(臥岩)

    2010년 9월 30일 at 8:27 오전

    "전망좋은바위벼랑에서서잠시숨을고르며뒤돌아보니/
    강건너삼악산은비안개에휘감겨그윽하고/
    산아래북한강수면위엔물안개가포연처럼자욱합니다./
    하늘산강이절묘하게어우러져,보이는모두가걸작수묵화입니다.//",

    너무멋진문장이라읽고또읽었습니다.

    "그래이빗속에배낭둘러메고나선내가미친놈이지"/,
    옛어른들이보셨다면영낙없이***이라고했을지도모릅니다.^^*^^*

    우중산행도보통우중산행이아니었으니,
    절반에가까운분들이아예포기해버렸겠지요.^^*

    암튼’카스톱’님은대단한산꾼임에틀림이없습니다.
    추천은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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