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에 오른 북설악 마산봉은…

天地에양기가돌아초목에싹이돋고,동면동물들도깨어나
꿈틀대기시작한다는경칩驚蟄을하루앞둔날(3/4),
함박눈이내려설국을이룬북설악마산봉으로향했다.

이번일요산행(3/4)은일찌감치문경공덕산으로정했었는데,
강원산간지역에대설주의보가내려지자,
산방에서급문자가날아왔다.

"심설산행위해북설악’마산봉’으로변경!"

남녘에선매화가꽃망울을터트리기시작했다는데
강원산간에는봄을시샘하는폭설이라…

이렇듯경칩을전후하여가는겨울과오는봄의힘겨루기는시작된다.
겨울은단한번도봄을물리친적이없다.
그럼에도겨울은쉬물러서지않고용을써보지만어느순간
슬며시꼬릴내리고봄에게자릴내주고마는법.
살을에는혹한도봄기운이스미면맥을못춘다.

약한것이강한것을이기고,부드러운것이억센것을이긴다.
(弱之勝强柔之勝剛)
노자(老子)의말씀이다.

간성과원통을잇는46번국도가지나는고갯마루,진부령(529m).
버스는진부령가까운곳도로가에산꾼들을토해냈다.
주위는온통흰눈을뒤집어쓴채적막강산이다.
찬바람이목덜미를훑고지난다.재킷지퍼를턱끝까지올려여몄다.
곧죽어도아직은겨울인게다.

희뿌연하늘에서싸락눈이어지러이흩날린다.
산기슭에쌓인눈의양을보니은근히걱정된다.
러셀이되어있지않다면엄청힘든산행을각오해야할것같다.
산방을따라나선형형색색의40여명이빙둘러서서스트레칭을한후
알프스스키장방향으로난도로를따라걸었다.

진부령기슭에자리잡은산촌마을,’흘리(屹里)’에들어서자,
‘스키렌탈’이란간판을매단가게들이하나둘눈에들어왔다.
그러나가게앞에허벅지까지쌓인눈이그대로인걸로보아인적이끊어진지

이미오래인듯하다.
깨진유리창안에서좀비들이몰려나올것만같은분위기다.

대관령용평리조트에이어우리나라에서두번째로개장되었던
이곳스키장이어쩌다가요모양이되어버렸는지…
과거일제강점기때부터자연슬로프로이용되었을정도로
적설량이엄청난이곳은우리나라스키역사의시작점이라할만큼
의미있는곳이기에지금의모습이더욱안타깝다.

재개장을위해리모델링공사중이라고는하나,글쎄다.
사방을둘러봐도공사낌새를챌수는있는어떤움직임도엿볼수없었다.

영화세트장과도같은텅빈유령?리조트뒷쪽,산기슭에
마산봉들머리가빠끔하게모습을드러냈다.
눈에묻힌팻말은간신히얼굴만내밀며마산봉방향을가리킨다.
이곳’흘리’는백두대간줄기로일반인이걸음할수있는최북단이라
대간을도모하는산꾼들로선그의미가더욱깊을수밖에없다.

본격산길로들어서자,싸락눈이진눈깨비로변했다.
심설산행의유혹에이끌려예까지온산꾼들이라진눈깨비따윈상관치않는다.
온몸으로억수장대비를받아내며여름산을즐기듯,설사진눈깨비가
비로변해온몸이후줄근해진다해도그자체를즐길것이기때문이다.
침엽수림사이로난눈길을따라줄지어걷는이들의뒷모습이
그래서더욱당차보인다.

침엽수림을지나가파른설사면을올라서면스키장리프트승하차장이다.
그린칼라로산뜻하게칠해진리프트승차대는스위치만올리면
금방이라도신나게움직일것처럼멀쩡한데…
재개장이늦어지는것은이해관계자들의욕심때문은아닌지.

내려다보이는텅빈슬로프를뒤로하고철조망옆으로난산길로올라붙는다.
발자국으로다져진눈길위로또눈이쌓이고또다져지고…
그렇게등로는제법단단해져있지만교행을위해조금만비켜나면
허벅지까지푹푹꺼져버리는통에진땀이빠작거릴정도다.

스키장을경계짓는그물망을지나면서부터오름길이제대로가파르다.
주변잡목을휘어잡고서몸뚱어리를당겨올려야한다.
간신히두걸음올려놓으면한걸음미끄러져내리길반복하는사이
온몸은땀범벅이되고숨은턱끝까지차오른다.
설산의진면목은고도를높일수록드러나기에이정도발품은당연지사.

마산봉정상(1,052m)
설산의백미는파란하늘을배경으로햇살받아반짝이는은빛눈꽃인데
하늘빛은여전히희뿌옇고간간이눈발도흩날린다.
자욱한안개가고산준령의조망을허락치않는다.
한줌찬바람이양볼을스친다.아쉬움을내려놓으라는메시지다.
바람은나뭇가지에쌓인눈을톱날처럼빚어놓기도하고
눈무게에힘겨워하는나무를흔들어눈을털어주기도한다.

마산봉에서내려와왔던길로다시내려가기로했다.
욕심대로라면마산봉에서병풍바위거쳐대간령,소간령,용대리로
빠져나와야하는데그러기엔워낙눈이많아시간상무리다.

까칠하던오름길은이제짜릿한미끄럼길로바뀌었으니…
나뭇가지를휘어잡으며안간힘을써보지만설사면에장사없다.
연신미끄러지고자빠지길거듭한끝에스키장이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닿았다.

산길은오른쪽침엽수림으로이어지나다수를따라옆길로빠져
그물망사이로난개구멍을통해눈천지인스키장슬로프로들어섰다.


스키어없는텅빈슬로프를접수한일당?들은
잘나고,못나고,높고,낮고,많고,적고…를던져버리고서

함께어우러져눈싸움하고,눈썰매타고,엎어지고,자빠지고…


잠시잊고지냈던동심의세계로깊게빠져들고말았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3월 7일 at 10:32 오전

    눈이내려서경치가아주좋습니다.
    저는올해는눈구경을제대로못했거든요.
    북경에서도그저조금내리다그치는것만봤을뿐이고요.

    어제돌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2. 정종호

    2012년 3월 14일 at 10:27 오전

    마산봉!다시봐도즐겁네요…주말잘보네세요   

  3. 와암(臥岩)

    2012년 3월 30일 at 8:58 오전

    "이렇듯경칩을전후하여가는겨울과오는봄의힘겨루기는시작된다./
    겨울은단한번도봄을물리친적이없다./
    그럼에도겨울은쉬물러서지않고용을써보지만어느순간/
    슬며시꼬릴내리고봄에게자릴내주고마는법./
    살을에는혹한도봄기운이스미면맥을못춘다./

    약한것이강한것을이기고,부드러운것이억센것을이긴다./
    (弱之勝强柔之勝剛)/
    노자(老子)의말씀이다.//",

    ‘카스톱’님의산행기엔언제나삶아니영혼이담겨있답니다.
    바로독서량축적의발로이겠지요.^^*
    그래서이산행기를너무너무너무……좋아한답니다.^^*^^*

    러셀도제대로되어있지않는심설산행,
    정말땀으로전신적셨을것같습니다.

    당당하신모습,
    더욱더단련된듯느껴집니다.

    북바위에서월악영봉을배경으로한사진,
    정말멋졌습니다.

    늘더강건하시길빌며,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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