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대암산, 솔봉에서 유턴할 수밖에…

억수는질주본능을유발하는가?
산객가득실은버스는돌진하는빗줄기를맞받으며
서울춘천간고속도로를무섭게내달린다.
간간히지나는빗길차륜음이귓청을자극한다.
강한빗발에흥분한듯와이퍼의움직임은극도로방정맞고…

어차피작정하고길을나선터라날씨는아랑곳않는다.
신록의정취가물씬한차창밖산야를응시한다.
운무에에워쌓인산봉은그대로孤島이고
물안개핀강변은그대로수묵화다.

편안한상태로몽환적분위기에빠져들때의뇌파는알파파다.
선잠에들면알파파는델타파로바뀐다.
말인즉,’주변경관에취해깜빡졸았다’는얘기다.

그사이버스는서울춘천고속도로를벗어나44번국도를달리다가
인제군들머리에있는,휴게소를겸한’청정조각공원’에멈춰섰다.

세차게물줄기를뿜어내는튼실한조각물주위로
얄궂은모양의남근목각들이도열해있다.
아낙네웃음소리가주눅든남정네뒷통수에꽂힌다.

주춤하던빗줄기가다시굵어지기시작했다.
비안개는산발한머리채처럼산기슭을휘감고
살아숨쉬는대지의기운은몸뚱어리를감싼다.

버스는산행들머리인양구생태식물원인근에멈춰섰으나
퍼붓는빗줄기에내릴생각들은않고머뭇거린다.

"이비에산행은무슨…그냥산아래자리깔고비닐칩시다"

"무슨소릴,예까지왔으면올라붙어야지…"

하지만대부분이작정하고길나선터라산행의지는굳건했다.
흔들리던몇몇도대세에따르겠다며주섬주섬복장을갖춘다.

갈아입을옷가지와슬리퍼가수납된비닐팩,
행동식으로준비해온먹을거리가담긴보냉팩,
스마트폰과카메라그리고지갑이든방수팩,
쓰리?팩을배낭에넣은다음방수커버를씌웠다.

대암산자락에19만㎡규모로조성된양구생태식물원은
DMZ,민통선을비롯강원고산에서식하는희귀자생식물을
수집,증식,전시하여종보전과생태계복원을꾀하는자연교육장이다.

식물원산책길이비에젖어촉촉하다.
싱그러운숲향이후각을깨운다.
바닥돌틈새로비집고나온여린풀도향을보탠다.
이러한하모니가주말일탈을유혹하는것이다.

대암산안내판을보며산길개략도를확인한다.
"양구에오시면10년이젊어집니다"
양구군의슬로건이안내판상단에걸려있다.
‘두번오면20년젊어질까?’

임도를따라좀더걸으면우측숲길로드는돌계단이나온다.
팻말은솔봉2.4km,도솔산14km,광치휴양림6.6km를가리킨다.
팻말을뒤로하고본격숲속으로접어들었다.

비오는여름산속은어둠침침하고후텁지근하다.
돌계단을힘겹게올라벤치가있는능선에서배낭을내렸다.
빗물과땀이범벅되어우의는입으나마나다.
차라리온몸으로비를맞는게낫다는생각에
우의를벗어배낭에넣었다.시원했다.

완만하던능선길은다시급사면으로이어진다.
등로는고개를바짝쳐들었으나길은지그재그로나있어
길섶숲을둘러볼수있을만큼그리힘들지않다.
짙푸른숲은비가오면깨어나숲속의향연을펼치나보다.
비안개는갈참나무와박달나무그리고노송을휘감으며
수줍은듯스물스물춤사위를뽐낸다.
우중산행의특별보너스다.

빗줄기는더욱굵어졌다.
토사가등로를타고쓸려내린다.
은근히산아래계곡물이걱정된다.
산정에서폭우를만나면계곡하산은피하는게좋다.
계류는워낙빠른속도로불어나므로위험예측이어렵기때문이다.
광치계곡을따라하산해야하는데…
하늘에구멍이뚫렸는지하염없이퍼붓는다.

바위벽을따라밧줄이연결된암릉구간이나타났다.
그리난코스는아니나바위면이미끄러워방심은금물.
고만고만한암봉세개가이어진암릉구간을지나자,
통나무벤치가있는널찍한쉼터,솔봉삼거리다.
곧장600m만가면솔봉,우측으로4.8km를진행하면광치휴양림이다.
여기서우중행동식을한후,솔봉찍고유턴해
다시이곳으로와우측광치휴양림방면으로하산하게된다.

일행중날쌘돌이몇몇이민첩하게움직인다.
비닐을펼쳐네귀퉁이를끈으로연결해나무에묶어맸다.
맨바닥에매트서너장을이어붙여깔고나니
2%부족한간이천막이아쉬운대로모양새를갖췄다.
둘러앉아행동식을나눠먹는내내빗줄기는잦아들줄몰랐다.
다수가솔봉오르길접고이곳서곧장하산하겠단다.

‘그래도솔봉인증샷은남겨야지’편에섰다.
걸음을서둘러야했다.삼거리에서솔봉까지는600m다.
삼거리서곧장하산길을택한일행들보다1.2km를더걷는셈이다.
삼거리에서날머리까지는4.8km,보폭을좀더늘리면
계곡중간쯤에서따라잡을수있겠단판단이섰다.

솔봉(1129m)엔표시석이없다.
사방이흐릿해조망도없다.
팔각누각만이덩그러니산봉을지키고서있다.
팻말은대암산정상과용늪방면을표시하고있으나
더이상나아갈수없다.’등산로종점’이다.
대암산정상과해발1,000m에있는용늪은군부대로부터
사전허가를받아야출입가능한곳이기때문이다.
아쉽지만돌아섰다.

솔봉삼거리로되내려왔다.
삼거리에서날머리로정한광치휴양림주차장까지는4.8km.
비는그칠줄모르고계속내린다.
평소보다속도를냈다.
유유자적하며심산유곡의정취에푹빠져들고싶으나
계곡물걱정을아니할수없다.

시나브로불어난물은어느새광치계곡의점령자가되어
바위를집어삼킬듯성깔을부리고있었다.

통다무다리한뼘아래까지물이차올랐다.
통나무다리를조심스레건너는데미끄덩거린다.
온몸이절로옹송그려질만큼오싹했다.

산길은다시후곡약수터와광치휴양림으로갈라진다.
계곡을따라광치휴양림쪽으로내려오면옹녀폭포에닿는다.

옹녀와변강쇠가금강산으로나들이가던중
이곳계곡에들어정분을나누고있었는데,
때마침이를지켜보던산신령이대노해지팡이로내리쳤다.
(내생각엔질투한게아닌가싶기도하고..)
지팡이에얻어맞은옹녀는그자리에엎어져바위가되었고
변강쇠는50m아래까지튕겨져나가바위가되었다.

옹녀폭포.저산객들,거센옹폭의기를얻으려고?

위에서본옹녀폭포(엉덩이를닮은것같기도하고…<사진은naver펌>)

엉덩이의골을타고흐르는폭포수가기운차다.바로’옹녀폭포’다.
그아래,옹폭을향해불끈솟구친바위가있다.바로’강쇠바위’다.

계곡아래쪽으로내려갈수록수량이넘쳐났다.
계곡을건너야하는데통나무도징검다리도없다.
그나마물살이약하고깊이가얕은곳을살폈다.
급류가무릎이상넘치면중심을잃을수있다.

장대비가퍼부을땐산에들지않아야하거늘,
언제부터이리도산에집착하게되었는지원!

산행도중포효하는호랑이도,

하염없이비를맞고있는산새도만났다.

버스안에서뽀송뽀송한옷으로갈아입고
버스를이용해근사하게쳐놓은천막아래서
산중적막을깨는계곡물소리와빗소리들으며
소불고기파티까지…

이는순전히산행접고버스에남아비닐천막자원봉사에
나선분들의헌신적수고덕분이다.

생태식물원-솔봉삼거리-솔봉(1129m)-솔봉삼거리-옹녀폭포-광치계곡-휴양림주차장

산길을가다가

비를만나면

빗물이뚝뚝떨어져

발부리를적시면

어느덧

내가산이되고

비가되고

비에젖은풀이되어눕네

-김우선시인의’내가산이되고’중에서-


2 Comments

  1. 데레사

    2011년 7월 10일 at 8:39 오후

    10년젊어지기위해서라도양구엘다녀와야겠습니다.ㅎㅎ

    비가정말많이왔네요.
    작년에장가계갔을때저렇게비가많이와서중국제비옷,입을때부터
    찢어지기시작하던걸몸에둘르고다녔던생각이납니다.
    본전찾는다고그비를맞으며코스를다따라다니느라혼났었거든요.

    그런데저호랑이는조각품인가요?
    아님박제?
       

  2. 와암(臥岩)

    2011년 8월 2일 at 1:03 오전

    "짙푸른숲은비가오면깨어나숲속의향연을펼치나보다./
    비안개는갈참나무와박달나무그리고노송을휘감으며/
    수줍은듯스물스물춤사위를뽐낸다./
    우중산행의특별보너스다.//",

    오랜만에임의멋진산행기앞에서웃어봅니다.^^*^^*^^*

    폭우가내리는깊은산,
    이곳을우중산행하시다니,
    정말대단한젊음의발산이라고느껴졌습니다.^^*

    용녀폭포얕은물길건너는모습,
    너무위험스러워보였습니다.
    부축받으며물길건느시는분,
    정말아찔한순간이라고생각되었습니다.

    멋진우중산행.
    추천않고배겨날수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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