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남단, 옥녀봉 有感

소백산옥녀봉아래깊숙한산자락,고즈넉한산장에여장을풀었습니다.
휘영청보름달이구름속을분주히들고납니다.
달이구름뒤로숨으면사방은칠흙어둠속으로빠져들었다가
구름을벗어나면교교한달빛은이내산자락에드러눕고
돌계단에걸터앉고,술잔에도올라앉습니다.
쉼없는풀벌레소리가정겨운,적막강산의밤은그렇게깊어갑니다.

햇살가득내려앉은숲속의아침은생동감그자체입니다.
지리한장맛비에눅눅하던몸과마음은싱그런아침햇살로
금새뽀송뽀송해진느낌입니다.

산장을나와3km거리에있는옥녀봉자연휴양림입구에차를세운뒤
휴양림안내원에게다가가옥녀봉등산로를물었습니다.
애초산장휴식이목적이었기에등로확인엔소홀했던겁니다.
휴양림에서옥녀봉을올랐다가같은길을되돌아내려오는코스와
휴양림입구건너편임도를따라걸어고항치를지나옥녀봉을찍고휴양림으로,
한바퀴돌아내려오는코스를알려주었습니다.
좀더걸을수있는한바퀴코스를택해임도로들어섰습니다.

임도를따라시계역방향으로걷다보면길가엔
갖은들꽃들이수줍은자태를드러냅니다.

채30분이나걸었을까,고항치(古項峙)에다다랐습니다.
예천군과영주시의경계이기도한이고갯마루위로
야생동물이동통로가가로질러놓여있습니다.
이를테면도로를무단횡단하는산짐승들의안전을위해설치해놓은육교이지요.
바람대로요놈들이이동통로를이용해옥녀봉과묘적봉을자유로이
넘나들었으면좋겠는데…설치물자체가그리자연친화적이지않아보여
과연믿고이용할놈들이있을지모르겠네요.

고항치에서예천군고항리방향을바라보며오른쪽은도솔봉방향입니다.
옥녀봉은왼쪽능선을따라30분만오르면닿을수있는거리입니다.
마음같아선묘적봉거쳐도솔봉올랐다가죽령으로내려서고싶은데
오늘은배낭없이수통하나달랑들고나선지라
옥녀봉만올랐다가휴양림으로하산할겁니다.

도솔봉과묘적봉을넘어南進하던백두대간은묘적령에이르러
한줄기를東으로갈라놓습니다.
東으로분기한능선은고항치에내려서서숨을고른다음,
옥녀봉을일으켜세우고子求산으로힘차게내달립니다.
산꾼들은이구간을일러’백두자구지맥’이라합니다.

이렇듯대간에서살짝비켜나있어산꾼들의발길이비교적뜸해
우거진잡목사이로난산길도희미합니다.

玉女봉(890m)
주변의걸출한소백산봉에가려외톨이같다는느낌입니다.
정상표시석옆,미완의돌탑에기대어땀을훔치며사위를둘러봅니다.
조금전파랗던하늘은그새온통잿빛으로변했습니다.
비구름은도솔봉과연화봉을오락가락하며시시각각환상적인풍경을연출합니다.
유혹을뿌리칠수없는장쾌한소백능선,바라만보아도가슴이설렙니다.

밤새주님(?)섬기느라여태산장에죽치고있을
몇몇을위해하산을서둘렀습니다.
휴양림방향을가늠해덤불을헤쳐보니등로가희미하게나있습니다.
옥녀봉은소백산국립공원권역에서벗어나있어서일까,
안내팻말관리가부실해조금은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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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7월15일(음력6월15일)늦은밤풍경과16일오전의옥녀봉산행기록입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1년 7월 28일 at 3:06 오후

    890미터면그리높지는않은산인데지금은갈수없을것같아서
    그저부러운마음으로읽었습니다.
    이정표에보이는반가운지명들에손을내밀고악수를청해봅니다.ㅎㅎ

    비피해는없으신지요?   

  2. 와암(臥岩)

    2011년 8월 2일 at 1:27 오전

    ‘백두자구지맥’,
    그곳을물병하나당그랗게들고오르시는그기상,
    정말부러울따름입니다.

    여름산,
    인적이드문곳은수풀이우거진바람에길찾기가여간어렵지않을텐데요.^^*
    워낙노련하신’산꾼’이시니깐요.

    ‘옥녀봉유감’이란제목때문에,
    사실은마음이조렸거던요.^^*

    "밤새주님(?)섬기느라여태산장에죽치고있을/
    몇몇을위해하산을서둘렀습니다.//",

    건강이넘치니깐술자리겁이없겠지요.
    부럽기만합니다.

    추천은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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