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도고산에서 무슨 일이?


모처럼나홀로산행…어디로튈까?
‘월간산’과월호를뒤적이다낙점한곳,도고산(道高山482m).
충남아산도고면시전리와예산읍간량리를경계하는산이다.

‘수도권전철이연결되어접근성이좋은산’으로소개되어있다.
개략적인산정보와들머리까지의교통편을어설피챙겼다.
영등포역에서신창방면으로가는1호선전철에올랐다.

1호선전철안은언제나지공파?어르신들로북적인다.
냉방빵빵한전철안에서무더위도날리고,
또래분들과세상이야기도주고받고…
전철은지공파어르신들의낙원이다.

스마트폰을꺼내전철구간정보를검색했다.
내려야할온양온천역까지35개역을지나고2시간01분이소요된다.

수원역을지나면서부터는역명이무척낯설다.
수원역이후전철구간이용은처음이다.
지하철이용이잦은편이나오늘은장거리지상철이다.
도심속침침한지하를벗어난전철은동체에들러붙은매캐한내음을
공기샤워로날려버리기라도하듯싱그러운산야를내달린다.

"등산,낚시,캠핑등야외활동이많은계절입니다~"

팔토시장수가목청을돋우고간지채몇분지나지않아
이번엔썬캡장수가주변을경계하더니목소릴높인다.

"자외선을완벽하게차단해주는썬캡을가지고나왔습니다~"

전철안을둘러봤다.
어르신들은관심있게듣는편이나지갑은열리지않는다.
선잠을깬이들의표정은일그러지기도했고,
그외다수는이내눈길을거두고서창밖을응시했고,
또스마트폰화면에시선을꽂아버리니…

십중팔구는공(空)치고다음칸으로이동해간다.
흔히볼수있는우리네전철안풍속도다.

온양온천역에내렸다.역광장엔지공파어르신들을
식당으로,온천으로모셔가기?위한호객꾼들로시끌벅적했다.

역광장건너편버스타는곳으로가기위해횡단보도에서파란불을기다리는데
그순간410번버스가휑하니지나갔다.간발의차이로놓쳐버렸다.

"까짓거,기다리면또오는게버스인데…"

순진한생각이었다.
09:55분버스를놓치고한시간가까이기다려도오지않기에옆사람에게물어보았다.
"도고중학교가는버스는11:50분에있지유.그것도와야오는거유~"

어설피취한교통정보에의하면도고온천역에서산들머리인도고중학교까지는1.3km다.
그렇다면도고온천역인근으로향하는버스를타고가서
거기서부터들머리까지1.3km는걷는것으로통빡?을굴렸다.

도고온천행이라고써붙인430번버스가서길래,
"혹도고온천역으로가나요?"
"도고온천역1.5km정도못미쳐우회전해도고온천으로가는데
중간에내려드릴테니조금만걸어가시던가유?"


뭐,찬밥더운밥가릴계제가아니었다.
그렇게하여차가쌩쌩달리는4차선도로에덜렁내렸고
바짝달궈진아스팔트길을따라1.5km걸어가니도로왼편에역사가눈에들어왔다.
이용객은가뭄에콩나듯썰렁한데역사만큼은매머드급?이다.

들머리인도고중학교까지2차선지방도를따라또1.3㎞를걸었다.
본격산에오르기도전인데이미삭신은그로기상태다.

그렇게천방지축헛발질끝에가까스로접산(接山)했다.
산행은도고중학교입구에서시작해동막골과시전리를감싼능선을따라
시계방향으로돌아내려오는코스를택했다.


포도(鋪道)를버리고숲길로들어섰다.발바닥에전해지는촉감부터다르다.
호젓한숲길,적당한긴장과약간의설레임이좋다.
홀로숲길을걷다보면가끔은착각속에빠지기도한다.
모든수목들이광합성을통해싱그러움을내뿜는것은,
잎새들이골바람에팔랑대며손짓하는것은,
오늘만남을위해숲의요정들이준비한세레머니일지도…
뭐,착각은자유라했겠다.

숲길을걷다가코를벌름거리면솔향내음이콧속을간지럽히고
양팔벌려심호흡크게하면피톤치드가폐부깊숙히스민다.
산객들로북적이는산에선느낄수없는보너스다.

들머리(도고중학교)에서사부작사부작20여분을걸어올라닿은228봉,
팻말이양팔벌려갈림길을안내한다.
(도고산정상1.7km,도고중학교1.1km,성준경고택1.0km)

**빌려온사진

숲속쉼터에놓여진평상이발목을잡아끈다.
급할게없다.서두를일도없다.끌리는대로평상에누웠다.
홀로산에들면철저히’게으른산행’을만끽하는편이다.
우거진수목들이하늘을떠받치고있다.
옅은구름사이로간간히파란하늘이얼굴을내민다.
몸은이완되고마음은평온해지고…스르르눈꺼풀이내려앉는다.
‘그래,신선놀음이별거더냐,마음먹기달렸다!’

오름길은대체로완만하나간간히급사면,로프,목계단도맞닥뜨린다.
산높이는낮지만(482m)해안이가까워내륙의해발700~800m산에
버금갈정도라결코호락호락하지만은않다.

331봉을지나제법긴목계단을내려서면안부삼거리다.
다시동막골갈림길을지나몇번더오르락내리락하다보면
시야가확터지는칼바위능선에닿게된다.364봉이다.
이곳엔작자미상의詩,’도고산’이검은반석에음각되어있다.

칼바위에올라도고저수지도굽어보고,지척에다가선국사정(國師亭)도품는다.
정자가있어정상이려니생각하고잰걸음으로국사정에닿았는데,
정상국사봉은또다시저만치물러나’발품을좀더팔라’한다.
정자안에는산객둘이서땀을훔치고있다.
오늘산에들어처음만난’사람’둘이다.

슬슬허기가느껴진다.오늘따라배낭안엔달랑물한통.
물로뱃속을달래놓고하산하여맛난걸로보답하자.

국사정난간에등을기대고앉아잠시산지도를살핀후,
봉수대가있는도고산의정상,국사봉으로향했다.

울창한숲을빠져나오자,따가운햇살이정수리에꽂힌다.
정상엔웃자란수풀만무성할뿐,햇볕을가려주는나무한그루없다.
수년전까지만해도송전탑이이곳에있었기때문이다.
송전탑은몇년전인근서봉(475m)으로옮겨졌다고한다.
그런후봉수대를복원해놓은것이라하는데관리부실흔적이여실하다.

돌무더기는금방이라도무너져내릴듯삐뚤빼뚤하고,
정상표시석도,나무벤치도,안내판도,이정표도주변경관과배치되어
보이는데나만의생각일까?
날씨탓에도고온천과예당평야,그리고삽교호가흐릿하게조망되는
국사봉에서내려와다시도고온천역방향으로난숲길로막들어서는데…

숲속평상을제집마루인양차지하고앉아버너에불을댕겨놓고,
담배까지피워물고선불콰해진얼굴로’주거니받거니’중인이들이있었으니
오늘산에서두번째로만난,영반갑잖은’사람’둘이다.
조심스럽게다가섰다.

"바닥좀보세요.바짝가물어낙엽이바삭거립니다.여름에도산불납니다"
슬며시화기와담뱃불을수습하며뒷통수를긁적인다.

국사봉에서내려서면이내동막골갈림길에닿는다.
동막골(2km)로내려설까,예정대로도고온천역(4km)으로GO할까?
지도를펼쳐보니서봉을지나면서부터쇠골재까지는완만한능선숲길이고
쇠골재에서다시얕으막한둔덕만살짝넘으면날머리인도고온천역이다.
뱃속은허하나빨리숲을벗어나긴싫어쇠골재방향으로들어섰다.

송전탑이있는서봉을지나면서부터숲속오솔길이쭉이어진다.
무성한나뭇잎사이로떨어진햇살은발끝에걸리고,
골바람은나뭇잎을부드럽게흔들어숲향을전하고,
숲속에몸을숨긴산새들은소리내어그리움을전한다.
숲과의교감은곧자연과의교감이다.내삶의치유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숲길을걸으며잃어버린혹은잊어버린나와우리본연의
아름다움을찾기위한’힐링캠프’가대세인것도…

허기진건확실하다.길섶뱀딸기의유혹에그냥주저앉고말았으니…
뱀딸기에대한상식은어릴적시골에서들은게전부다.
‘뱀이먹는딸기다.사람이먹는다고해롭진않으나별로맛이없다’
‘먹으면해롭다’했어도무시했을것이다.
‘맛이없다’는건배부를때얘기이고…
그렇게한참을쪼그리고앉아열심히따먹었다.
그나저나뱀간식을축내고말았으니이곳이나와바리?인놈들이
눈치채고스멀스멀기어나오기전에걸음을서둘러야겠다.

쇠골재

농로도걷고…

농로가지나는쇠골재로내려섰다.
농로를가로질러건너편야산을넘으면도고온천역이다.
하지만저너머마을에유명한고택(성준경고택)이있다기에농로를따라
또다시따가운여름햇살을온몸으로받아가며1.5km를걸어
시전리(감밭마을)로들어섰으나고택을가리키는이정표도없다.
물어보려해도워낙뜨거운날씨라,사람그림자도보이질않는다.

고택구경은접고2차선도로(오전에걷던)로나와
도고온천역까지또또~걸었다.
이용객없는썰렁한역사화장실로들어가찬물틀어땀을씻었다.
열차시간을보니용산역가는무궁화호열차가1시간뒤에도착된다.

시간여유가있어역사를나와두리번거렸으나
어디에도식당은없었다.역사청소도우미에게물었다.

"근처어디밥먹을곳없나요?"

"저건너도로가에기사식당이있긴하지만유~멀어서…"

‘멀어도먹으러간다.메뉴도맛도상관없다’

그렇게가정식백반한그릇,뚝딱해치우고부랴부랴역으로돌아왔다.
대합실엔나말고2명이열차를기다리고있다.
염치불구,수유실로들어가땀이흠뻑밴윗도리를벗고
새셔츠로갈아입었다.
그리고선매표창구로가서"영등포역한장주세요"했다.
"입석밖에없습니다~어떻게하시겠습니까?"
"오늘은그런날인가봅니다.걍주세요.

영문을몰라고개를갸우뚱거리는매표원을뒤로하고
에스컬레이터에올라승차장으로향하는데안내방송이나온다.

텅빈…

"~열차가약10분연착될예정이니승객여러분께서는~"

‘가루팔러가니바람불고,소금팔러가니이슬비온다’했던가.
열차칸연결통로에쪼그리고앉아’머피의법칙’을떠올렸다.
결국오늘산행의컨셉은’시종일관’이라고함이옳다.

빨간선을따라…


5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6월 28일 at 9:44 오전

    ㅎㅎㅎ
    높지는않은산인데많이걷느라힘드셨군요.
    시종일관아귀가맞는일이없으셨나봅니다.
    그래도혼자한산행이라쉬어가면서뱀딸기도따먹어가면서
    다니셨으니신선놀음임에는틀림없어요.

    조블이아무리버벅대고신경질날정도로애를먹이지만그래도
    이렇게잘열릴때는또기분이좋아집니다.
    더위에건강하십시요.   

  2. 海雲

    2012년 6월 29일 at 12:13 오전

    고생많으셨네요.
    원정산행의단점은바로접산하기까지소요되는시간이너무많다는점이지요
    북한산자락에서살면서거의북한산주위만맴돌다보니당일치기원정산행은
    좀망설여집니다.   

  3. 정종호

    2012년 7월 12일 at 11:01 오전

    ㅋㅋㅋ그렇게바쁘면어제오지그랬슈~~~~모르는산처음갈때는철저히준비!!산에서배고프고목마른것처럼슬픈게없더라구요   

  4. 와암(臥岩)

    2012년 7월 22일 at 9:07 오전

    ‘Semi-pro’,
    아니프로페셔널이신’카스톱’님께서도~~~

    ‘시종일관’,
    이제목보담’사자의토끼사냥’이라고하면어떨런지요?^^*

    삶,
    어떤자그마한일에도전력을다하지않는다면낭패를당하기일쑤라는걸이산행기통해다시실감했습니다.
    철저한사전계획이나준비가없으면말예요.^^*

    ‘부산백양산과금정산언저리걷기’의산행기가떠올라웃음일었습니다.

    추천올립니다.   

  5. 박산

    2012년 8월 3일 at 6:06 오전

    그래도결국소귀의목적달성하셨습니다

    혼자가좋지요하고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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