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가을’을 품다 – 1

(석골사에서운문산까지)

은빛물결일렁이는’영남알프스의가을’,
생각만해도가슴쿵쾅거린다.
버스에올랐다.’1무1박3일영남알프스종주산행’에편승한것이다.
야심한시각,불원천리마다않고밤길을내달렸다.
웅성거리는소리에선잠을깼다.

버스는경남밀양의운문산들머리인석골사입구에멈춰섰다.
사방은여전히칠흙어둠이다.헤드랜턴을켰다.
밤바람이제법차다.바람막이를걸쳤다.

야간산행에앞서복장을챙기는일행들의손놀림이일사불란하다.
안전산행을위해스트레칭하는몸놀림또한다들익숙하다.

저벅저벅,까만길을걸어석골사로향한다.
마치진격명령을받은전사들이연상된다.

계곡물소리가우렁차다.깜깜해계곡의규모는가늠키어려우나
세찬물줄기가바위벼랑아래로내리꽂히는소리다.
석골사앞폭포에이르렀음을폭포수가알려준다.

밀양석골사는양산통도사의말사로운문산자락에자리하고있다.
나무에내걸린법구경한구절이우연찮게랜턴불빛에걸려들었다.


잠못드는사람에게밤은길고
피곤한나그네에게길이멀듯이
진리를모르는어리석은사람에게
생사의밤길은길고멀어라

불현듯내게툭던져진화두이다.
곱씹을수록머릿속이수세미처럼엉클어진다.
내공이일천한까닭이다.

산객들의가쁜숨소리가산자락가득증폭되어퍼진다.
너덜바위를긁고찍는스틱의불협화음역시도를넘는다.
미물들의외침이들려온다.
"숲의고요를깨는무뢰한들"이라고.

계곡을여러차례넘나들던산길은슬며시고개를쳐들었다.
앞사람의신발뒷축만보며얼마나숨가쁘게올랐을까?
서서히어스름이걷히며사물이분명하게눈에들어왔다.
돌무더기가흘러내린까칠한산비탈에잠시배낭을내렸다.

헤드랜턴을벗고,땀을훔치고,목젖을적셨다.
그곳엔누군가가고만고만한돌탑수십기를쌓아놓았다.
쌓다만것도,더러는허물어지기도한어설픈돌탑群이다.

돌탑群을지나면허름한집한채가눈에들어온다.
해발1,000m에자리한구름위의암자,상운암이다.

설악산에봉정암에있다면영남알프스엔상운암이있다.
그만큼해발고도가높아접근이호락호락하지않다는뜻이다.

한줌갈바람이절집뜨락을쓸고지난다.가슴속에도휑한바람이인다.
스님이일궈놓은앞마당한켠채마밭엔가을채소가웃자라있다.

상운암을뒤로하고정상을향해20분정도걸어오르자,
수목들은키를낮추고,때맞춰雲門도활짝열렸다.
운문산정상(1,188m)에섰다.

경남밀양과경북청도를경계짓는운문산은가지산에서분기한
운문지맥의주봉이며,높기로는영남알프스에서가지산(1,241m)다음이다.

운문산은’구름의문’으로드는산이다.청도들녘에서데워진공기가
운문령을넘으면서찬공기와만나습기를머금은때문이란다.
주변에구름과관련된지명들이여럿있는것도이때문이다.

일본열도를지나는태풍의간접영향권에든때문인가,바람이세차다.
운문산과가지산사이를지나는구름의움직임도매우빠르다.
남쪽방향능동산에서천황산으로이어지는능선이아스라이눈에든다.
오늘걸어야할능선이다.

땀이식은등줄기가서늘해온다.
바람막이재킷을꺼내입고서운문산을내려선다.
다음봉우리,가지산을향해….

<계속>

2 Comments

  1. 데레사

    2014년 10월 14일 at 8:53 오전

    그옛날운문산정상에올라서면경북쪽과경남쪽이무슨차이가
    날까하고열심히고개를기웃거렸던생각이납니다.

    영남알프스,억새가장관이었을텐데…..그리운곳입니다.
    무수히도오르내렸거든요.   

  2. 정종호

    2014년 10월 15일 at 9:34 오전

    영남알프스다녀오신건진작에알았고형님의산행기가언제나올라오나목이빠지게기달렸는데이제야1편올라왔네요사징으로만보는영남알프스그래도가슴이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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