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본색, 속리산 묘봉 능선을 걷다

고양이(猫)나토끼(卯)를닮은게아니다.그냥묘(妙)하게생겨妙峰이다.
묘봉은충북보은속리산면과경북상주화북면을경계하는
속리산서북능선상에있는봉우리다.

들머리는경북상주시화북면운흥1리묘봉두부마을,
날머리는운흥2리화북면서부출장소로정했다.
들머리에서날머리까지등로를이으면장화를신은모양이다.

속리산묘봉코스는초행이다.
‘로프로시작해서로프로끝난다’는게묘봉이다.
그만큼암릉재미가쏠쏠하단얘긴데한쪽팔이부실한내겐
바짝쫄게하는소개말이라은근히걱정이앞선다.
‘묘봉두부마을’간판이큼지막하게내걸린식당앞에버스가멈춰섰다.
식당외벽에는묘봉,상학봉,토끼봉의등로가
식당홍보를겸해자세히안내되어있다.

‘묘봉두부마을’을끼고마을길로들어섰다.
공룡의등뼈를닮은능선이눈앞에파노라마로펼쳐진다.
걸어야할속리산서북능선이다.

들머리에서500m를걸어마을을벗어난지점에
묘봉4.2km,상학봉3.2km를가리키는이정표가서있다.
속리산국립공원권역임을알리는첫이정표다.
위사진에서이정표를자세히살펴보면맨윗칸이떨어져나갔다.
거기엔’문장대9.1km’를가리키는판대기가붙어있었다.
북가치에서문장대방향은위험구간이라비지정탐방로로지정되어
아마도국립공원측에서떼어낸것으로추측된다.

엊그제까지내린비로인해진터골오솔길은질척했지만
수량이풍부해진계곡물소리에머릿속은산뜻하다.
갈림길을지나계류를건너자,본격산길이시작됐다.
그렇게운흥1리에서1.5km를걸어올라서북능선고갯마루에닿았다.
잠시호흡을고른후,능선을따라걸음을떼자,원통나무를로프로엮어놓은
목계단이나타났다.지금부터시시때때로나타날로프를
이런식으로살짝맛보기시키는가싶더니
암릉도슬슬본색을드러내기시작했다.

집채만한바위틈새를양팔다리다써가며힘겹게기어오르니
사오십명은너끈히앉을수있을만큼너른마당바위가
쉬어가라며다리를주저앉힌다.시간을보니그새정오다.
‘떡본김에제사지낸다’했겠다,배낭을내렸다.
40명일행이대여섯명씩군데군데나눠둘러앉았는데도바닥은널널했다.

마당바위에앉아올라온방향을건너다보니운흥리들판저너머로
하늘금을긋고있는도명산과백악산능선이아스라하다.
가까이로는기묘한암봉들이오가는산객들의시선을멎게하고
바위틈을비집고나온노송은존재감을과시한다.

속리산서북능선의’마의암릉길’은이제부터시작이다.
로프에매달려개구멍을빠져나오면기다렸다는듯
아찔한암벽낭떠러지로이어지고까칠하게경사진바위면을
가재걸음으로겨우벗어나면수직암벽에로프가기다리고,
또통천문이나오고,짜릿하게곧추선사다리를통과하고…
가뜩이나신경이곤두서는암릉길인데비온뒤라발바닥에묻은진흙이
바위면에덧칠되어미끄럽기까지했으니…

산객은그리많지않은데도병목현상은심했다.
난코스에이르면어김없이길게줄을서야했다.

토끼봉갈림길을지나,상학봉,묘봉에이르는동안
로프에대롱대롱,사다리에바들바들,바위굴로엉금엉금…
매달리며,떨며,기어들기를얼마나했을까?

그렇게호된신고식을치르고나서야묘봉은손에잡힐듯다가섰다.
가쁜숨을몰아쉬며마지막철계단을오르는산객들모습과
묘봉을밟고선산객들의꼬물거림도눈에들어온다.

또한번로프를부여잡고안간힘을다해철계단을올라서자,
묘봉(874m)정상표시석이빠꼼이모습을드러낸다.
정상한켠에산악인故고상돈을추모하는비목도보인다.
탁트인암봉에서니,파란하늘과맞닿은속리산연봉인
관음봉,문장대,천왕봉이강하게유혹한다.

속리산은해발1,058m의천왕봉을주봉으로비로봉,입석대,신선대,
문수봉,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등근육질의암봉이
울창한수림과어우러져짜릿함과힐링을동시에만끽할수있다.

묘봉정상석을렌즈에온전히담으려니인내가필요했다.
정상인증샷을위해대기중인산객들이잔뜩밀려있어서다.
그런데묘봉정상표시석앞에서의포즈는뭔가다르다.
손가락을V자로펴뻘쭘한표정으로’썩소’를날리는게일반적인데
여기선양손을갈쿠리모양으로접어머리양쪽에갖다댄다.
알고보니~묘봉을토끼’卯’나고양이’猫’로알고있었던게다.
토끼와고양이의妙한동작을눈요기했으니…妙峰맞다^^
정상인증샷이냉큼끝날것같지않아들고나는찰라를노려셔터를눌렀다.
그렇게포착된묘봉정상석,들고나는모습이리얼하다.

묘봉을벗어나다시한번가파른내리막길을맞닥뜨렸으나
버벅대긴했어도암릉에적응된탓에한결수월했다.
600m를내려서니북가치(754m)갈림길안부다.
더이상직진은금지,왼쪽으로틀어미타사방면절골로내려서야한다.
문장대로이어지는코스는위험구간이라출입금지되어있기때문이다.

편안한숲길로들어서니가슴옥죄던긴장이풀린다.
그제서야선선한초가을의숲이가슴팎에와닿는다.
묘봉두부마을갈림길을지나절골로들어서면이내임도를만나게된다.
임도에서우측으로조금만걸어오르면절집,미타사가나온다.
미타사갈림길에서곧장날머리인운흥2리로걸음을서둘렀다.

호젓한숲길을빠저나와마을길로들어섰다.
누렇게물들기시작한들녘,그리고빨갛게익어가는오미자도
내리쬐는가을햇살을만끽하고있다.

운흥1리-진터골-705m봉-765m봉-상학봉-묘봉-북가치-절골-운흥2리

2 Comments

  1. 데레사

    2013년 9월 24일 at 5:30 오전

    묘하게생긴저바위구멍쉽게들통과하셨나요?
    홍천팔봉산에서저런구멍으로드나들면서웃었던생각이
    납니다.일행중뚱보가있었는데용케나왔거든요.ㅎㅎ

    오미자따오시지…

    늘건강하시길^^^^   

  2. 정종호

    2013년 10월 9일 at 12:11 오전

    저건큰구멍…작은바위틈을뚱뚱한분은통과하지못해서언놈이이런걸만들어놨노??!!푸념하며돌아왔다는….ㅋㅋ짜릿한재미가있는산입니다강추!!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