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東江은 ‘白雲山’을 휘감고…

한국에서가장흔한성씨는?…김,이,박…
가장흔한이름은?…철수,영희…
그렇다면한국에서가장흔한산이름은?…앞산,뒷산,백운산?
‘뭔쉰소리냐’하겠지만그만큼同名異山’백운산’이많다.

‘백운산’은산림청선정100대명산에만3곳(정선,포천,광양)이올라있다.
이를포함해전국에’백운산’은줄잡아30여개는될거다.

산객가득실은버스가가쁘게엔진음을토하며힘겹게나리재를넘어서자,
깎아지른단애와시리도록짙푸른동강이모습을드러낸다.

잠시후,버스는동강을가로질러점재마을을잇는’점재교’초입,점재나루에닿았다.
대형버스는다리를오갈수없다.강물이불어나면이다리는잠긴다.잠수교다.
여름백운산을찾았다가그래서헛걸음하는경우가종종있다.

버스에서내렸다.귓볼이시릴만큼강바람이세차다.
출렁이는물결위로초겨울햇살이알알이부서진다.
겨울맞다.그새산객들복장도두툼해졌다.

등로를어림잡기위해안내판에표시된지형을훑어봤다.
산세는거칠고강물은白蛇가또아리를튼듯거침없다.

굽이쳐흐르는동강을건너면서잠시뗏사공을떠올린다.
한양까지뗏목실어나르던뗏사공들의애환을아는지모르는지,
오늘도동강은굽이굽이휘돌아유장하게흘러간다.
이젠뗏목도,뗏사공도세월속으로흘러가버렸다.
뗏목이오가던물길은래프팅족들이점령해버렸으니…

잠수교를건너좌측으로난길을200여미터진행하면
우측산비탈을따라목계단이설치되어있다.
산길은이곳서부터시작된다.
계단은그다지가파르지않으나초반이라선지금새숨가쁘다.
수목은이미겨울채비를다한듯앙상한모습이다.
벼랑을치고오른세찬골바람은목덜미를휘감으며겨울을재촉하고
서걱대는낙엽소리는산속의정적을깨우며가을을배웅한다.

30분쯤올라서니능선안부삼거리,’병매기고개’다.
왼쪽2분거리에전망대가,오른쪽은정상방향수리봉능선길이다.
‘괜히벼랑끝위태스런곳에전망대를설치했을까,
그만큼뷰가좋다는것일텐데,그렇다면봐주는게예의(?)다.

왼쪽은직벽낭떠러지인데다암릉길은종이를겹쳐놓은것처럼
‘판상절리’형태라한순간도긴장을늦출수가없다.
전망대에이르자,동강곡류의환타지가맛보기로펄쳐졌다.
굽이도는강물은’오메가’를그리며沼를만들었다.
동강12경중제3경이라는’나리소’와’바리소’가발아래있다.

병매기고개로되돌아와다시정상방향으로걸음을옮긴다.
수리봉능선길도까칠하긴매한가지다.
삐쭉빼쭉튀어나온돌을딛고오르다보니걸음이더디다.
게다가찬바람이작정한듯몰아쳐몸중심을흐트린다.

바람은앞서걷던여성의모자를앗아벼랑아래로날려버렸다.
일행男이의기양양하게잡목을휘어잡으며벼랑에매달렸다.
간신히모자를회수하긴했지만위험천만한일로
이럴땐모자를포기하는게정답이지싶다.

산길은다시가파르게솟구친다.
등로는온통비스듬히박힌절리형태의판석때문에정말미끄럽다.
판석표면은유리처럼반질거리고모서리는칼등처럼각져있어
등산화바닥창의기능만믿고무심코딛다간큰코다칠수있다.
산길은줄곧아찔한직벽낭떠러지를끼고나있어더욱그러하다.
그만큼추락위험을알리는안내판개수도많이눈에띈다.

10시30분에점재나루를출발,12시에정상에닿았다.
2km걷는데1시간30분걸린셈이다.
날머리인제장마을까지하산거리는좀더길다.
칠족령을거쳐크고작은봉우리너댓개는오르내려야한다.
때마침,두둥실흰구름이’백운산’정상석정수리에멈춰섰다.
하늘과땅이통했다?침소봉대하자면,이는곧’天地合一’이다.

이곳백운산의조망은형용할수없을만큼수려하다.
굽이치는동강의물줄기는농염한여인의S라인을탐하듯
부드럽게휘감아돈다.넋을놓을만큼’치명적’으로아름답다.

곡류천(曲流川)으로불리는S협곡의지리학적이름은사행천(蛇行川`meander).
계곡사이를흐르는강물의차별침식에의해만들어진지형이다.
사행천이평지에생성되면하회마을이나예천회룡포처럼특색있는
수변(水邊)마을이생겨나고산지(山地)에들어서면
영월태화산이나홍천금학산처럼멋진水태극이만들어진다.
태극지형의백미는단연동강(東江)이다.
백운산자락에형성된S협곡은그조형미나구도에서최고의완성도를자랑한다.

파랗던하늘에갑자기먹구름이번지더니이내눈발이흩날린다.
그양은미미했으나백운봉정상에서의첫눈에방점을찍는다.

칼바람이제법세차다.땀이식으면서한기가스며든다.
정상을200m벗어난오른쪽에분화구처럼움푹꺼진곳에자리를폈다.
펀치볼을연상케하는지형이라주변낙엽이모조리굴러들어
그야말로’낙엽의늪’을이룬곳이다.

일행들과한시간남짓,식도락삼매경에빠졌다가헤어나와
다시남서쪽칠족령,제장마을방향으로걷기시작했다.
훌훌털어버리고빈마음으로걸어야하거늘,
잔뜩털어넣고둔하게걸어야하다니…맞다.’미련곰탱이’다.

정선백운산행의진면목은이제부터시작이다.
천길단애의아찔함과동강의백미,S라인의황홀함은
칠족령을지나문희나루갈림길에이를때까지쭈욱계속된다,
세상만사온갖시름다잊고구름위를걷는기분이이러할까?

동강의중간지점에위치한백운산은동강을따라6개의봉우리가이어져있다.
동강은정선,평창일대의깊은산골에서흘러내린물줄기들이
정선읍내에이르러조양강이되고이강에동남천물줄기가합해지는
정선읍남쪽가수리수미마을에서부터영월에이르기까지의
51km구간을동강이라고따로이름했다.
이동강은영월읍에이르러서강과합수해남한강이란이름으로
멀리여주,서울을거쳐황해로흘러간다.

벼랑끝에아슬아슬하게걸려있는아찔한등로를따라
6개봉우리를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는사이,어느산꾼을추모하는돌탑을지나갈림길에닿았다.
날머리제장마을주차장까지1km를남겨둔지점이다.
오른쪽으로틀면문희마을과칠족령전망대로가는길,
곧장직진하면제장마을방향이다.

정선백운산산행의시작과끝에는반드시동강渡江이있다.
십수년전만해도마을사람들은줄배를타고강을오갔지만.
지금은잠수교가놓여더이상고립무원의오지가아니다.
그만큼산꾼들발길도잦아져자연환경훼손이염려된다.

백운산은2003년,한국의100대명산으로지정되었다.
백운산은산중의산이요,동강은강중의강이다.
동강이있어백운산이빛나고백운산이있어동강이빼어나다.

아마도오래도록눈가에맴돌것같다.그런산이고강이다


점재교-병매기고개-백운산-칠족령-제장마을

3 Comments

  1. 데레사

    2013년 11월 29일 at 5:01 오후

    저도광양의백운산과포천백운산,그리고우리집에서가까운
    백운산을가봤어요.백운산이정말많은가봅니다.

    산은언제가도좋은데며칠전에꼴랑모락산도정상까지못가고
    둘레길만돌고왔습니다.   

  2. 인회

    2013년 12월 1일 at 2:47 오전

    올라가면정말아름다운산이지요
    저는몇번가봤어요.

    이른봄에는그곳에동강할미꽃도있답니다.   

  3. 정종호

    2013년 12월 9일 at 4:18 오전

    풍경에만정신팔려정신없이걷기만했는데추모의비는형님이찍은사진보고아!!저런것도있었네….저는언제쯤여기저기두런두런주변을살피며산행을할런지..올한해도형님과함께산행할수있어즐겁고행복했습니다계속행복하시고건강하시고그렇게쭉~~~~가요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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