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에서 대청봉, 공룡능선 지나 설악동으로<下>

03시40분오색지구를출발하여대청봉(1,708m)에올랐다가중청대피소를거쳐
4시간만인07시40분에봉정암갈림길,소청(1,500m)에닿았다.
구름한점없이드높은가을하늘,장쾌한설악능선은정말로매혹적이다.
깊어가는가을설악산군에동녘아침햇살의붉은기운이가득하다.

소청봉바닥엔넙데데한돌이촘촘히깔려있다.
수많은산꾼들의발길에닳아반질반질윤이났다.
돌바닥에주저앉아오른쪽발목을거머잡고꾹꾹눌러봤다.시큰시큰하다.
얼마전계단을헛디뎌접질렸었는데그이후트라우마가생겼는지
오른발을내려디딜때마다그부위가못내신경쓰였다.

가야할길은아직멀다.살살달래가며걸어야한다.
자칫무리했다간민폐를불러올수도있다.

"희운각에미리가서찌개끓여놓을테니천천히오이소"

준족들은한마디툭던져놓고선앞서걷더니꼬릴감췄다.

소청에서희운각대피소까지는내리막길이다.
가파른너덜길과계단길이반복되지만펼쳐지는풍광에눈은호강이다.
가야할공룡능선이탄탄한근육질을뽐내며어서오라손짓한다.
고사목사이로울산바위가수줍게존재감을드러내고
코발트빛하늘은바다와맞닿아설악을감싸안았다.

고도를낮춰희운각이가까워오자,그제야설악추색이체면을살렸다.
단풍터널로들어선산꾼들입에서연방환호성이새어나온다.
붉게물든단풍잎은햇살을받아핏빛처럼말갛고눈부시다.
온산이불타오른다.불은가슴속으로번져감성을자극한다.
중년의산꾼들모두가표정만큼은소녀였고소년이었다.

쌓인눈이얼어붙어마치봅슬레이경기하듯쩔쩔매며내려왔던
지난겨울의그길을,이번엔이렇게붉게취해걸었다.

희운각은산꾼들로초만원이다.
미리도착해찌개끓여놓겠다더니웬걸!
겨우엉덩이디밀자리확보했다며막버너에불을붙이고있었다.
정체불명?의찌개는다음쉼터에서맛보기로하고
여기선컵라면과컵누룽지로만족해야했다.

본격공룡능선을보듬기위해서둘렀다.
비장한?표정으로희운각대피소앞에서인증샷을날린다음,
일행다섯은보무도당당하게마의능선으로접어들었다.

공룡능선의거리(희운각대피소에서마등령까지)는5.1km다.
여덟번의까칠한오르내림이공룡의등뼈를닮았다하여붙여진이름이다.
대청봉과마등령을잇는백두대간길이며좌우로천불동계곡과가야동계곡을낀
공룡능선은불끈솟은바위첨봉들이압권이다.

희운각대피소를벗어나무너미고개에이르면
이정표앞에서서’어디로갈까’갈등하는이들이많다.
이정표는곧장진행하면공룡능선,오른쪽으로틀면천불동계곡길을가리킨다.

새벽3~4시쯤대관령이나오색지구을출발한이들중대다수는
무박종주를자주해본산꾼들이지만더러는단순단풍놀이로여기고
엉겁결에따라나선사람들도있다.

여기서판단을잘해야한다.천불동이냐,공룡이냐.
일단공룡으로들어서면마등령까지걷는동안더이상탈출로는없다.
(물론전문산꾼들이라면릿지길도있긴한데…)
지칠대로지쳐다리가휘청이는사람,
체력이바닥나바닥에풀썩주저앉은사람,
무릎에이상이왔거나발목을접질려절뚝거리는사람,
그리고지레겁먹어천불동계곡으로내려가겠다는사람,
모두이곳에서걸러지고나눠진다.

첫밧줄구간을여유만만올라서니,설악의진수성찬이한상가득하다.
하늘에바위가꽃처럼피어나아름답다는천화대(天花臺)와
천화대의20여암봉중으뜸인범봉이말쑥하게위용을뽐내고
동해에서기어오른구름은울산바위를휘감으며마등령에올라앉았다.
설악萬象을오묘하게컨트롤하는산신의능력에그저감복할따름이다.

공룡능선을걸으며,
단애,첨봉,기암괴석,고사목,단풍…등등을
어줍잖은필설로끄적인다는것은설악에대한예의가아닌듯싶어
여기서부터마등령까지는썰(說)을풀지않으려한다.
다만똑딱이로어설프게담은몇장의사진으로대신한다.

걸어온길을뒤돌아보니…

바윗길사이로1,275봉이…

노인봉

지친탓에표정이고약하다

가까이다가선1,275봉

7형제봉

휴우~

7형제봉

킹콩바위

바위사이로보이는왼쪽뾰족봉은세존봉

큰새봉

………………….여기까지가공룡능선그림입니다.


드디어공룡능선의끝지점(물론역으로첫지점이지만),마등령갈림길에닿았다.
비선대와오세암,그리고황철봉거쳐미시령으로갈라지는길목이다.
또마등령은내설악과외설악을경계짓는곳이기도하다.
공룡의등뼈를오르내리는동안왼쪽무릎에이상신호가감지됐다.
오른쪽발목또한접질렸었기에걸음은자연더뎌질수밖에…

마등령에서속초가보이고…

앞서내려와자릴잡아놓은,반죽좋은’P’가솜씨발휘에들어갔다.
식재료라곤달랑김치와참치뿐이었지만쉼터에서만난산꾼들에게,
"고추장있나요?혹고추는?"라며살갑게다가서니,

"된장있는데요.필요하면라면스프도…"
"여기,봉정암에서가져온고추도넣으세요.고추장도…

이렇게하여세상에단하나뿐인정체불명의찌개가탄생했다.
일행은비닐봉지에담아온밥을찌게와함께뚝딱해치웠다.
더불어지친삭신을위해알콜도미량?보충하고…

상당시간지체했다.
넋놓고앉아노닥거릴수만은없다.
마등령정상(1,320m)에완만하게올랐다가그다음부턴하산길이라지만
그냥하산길이아니다.공룡능선끝났다고맥놓긴이르다.

몇년전동일코스를종주했을때’두번다시는오지않겠다’며
굳게결심?했던것도바로마등령에서비선대까지이어지는
마의돌계단때문이었다.

무릎과발목에빨간불이켜진상태라한발한발신경이곤두선다.
오를땐덜하던무릎통증이내려디딜땐시큰시큰거린다.

길은도무지줄어들지않는다.어느새또날이저물었다.
랜턴을꺼내불을밝혔다.
앞에도뒤에도인기척이없다.다들앞서내려간모양이다.
숲속의밤은더욱짙다.신발코를비추는불빛에의지해
끝도없이이어진돌계단을무념무상으로걸었다.

03시40분에오색지구를출발해대청봉,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를지나
설악동에이른시간은19시40분,총19.1km거리를
저질체력으로가다서다를반복해가며무려16시간을걸었다.

오색-5km-대청봉-2.5km-희운각-5.1km-마등령-3.5km-비선대-3km-설악동소공원

2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10월 27일 at 10:52 오전

    세상에열여섯시간을걸으시다니요?
    참대단하십니다.
    우리집앞모락산도빨강헤물들었는데그곳도요새는마음놓고
    못오릅니다.그저평지만부지런히걷거든요.

    사진과여행기로설악을오르는기분을느껴봅니다.
    건강하십시요.   

  2. 와암(臥岩)

    2012년 11월 7일 at 7:56 오후

    ‘무박오색-대청-공룡능선-설악동종주산행’,
    19.1km를16시간만에종주하셨다니요.
    진정축하축하축하……드립니다.

    "다신이코스밟지않겠다."는그다짐,
    다시허무시고무박종주를하셨으니요.
    정말그의지와체력에박수올립니다.

    설악대청봉에4번올랐지만공룡능선은아직도못밟았습니다.
    평생밟지못할곳이되고말았습니다.

    무릎이상하신산행,
    저또한짧은산행에그고통을맛봤습니다.
    중국황산에서서해대협곡의천하의운해를눈에넣고,
    북해대반점까지7시간,
    그전에천도봉왕복1시간20분,
    그까진무릎이아픈줄몰랐는데,
    이튿날황산제2봉인광명정올랐다가하산길엔썰썰기면서내려왔습니다.

    지난달동네산악회따라상주화서화북의청계산이란조그마한산을탔습니다.
    물론A팀엔70객은혼자였고요.
    하산길이얼마나급경사였는지이틑날무릎이부었더군요.
    그리곤아직도제대로뒷산도오르지못하고있습니다.^^*

    그레이색바지와내피,
    너무잘어울린듯느껴졌습니다.

    무사종주산행,
    다시축하드리면서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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