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러산을오르내렸지만여태’태백산’을접하지못했다. 아름다운설경명소로언론에노출된건수로만따진다면태백산은 어쩌면사바세계의찌든때가덕지덕지하여태백산신께서 그러던차에즐겨이용하는’산방’에공지가떳다. "주목과상고대의어울림이환상적인태백산으로!" 헤드카피를본순간,냉큼꼬리를달았다.곧바로신청했다. 이번엔산신께서입산을허락하실지,혹여길을내어준다면겨울태백산의 그러나푹한날씨의서울을벗어나강원산간에이르는동안 버스가힘겹게해발950m의화방재에올라서자,창밖사정은달랐다. 태백산은도립공원이라입장료(개인2,000원,단체1,500원)가있다. 매표소에서의웅성거림을뒤로하고본격산길로접어든다. 먼저가겠다고행렬에서빠져나와어깨를툭툭치며추월하는 손끝이아리다.손목을덮은재킷자락을걷어시계를봤다.영하4도다. 유일사쉼터안부에이르자,산길은미어터질듯극에달했다. 산객들배낭엔제각각’서울,부산,대구,인천…무슨무슨산악회’가 병목구간에서지체시간이길어지다보니해프닝도연속이다. 어차피예상했던일,現狀의모두를그냥즐기는거다. 주목군락지가막시작되는지점,너른쉼터에배낭을내렸다. 뜨끈하게뱃속을채우고나니사방풍광이제대로눈에들어왔다. 몽환적인주목군락지를벗어나태백산의최고봉인장군봉(1,567m)에닿았다. 하늘에제사를지내던천제단은한민족태초의빛이쏟아져내린곳이라하여 사람들은지친일상에서벗어나힐링을위해산을찾는다. 태백산도지친기색이역력하다.기가쇠해더이상영험함을잃을지도모른다. 태백산의백미인주목과상고대,눈꽃의눈부신향연뒤에 천제단에서당골방향으로한발짝내려서면오른편에비각이눈에들어온다. 단종비각을지나왼편양지바른산자락에망경사가내려다보인다. 하산길이여러갈래인데도산객들은여전히넘쳐난다. 망경사에서반재갈림길까지1.5km구간은눈썰매타기딱좋을만큼 반재갈림길에이르자구수한어묵냄새가사방으로진동한다. 반재에서당골방향으로가파른계단길을내려서면얼음장밑으로 눈꽃축제준비가한창인당골광장을벗어나집결지인제4주차장까지 겨울태백산산행을위한팁!
이는서울살면서한강유람선을못타본것과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서다섯손가락안에들만큼지명도가높다.
그런태백산을,이제서야만나게되니숫제靈山에대한예의가아닌듯싶다.
호시탐탐기회를엿보기는여러번,그때마다피치못할사정으로불발됐다.
한동안접근을허락치않은것이었는지도모르겠다.
그런이유로무대뽀로찾는걸삼가하고때를기다려왔다.
그만큼내게있어태백산은밀린숙제와도같았다.
진면목인은빛설경도덤으로펼쳐주실건지,기대하며길을나섰다.
창밖풍경은설산에대한기대를갖기엔무리일듯싶었다.
응달진산비탈에만잔설이남아있을뿐양지녘은뽀송뽀송했다.
산야는거짓말처럼하얀눈으로,침엽수림은은빛상고대로눈부셨다.
어정쩡하던기분은이내환희로바뀌었다.
버스는화방재에서좀더진행해유일사매표소입구도로에멈춰섰다.
여러대의버스가줄지어정차해끊임없이산객들을쏟아붓고있다.
북새통을이룬도로가에서설산으로들기위한채비를갖췄다.
신발끈을조이고,스패츠를차고,아이젠을걸고,썬글라스를쓰고,
글러브를끼고,비니를눌러썼다.
유일사매표소담당자가부스밖으로나와허둥지둥했다.
단체산객이일시에몰려들어통제불능수준이다.
단체산객에대한정확한숫자체크는어렵고그저리딩대장의
양심에맡길수밖에없어보인다.
은빛세상속으로향하는산객들모습이구도자의행렬처럼성스럽게느껴진다.
눈길인데다가길게줄지어걷다보니걸음은더딜수밖에없다.
매너꽝인인간들이더러있긴하나대체로질서정연하다.
이따끔부는숲바람에잎갈나무에핀상고대가눈꽃처럼흩날린다.
강원산간치곤푹한날씨이나워낙걸음이더뎌땀이나질않아으스스한것이다.
이보다추운날도500m만걸으면땀이나두툼한재킷은벗어
배낭에넣어야하지만,오늘은그반대다.
사길령갈림길에이르러하나둘행렬에서비껴나걸음을멈춘다.
여벌로넣어온다운재킷을꺼내입기위해서다.
화방재를들머리로하여오른산객들이이곳에서합류했다.
은빛산자락에형형색색의산객들이줄지어가다서다를반복하며걸었다.
이번엔왼편유일사방향에서엄청난인파가또다시합류했다.
출근시간대전철환승역승강장을방불케할정도다.
쓰여진리본이매달려있다.겨울태백산은그야말로전국구였다.
전국사투리가시끌벅적뒤섞여귀가멍멍할지경이다.
무리에서벗어나산비탈로앞지르기를시도하는몇몇산객들을향해
여기저기서야유섞인고함이터져나오기도했다.
아무튼겨울태백산의주말산행은인내의내공이요구된다.
한적한산,홀로산행을특히좋아하지만가끔은궤도를벗어나오늘처럼
북새통인산행도맞닥뜨려봐야한다.편식은몸에안좋듯이.
조급함을내려놓으니몸도마음도새털처럼가볍다.
‘살아천년,죽어천년’주목을호위무사처럼사방에기립시킨채,
각자준비해온먹을거리를끄집어내는데…참가지가지다.
밥과라면은기본,과메기에소고기육회까지등장했으니.
태백산도식후경이었던모양이다.
하늘을떠받친고봉들의파노라마에,가슴은절로뻥뚫리고
예사롭지않은자태의주목에서종내눈을뗄수가없다.
꺾이고휘고갈라진고사목에서무량세월이엿보인다.
그렇게한참을넋놓고朱木에注目했다.
이곳엔높이2.9ｍ,둘레20ｍ의장방형제단인장군단(將軍壇)이있다.
영험한기운이서려있다는제단주변은그야말로인산인해다.
태백산의기운을받아보겠다는인파들로북새통인것이다.
기를받기는커녕있던기마저깡그리소진될것만같아
서둘러지척에보이는천제단을향해걸음을옮겼다.
전국의무속인들도영험한기운을받기위해이곳으로몰려든다고한다.
태백산은천제단이있는영봉을중심으로북쪽의장군봉,동쪽의문수봉과
영봉과문수봉사이에부쇠봉,그리고동쪽끝에두리봉을품고있으며
백두대간의허리부분에위치해있다.
긴세월,산은아낌없이지친사람들을위해자리를내어주고보듬어주었다.
이젠산이지쳐가고있다.산이몸살을앓고있다.
하루입산인원을제한한다던가,구간별휴식년제를실시하던가,
어떤방법이던간에반드시치유가필요하다는생각이다.
치유를필요로하는아픔이있다는것을비로소알았다.
이런아픔이한으로맺힌게어쩌면은빛상고대일지도모르겠다.
계유정난으로수양대군에게왕위를찬탈당한뒤억울하게죽은
단종의원혼을위로하는단종비각이다.
변변한묘하나없이구천을떠돌던단종의혼이백마를타고이곳에이르렀고
이를애달피여긴인근백성들이비석을세워산신으로모셨다고전한다.
천제단바로아래8부능선에자리한망경사는조계종오대산월정사의말사이다.
내려다보이는절마당엔산객들로빼곡했다.
커피와컵라면을파는간이매점이있어그러하다.
이곳엔또우리나라가장높은곳에서솟아나는샘물,’용정약수’가있고,
누구나화장실을이용할수있어쉼터로도그만이다.
넉넉한산길이비좁게느껴질만큼…
설질도좋고적설량도적당하고내리막도완만했다.
누구나비슷한생각을갖고있었던모양이다.
도립공원관리소측에서’썰매금지’현수막을곳곳에내걸었다.
너른쉼터엔꼬치어묵에맥없이발목잡힌산객들로북적대고…
이곳에서직진하면백단사매표소,우측으로내려서면당골광장방향이다.
천제단에서이곳까지2.2km,여기서당골광장까지2.2km다.
즉,천제단에서당골광장까지의半,그래서’반재’라나.
계곡물흐르는소리가들린다.당골계곡이다.
계곡바위들은하얀눈을봉긋이뒤집어쓴채깊은겨울잠에빠져있다.
포장도로를따라한참을더걸어,그렇게태백산산행을마감했다.
진면목을제대로감상하려면새벽산행이나주중산행을택하라.
주말산행이라면아예인파도즐기겠다는각오로나서라.
겨울 태백산이 피곤하다.
데레사
2014년 1월 13일 at 5:02 오전
태백산이만원이군요.
아직눈꽃축제기간도아닌데도사람들로발디딜틈이없군요.
사실겨울눈내렸을때태백산이아주아름다우니까모두들
몰려들겠지요.
저도가보고싶습니다.
옛날에무릎성할때몇번다녀오긴했습니다만.
曉淨
2014년 1월 20일 at 3:57 오전
우와~~
우리나라에부지런한사람들이이렇게나많군요^^*..
멋진산행기잘읽었습니다.
참오랜만이지요선배?
정종호
2014년 1월 21일 at 4:11 오전
오랫동안미뤄왔던숙제!!마치심을감축드리나이다…상고대는그야말로예술이네요..안피곤한태백산을..같이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