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흘림골, 주전골에서 가을비에 젖다

주말날씨예보다.

이번주말에는전국에걸쳐비가내리겠습니다.
서해상에서동진하는기압골의영향으로5일새벽부터전국적으로
비가시작되어6일오전까지이어진후점차그치겠습니다.

그러나주말날씨는예보를여지없이뒤엎었다.
토요일인5일은하루종일말짱했다.
빗발친것은비가아니라예보만믿고토요나들이계획을취소한사람들의항의였다.


일요일인6일은왼종일비가내렸다.
오전에그칠것이라하여설악산에들었는데온몸으로가을비를맞았다.

오보날려두들겨맞는데워낙이골이나서일까,
기상청은그렇거나말거나담대하고의연한모습이다.
앞으로이렇게예보를낼지도모를일이다.

이번주말에는아마도전국적으로비가오지않을까싶습니다.
서해상에서동진할지도모를기압골의영향으로5일새벽쯤부터전국적으로
비가시작될조짐이엿보여어쩌면6일오전까지이어질지도모르겠습니다.
더자세한날씨는주말을지나봐야알겠습니다.
……………………………………….


어스름이채걷히지않은새벽,
빗물머금은포도는수은등빛을받아백짓장처럼창백하다.
흩날려온낙엽은창백한포도를쓰다듬다가지쳐
담벼락아래소복하게숨죽이고있다.
산을찾아나서는신새벽,언제나설렌다.

오전중에그칠것이란예보와는달리세찬가을비는잦아들줄모른다.
‘혹시나’하는마음에이따끔차창밖을응시해보지만쉬갤것같지않다.

30여산꾼을태운버스가한계령에이르렀을때누군가바람잡는다.
"이비오는데산은무슨…속초로가서회나맛보고올라갑시다"
뒷쪽에서맞장구친다.
"그래,까짓거그럽시다"
앞쪽에서또거든다.
"삼식이매운탕놓고쇠주한잔하는것도좋은데…"

어째분위기가요상하게돌아간다.
사공이많으면배가산으로간다는데,버스는바닷가로갈모양인가?

그러나정작버스가산행들머리,흘림골입구에이르자너나없이
주섬주섬우의챙겨입고배낭커버씌우기에분주하다.
머쓱해진바람꾼?들도일행의꽁무니를따른다.

산간골골을가득메운비안개는남설악의속살을깡그리감춰버렸다.
개중에는날씨를탓하며입이댓발나와툴툴거리기도했으나
눈길멎는어디든담백한수묵화를연상시키는흐릿한풍광은
산뜻한수채화와는또다른멋을느낄수있어그만이다.

안타까운…

흘림골
흘림골로들어서자,수해로파헤쳐진산자락이흉물스레펼쳐졌다.
분명,자연이인간에게던진경고메시지일터인데…
몽매하여그뜻을헤아리지못한죄,어찌다사할꼬?

산이높고골이깊은탓에늘안개로흐릿하여’흘림골’이란다.
女深폭포의가녀린물줄기가흘러내리는골이라하여’흘림골’이란다.
후자의지명유래에필이꽂히는건왜일까?

자연이란,참으로…(빌려온그림)

여심폭포
일행중40대중반의노노총각?인J,
여심폭포에이르자,망연한표정으로넋두리를늘어놓는다.

"여심폭포의기를받고자불원천리멀다않고달려왔는데
어이하여비안개뒤로꼭꼭숨어버리시나요.
노노총각의마음을이리도몰라주시다니..야속합니다요"

옛선인들은여성의그곳을일러’不忍見之處’라에둘러표현했다.
풀이하자면,’차마보지못할곳’이다.

비안개뒤로숨어버린女深

눈을바로뜨고보기민망한곳,바로여심(女深)폭포인데,
오늘만큼은눈을똑바로크게뜨고둘러봐도민망하지않다.
여심폭포는비안개뒤로모습을감췄기때문이다.

여심폭포안내판에는이렇게쓰여있다.

‘가녀린한가닥물줄기가포물선을그리며떨어지는폭포로서
바위와물의절묘한조화가여성의깊은곳을연상케한다’

등선대(1,052m)
들머리에서1.2km를올라서니등선대의실루엣이드러난다.
흘림골의여심폭포와등선폭포사이능선에있는암봉,등선대는
신선이하늘로오르는곳.
이곳에서면설악서북능선과남쪽으로점봉산,그리고동해까지…
그야말로폭풍감동이라던데…
한치앞도분간이힘들만큼비안개가짙어못내아쉽다.

잎을떨군앙상한나뭇가지가가을을배웅하듯가늘게떤다.
만추의향연이아쉬운지,가을이발끝에서서걱인다.
가을비내리는잿빛산골짝은어느새겨울색이완연하다.

우의를입고,더러는우산을든산꾼들의행렬이산길을따라길게꼬리를문다.
설악등산길중에최단거리가이코스이다보니언제나만원이다.

등선폭포
신선이하늘로오르기전목욕재계한다는곳,등선폭포를지난다.
오늘처럼가을비촉촉히내리고비안개짙게낀날,
신선들이운신하기에더없이좋을것같은데,
혹맞닥뜨리게된다면손내밀어통성명을해야하나?
요즘대세는’허그’라는데,덥썩부둥켜안아야하나?

십이폭포
별뚱딴지같은상상을하는사이,열두번굽이쳐흐른다는십이폭포에닿았다.
미끈한연홍빛바위를타고하얀물줄기가너울너울춤추듯미끄러져내린다.
바위면은비단결처럼부드러운여인의몸매를닮았다.
하얀물줄기는이마를,귓볼을타고흐르다가가슴골로합수하여
요동치듯허리춤을휘감으며포말을일으키더니
바위벼랑아래로연기처럼사라졌다.

용소폭포
오색약수터를2.7km남겨놓은지점,용소폭포갈림길이다.
폭포는주등로에서500m비껴나있다.
이沼에서천년을살아온암수이무기가드디어용으로승천하기위해
준비운동을끝내고막발을떼는순간,암놈이준비미숙으로
승천시간을놓쳐버렸다.결국용이되지못한이무기는이곳에주저앉아
바위와폭포가되고말았다는데…

용이되지못한이무기가홧김에세상을뒤흔들까염려되어
주위암봉은변화무쌍한모습으로천년만년용소폭포를
내려다보고있는것인지도모르겠다.

옹기종기모여선곳이입소문자자한오색약수터.

용소폭포를뒤로하고성국사를지나오색약수터에닿은시간은13시20분.
10시30분에산에들었으니채3시간이덜되어산행끝.
뭔가모자란듯,부족한듯,아쉬운듯했지만
가을비촉촉한산길은또다른감흥이었다.

‘가을비는빗자루로도피한다’는말이있다.
가을비는그만큼강수량이적다는뜻이다.
산행내내비가내렸지만기능성재킷만으로도견딜만했으니.

겨울을부르는가을비,
이비그치면산야는초겨울모드로전환될것이다.
설산…생각만해도심장박동이빨라진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1년 11월 11일 at 6:14 오후

    일기예보안맞기로는일본도마찬가지던데요.
    이번에여행하면서자동차를렌트해서다녔는데비가온다고해서
    서툰일본운전에걱정을많이했는데어쩜일기예보가마음에쏙들게끔
    안맞던지요.ㅎㅎ

    설악도이제단풍은다져버렸군요.

    늘안산하시길바랍니다.   

  2. 숨결

    2011년 11월 13일 at 8:04 오전

    글읽고사진보면서
    제자신이’그때거기에’있었던양생생하게느껴지는군요.
    감사^^

       

  3. 박산

    2011년 11월 14일 at 3:54 오전

    <삼식이매운탕놓고쇠주한잔하는것도좋은데…">

    지난주나온제시집에도제목에’삼식이’가들어가는데요

    참좋습니다늘이렇게산과함께하시는모습이   

  4. 와암(臥岩)

    2011년 12월 6일 at 11:04 오전

    그렇군요.^^*

    ‘구박받는삼식이’,
    이시집을펴낸시인’박산’님께서위쪽에계시니허튼소린할수가없겠습니다.^^*

    ‘흘림골’,
    ‘여심폭포’,
    .
    .
    .

    모처럼’카스톱’님의멋진풍자글과사진에웃음머금었습니다.

    일기예보,
    틀리는게예보아니가요?
    예보가아니라도우중산행준비를다했을테니깐요.

    오랫만에멋진산행기접하고,
    많은것배워갑니다.

    추천은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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