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딸아이로부터쓰임새가각기다른몇장의특별한쿠폰을생일선물로받았다.

컴퓨터로그려서출력해코팅까지한세상에둘도없는수제쿠폰이라며잔뜩생색을냈다.
무지개색깔별7종쿠폰세트다.

하나하나살펴보다가시쳇말로빵터졌다.

이른바효도쿠폰이라함은저학년아이들이부모님께드리는일종의재롱선물인데

생뚱맞게도20대중반인딸아이의유치찬란한발상에실소가절로새어나왔지만

최소비용을들여최대효과를노리려는짠순이의가상함에파안대소할수밖에.

빨주노초파남보중,유독주황색과초록색쿠폰에시선이꽂혔다.

내가즐겨찾는山과좋아하는酒를염두에두고발행한것이기에그러하다.
주황색은’오늘도한잔을생각하는아빠를위하여술친구되어주기’용쿠폰이다.
실눈을떠가며쿠폰하단에깨알처럼적어놓은사용시주의사항을살폈다.
‘이쿠폰은오로지아빠만사용할수있으며,친구는되어드리오나계산은사용자몫입니다.’
사용자의주머니를배려하지않은,그야말로발행자입맛대로만들어진쿠폰이다.

초록색역시’아빠의안전산행을위하여등산함께하기’란이름을걸어놓았으나

‘산행후맛있는식사는아빠가확실하게책임지셔야합니다’라는꼬리를달고있다.
이밖에도’업무에지친아빠를위하여안마해주기”거칠어진피부를위하여맛사지해주기’등등…

종류별사용시주의사항을살펴본바,

온통사용자의편의라곤눈꼽만치도없고오히려곳곳이함정이다.

­만일소비자보호원에서이쿠폰을보았다면두손두발다들지도모를일이다.
어쨌거나짠순이가모처럼준비한효도쿠폰은그어떤값비싼선물보다

훨씬감동적인것만큼은틀림없는사실이다.

각설하고,아침이면전지(全紙)에빼곡히인쇄된마트이용할인쿠폰이신문에끼워져들어온다.
통째로폐지신세가되기도하나어떨땐이쿠폰을가위로오려챙겨두기도한다.
백화점이나쇼핑몰에서보낸두툼한쿠폰북도종종현관우편함에꽂힌다.

점심시간,오피스빌딩에서쏟아져나오는직장인을대상으로도쿠폰마케팅은활발하다.
식사후커피전문점에들리면또쿠폰이다.
명함크기의쿠폰카드에보통10번정도도장을받으면한번은무료인,도장채우기쿠폰이다.
여기도,저기도쿠폰,바야흐로쿠폰전성시대다.

CMS쿠폰,모바일쿠폰,온라인쿠폰,오프라인쿠폰등그종류도가지가지다.
수퍼마켓이나할인점에서각종생활용품을최고20%까지싸게이용할수있다는

CMS쿠폰이주부들에게인기라면10대에서20대초반인이른바엄지족들에겐모바일쿠폰이적격이다.

­이들엄지족들은통화량보다문자사용량이훨씬많다.
한달에몇백통이나되는문자를쓰기때문에무료문자또는할인쿠폰이제공되는사이트는

이들의좋은먹잇감이다.무수히많은무료문자메시지정보사이트가이를증명하고있다.

또한이들이즐겨찾는학교인근서점이나­분식집에서도도장채우기쿠폰은성행하고있다.
또사이트에올려놓은할인쿠폰을출력해가면10~20%를할인해주는식당들도많다.

인터넷사이트에서무료또는할인쿠폰을다운받아출력해서이용하는온라인쿠폰은

전국을커버할수있다는게장점이지만별영양가없는영업점들도종종

발견되고있어오프라인쿠폰으로관심을돌리는이들도많다.

오프라인쿠폰은얼마전까지만해도낱장식의무료쿠폰이나할인쿠폰을나눠주는형식이었으나

요즘은지역별,아이템별로쿠폰을모아책형태로발간해소비자들에게제공되기도한다.
무료배포되는이러한쿠폰북에는상품사진,가격,영업시간,약도등의정보가

상세하게실려있어사용이편리해인기가높다.
이렇듯이제식당이나미용실,공연장을갈때쿠폰을챙기는세상이되었다.

그러나쿠폰사용을세밀하게들여다보면아직은멀었다.

쿠폰발행자의입장에서볼때,편리한쿠폰세상이왔다고생각할지는몰라도쿠폰을받는

영업점의자세에많은교정이필요하다고이용자들은항변한다.

일례로쿠폰을모아음식을시켜먹으면,그것이양이되었든질이되었든

돈을내고먹는것과는왠지모르게다르다.

계산대앞에서쿠폰을꺼내면주인장의얼굴표정이구겨진다.

어느곳에선쿠폰을쓰면한가지더시켜야한다고도하고쿠폰금액보다상품­­값이싸면

거슬러줄수없다고도한다.주말에는사용할수없고,성수기에도안된다는데…
또반드시주문시미리얘기해달라는곳도있는모양이다.

혹시­음식이라면뭘하나덜넣으려는건지,물건이라면부품하나를빼먹겠다는건아닌지

그속내가궁금하다.

쿠폰사용환경부터다듬은다음,쿠폰세상을이야기해야하지않을까싶다.

이번가을이다가기전,’등산함께하기’쿠폰한장을써먹을생각이다.
발행자가부도를내지나않을지걱정되긴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