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가리왕산, 가을 마중

새벽공기가제법차갑습니다.
엊그제(10/4)대관령에첫얼음이관측되었다는소식을접했습니다.
만사불여튼튼,장갑과여벌옷을챙겨넣었습니다.
중부산간지역에비소식도있다하여우의도챙겼습니다.

동녘하늘에불그스레한기운이어둠을걷어내는이른시각,집을나섰습니다.
태풍의기운이뻗쳐서인지구름의움직임이빠릅니다.
오늘산행지는강원도정선에있는가리왕산입니다.

훼손되기전,온전한산모습을기억해두고싶어서입니다.
바로이산자락에2018년평창올림픽알파인스키장이들어서게된답니다.
2주간의올림픽을위해천년의숲을갈아엎겠지요.
나라에서지정한생물유전자보호구역인데도말입니다.

가리왕산스키장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따르면,슬로프건설로인해
총11만1,636그루의나무가훼손될것으로추정된다고합니다.

평창이동계올림픽개최지로선정된것은분명낭보였습니다.
그러나예정된가리왕산의원시림훼손은크나큰비보입니다.

이런저런잡다한생각에머릿속이혼란스럽네요.
그새애마는가리왕산장구목이골입구(정선군북평면숙암리)에멈춰
40여산객들을부려놓습니다.
빗방울이후두둑떨어집니다.우의를꺼내입을정도는아닙니다.
본격산행에앞서들머리에서단체인증샷을남겼습니다.

‘장구목이’에서숲속으로들어서면이끼내음이서늘하게폐부에와닿습니다.
계곡물소리가우렁차게들립니다.수량도넘쳐나구요.
산이높으면골도깊기마련이지요.
점판암이깔린등로는이끼계곡과나란히,깊은숲속으로이어지다가
해발800m에이르러물소리가잦아들면서계곡과갈라섭니다.

두터운그린카펫이깔린이끼계곡을따라심산숲길을걷는느낌,
필설로표현하기엔턱없이부족하기에그냥상상에맡길랍니다.

‘장구목이임도’에이르러잠시후미일행을기다리며호흡을고릅니다.
이끼계곡의고즈넉한분위기에푹빠져초입에서부터
이곳임도까지3km를,힘든줄모르고걸었습니다.
임도에세워놓은안내판엔가리왕산의보호수인주목42그루에
외과적수술을실시하였다고고지해놓았습니다.
애써수술해놓은주목이평창올림픽의제물이되지나말아야할텐데…

가리왕산임도는총연장57.44km로산악마라톤,MTB매니아들이
보물처럼아끼는곳이지요.

임도를가로질러숲속으로들어서면길은다시고도를높입니다.
고산수목들이비안개에휘감겨몽환적실루엣을드러냅니다.
아름드리주목과들메나무의기품에탄성이절로납니다.
온갖풍상에부대끼면서도결코당당함을잃지않습니다.

명을다해드러누운고목위로이끼가들러붙고부엽토가쌓입니다.
그렇게스스로를분해해땅심을돋우며숲의생장을돕겠지요.
건강한숲에서이처럼자연의순환을배웁니다.

비안개머금은몽환의숲은아드레날린을샘솟게합니다.
풀이하자면,뭐~곡차가땡긴다는얘기지요.
숲기운을받고자(술기운을빌리고자~)걸음멈춰자리를폈습니다.
감상적분위기에취해?불콰해진일행들이일어설줄모릅니다.
그만큼비안개와어우러진가을산색은매혹적이었습니다.
땀이식어한기가와아쉽지만자릴털고일어섰지요.

정상과중봉으로갈라지는삼거리능선에올라섰습니다.
우측으로200m를진행하여정상에올랐다가다시이곳으로되돌아와
중봉을거쳐숙암분교(7km)으로내려설것입니다.
일행몇몇은지친나머지,정상이코앞인데도포기하고곧장중봉으로향합니다.
고지가바로저긴데예서말수는없지요.
키를낮춘잡목사이로난길을따라정상을향해걸었습니다.
짙은비안개는가리왕산의조망을삼켜버렸지만
홀로선고사목이나그네의아쉬움을달래줍니다.

해발1,561m정상은초겨울느낌이물씬풍깁니다.
정상엔커다란돌무더기를가운데두고좌우로정상표시석과
갈왕산의유래를적은비석이각각세워져있고요.

비석에새겨져있는가리왕산의유래는이렇습니다.

"가리왕산은야사에의하면갈왕(褐王)이난을피하여현재절터라고부르는
서심퇴(西深堆)에거처하였다하여갈왕산(褐王山)이라부르던것이
‘가리왕산’으로변하였음"

정상을뒤로하고다시삼거리를지나중봉으로이어진능선길을걷습니다.
이산엔유난히회색빛나는납작한돌이산재해있습니다.
숫돌이나벼루,기와,구들장재료로쓰인다는점판암이지요.
얇게쪼게지기때문에판재로사용이가능해장식재로인기라고들합니다만
내눈엔그저삼겹살구워먹기딱좋은돌판으로만보입니다.

적당한크기의얇은돌판하나를챙겨배낭에매달았습니다.
마침하산하여노상에서’삼겹살파티’가예정되어있는데
그때돌판에구워야겠단생각으로말입니다.
어깨를찍어누르는고통을감내해가며미련곰탱이처럼돌판을짊어지고
6km를걸어내려온이유는,단순명료합니다.
삼겹살은쇠불판보다는돌판에구워야제격이기때문이지요.

호젓한가을산에들어생뚱맞게도고작’삼겹살’을떠올리다니!
아마도뇌의감성에너지가소진된모양입니다.
‘자연’이야말로최고의감성에너지연료인데말입니다.
마음을가다듬고다시충전을해야겠습니다.

능선길주위로이름표를매단주목,사스레나무,신갈나무등이
노랗게,붉게물든단풍나무와어우러져한껏가을분위기를돋웁니다.

하봉과숙암분교방향으로갈라지는삼거리,중봉(1,343m)에닿았습니다.
사방이탁트인상봉(정상)과는달리중봉은숲이에워싸고있어
설사날이맑았어도사위조망은어려울듯싶습니다.

날머리로잡은숙암분교까지는5.0km…
배낭에매단돌판이더무겁게느껴집니다.

하봉(2km)길을버리고좌측숙암분교방향으로걸음을재촉합니다.
중봉에서1.5km내려서니’오장동임도’가산허리를가로지릅니다.

등로는임도를가로질러다시숲속으로이어집니다.
숲길을2km진행하면두번째임도를맞닥뜨리게됩니다.

여기서부터는임도를따라걸을까,아니면다시숲길로내려설까,
잠시고민하다가숲길을택했습니다.
그런데,아뿔싸!숲길로들어서자말자,지금껏가리왕산의등로와는
사뭇다른,로프가매달린가파른암릉길이숨어있었습니다.
지름길이라생각해선택한길에서복병을만난것이지요.
하지만얼마전다녀온속리산서북능선암릉길에비하면’룰루랄라’지요.

서너군데로프구간을통과하자,등로는다시산사면을따라
완만하지만지리하게이어집니다.
완만하던능선길은왼쪽으로방향을틀면서급하게고도를낮춥니다.

그렇게숲을빠져나오자,이번엔기다렸다는듯돌무더기가굴러내려형성된
너덜지대가시험에들게하네요.그제서야무릎이시큰거립니다.
그럴수밖에,널따란돌판을배낭에매달고서6km를내려왔으니…

너덜지대를힘겹게내려서면허름한농가가나옵니다.
이어저만치에마을과숙암분교가눈에들어옵니다.

이제어깨쭉지빠지게매달고온돌판을깨끗히씻어
삼겹살을얹어굽는일만남았습니다~~

장구목이-이끼계곡-임도-주목군락지-정상삼거리-정상-중봉-임도-임도2-숙암분교14km6시간

2 Comments

  1. 데레사

    2013년 10월 11일 at 5:46 오후

    단풍이보이네요.
    그런데날씨가흐렸나봅니다.

    세상에고기구울려고돌판을매고6킬로를내려오셨어요?
    장하십니다.

       

  2. 정종호

    2013년 10월 17일 at 11:58 오후

    아침든든히먹고출근했는데돌판에구워먹은삼겹살을생각하니다시입안에침이고입니다후다닥~~가버리는가을좋은추억들만히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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