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봉황의 꼬리를 밟다.

여름의끝자락,봉황의꼬리를잡으러鳳尾山으로향했다.
봉미산은경기양평군에속하나지리적으로는강원홍천군에가깝다.
마을사람들은봉미산을’속리산’또는’늪산’으로도부른다.
속세를벗어나있다하여’俗離산’,산봉우리에연못이있었다하여’늪산’이다.

꼬불꼬불산길을달려온버스가멈춰선곳은산음숲자연학교앞.
단월초등학교산음분교였던이곳은숲자연학교로바뀌었다.
잔디가곱게깔린운동장은이젠캠퍼들차지다.

서쪽으로이어진마을길(봉미산샘골길)로들어섰다.
온세상을녹여버릴듯기세등등하던더위도한풀꺾였다.
짙푸르던산색은엽록소를반납하느라군데군데바랬다.
어김없는계절의변화가묵묵히산야에내려앉고있다.

개울옆농로를따라15분정도걷다보면왼편산자락에
봉미산등로안내판이눈에들어온다.
웃자란잡풀에덮힌등로가안내판옆으로희미하게나있다.
그렇거나말거나일행들은무성한풀숲을잘도헤쳐나간다.
마치빼앗긴고지를되찾으려는전사들처럼…

그렇게한참을헤쳐나오자,임도가산허리를가로지른다.
대략20km에걸쳐이어진봉미산임도는
익스트림자전거라이딩을즐기는마니아들이아끼는코스이기도하다.

임도를가로질러다시산속으로들어섰다.쭉쭉뻗은잣나무군락이펼쳐진다.
발바닥아래로켜켜이쌓인잣나무솔가리의푹신함이기분좋게전해진다.

잣나무군락을지나자,완만하던숲길은조금씩심술을부리기시작했다.
그러나적당한업다운과너덜지대는산길의묘미다.
적당한설레임과긴장감을주기때문이다.

참나무울창한지능선너른터에배낭을내렸다.
삼삼오오둘러앉아십시일반먹을거리를꺼내놓으니뷔페가부럽잖다.
금새땀이식어온몸이서늘하다.
바람막이용재킷을꺼내입었다.
절기변화에몸뚱어리는이처럼간사하다.

채정상에닿기도전,때이른점심을해치운데는이유가있다.
넉넉잡고4시간이면하산을완료할수있을것으로예상되어
하산후펼쳐질’路上삼겹살파티’와간격을두기위함이다.

산을좋아하는이들은머문자리에흔적을남기지않는다.
자릴털고일어난일행들의움직임이일사불란하다.
과일껍질에,흘린밥톨하나까지주워담고나니감쪽같다.

지난여름,중국칭다오에있는라오산을오른적있다.
해변에서바라다본라오산은그야말로그림이었다.
기대를안고산에들었다가실망을안고내려왔다.
시선닿는곳마다버려진물통,과일껍질,과자봉지,휴지등등…
G2로부상한중국,하지만공공의식만큼은…아직멀었다.

뱃속이탱탱해져오름길이더욱힘겹다.
그래도밥심으로치고오르고,뚝심으로밀어붙인끝에
촘촘한수림사이로하늘이열렸다.봉미산정상(856m)이다.

용문산

유명산,소구니산,중미산

잿빛구름사이로파란하늘이드높다.
경기와강원의빼어난산능선들이파노라마로펼쳐져너울댄다.
남쪽으로용문산,서쪽으로유명산과소구니산이뚜렷하고
북쪽으로는화악산이아스라이눈에든다.

너나없이정상표시석앞세우고한껏폼잡느라여념없다.
정상에서의인증샷은발품판산객들의통과의례이다.

정상표시석뒤에세워진이정표는설곡리4.3km,산음휴양림3.9km를가리킨다.
늪산을거쳐원점회귀하는게오늘의코스다.
늪산방향이애매해휴대한등산지도를펼쳤다.
설곡리방향으로조금만진행하면늪산인걸로표시되어있다.
그러나800m내려선곳이정표엔봉미산800m,설곡리5.7km만가리킬뿐
어디에도’늪산’이란표시는없다.지도상이곳이늪산임은분명한데…
사방으로숲이무성해어디가늪이었는지도분간이안된다.

늪산?

이곳에서하산방향을두고일행들간의견이분분했다.
‘설곡리방향으로진행가다가좌측길로꺾어야한다’와
‘여기서곧장좌측방향으로내려서야맞다’로갈렸다.

그래봐야2~30분차이일것이다.시간도널널하겠다,찢어지기로했다.
험산이거나악천후라면절대로해선안될행동들이다.

그러나결론은,둘모두엉뚱한길로나아가다가방향을잃고
원점회귀키로한장소인산음숲자연학교와는동떨어진
산음휴양림관리사무쪽으로내려서고만것이다.

헤맨덕분에산음휴양림내잣나무숲길을만난것은행운이었다.
보너스로머리에서발끝까지숲향으로샤워까지…

휴양림을벗어나아스팔트길을따라기진맥진걸어나오니
저만치에산악회애마(버스)가반갑게대기중이다.
실은애마보다’路上삼겹살파티’가더반갑긴했지만…

1 Comment

  1. 데레사

    2013년 9월 10일 at 6:14 오후

    아직은여름풍경이군요.
    저도다음주에는운악산가기로되어있는아마정상까지는못갈거고
    절있는데쯤에서내려오지않을까싶어요.

    우리나라산은이제쓰레기를버리는사람이거의없어요.
    시민의식이많이성숙했다고봐야죠.

    어느새추석이코앞이네요.늘안산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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