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천보산과 천덕산을 이어 걷다

부소산에간간이내리는부슬비
낙화암에서애달피우는소쩍새
고란사의은은한풍경소리
백마강에고요히잠긴달빛
백제탑의저녁노을
규암나루에들어오는돛단배
수북정의봄날아지랑이
구룡평에내려앉은기러기떼

잘알려진부여의여덟가지풍경즉,부여팔경입니다.
그런데결코팔경에손색없는풍경이하나더부여에있습니다.
‘천보산의희귀한바윗길’이지요.(물론지극히개인적견해임)

산꾼들사이에이산의존재감은미미했습니다.
이지역에서조차그저그런’동네뒷산’정도로여겼다지요.

그런데어느날,천보산에’쨍하고해뜰날’이찾아왔습니다.
구름걷히고산뜻하게맑은날이돌아온것입니다.

산전문지’월간山’이2007년5월호에천보산을깨알같이소개했답니다.
이후산꾼들이무시로기웃거리기시작했구요.
‘작지만아름다운산’으로서서히입소문이번져나갔습니다.
이렇게천보산은부여팔경의또하나,’보너스景’이된것입니다.

천보산의들머리인부여군홍산면상천저수지남단에닿았습니다.
버스는저수지옆613번지방도에산객을부려놓았습니다.

산길여덟곳을가리키는팻말이정연하게산객을맞습니다.
날머리로잡은’아홉사리고개’까지7.8km를가리킵니다.

도로에서곧장나무계단을딛고오르면우측팔각쉼터입니다.
이곳에서복장을갖춘후본격걷기에나섰습니다.

미세먼지가낀듯사방이희뿌옇습니다.
불어오는바람은차지않습니다.산객들복장도한결가벼워졌습니다.
이맘때면꽃샘추위가더러심술을부리기도하지만
봄은아랑곳하지않습니다.

채10여분이나걸어올랐을까요.
희귀하게생긴바위들이하나둘눈에들어왔습니다.
여기저기서탄성이새어나오고,한마디씩얹습니다.

"우와,바위가따발총세례를받은건가?"
"아니,바위가골다공증에걸린모양이네"

시멘트에자갈을섞어굳힌거대한콘크리트더미와도같고
또자갈이빠져나간듯움푹패인바위는벌집을닮았습니다.
이러한현상을전문용어로’타포니(Taffoni)현상’이라한답니다.
암석이물리적,화학적풍화작용을받아표면에∪형이형성된것으로
‘풍화혈’이라부르기도합니다.

요상한바위群을지나자,이번엔짜릿한암릉길이펼쳐집니다.
늘어뜨려진로프를잡고서바위벼랑에매달립니다.
휘청거리는쇠사다리를부여잡고서직벽을기어오릅니다.

암릉에서서걸어온능선길을돌아보지않을수없지요.
날선바위능선이꿈틀대며상천저수지로자맥질합니다.
얕은산이라얕봤다간혼쭐날,그러한산세입니다.

산객들은너나없이발그레상기된표정으로로프와쇠사다리가
고루갖춰진,이른바’어른놀이터’에푹빠진모습입니다.
엔돌핀이팍팍샘솟는,참으로옹골찬바윗길을통과하면
언제그랬냐는듯다시편안한숲길로이어집니다.

들머리에서부터겨우0.8km걸었는데벌써정상입니다.
메마른잎을매단나무들이조망을가린곳에’천보산330m’라적힌
이정표가보입니다.몇걸음더나아가면사방이탁트인곳에
반듯한정상석이올려져있습니다.

정상에서남서쪽으로’천덕산’과날머리로정한’아홉사리고개’가,
북서쪽으로’월명산’이뿌옇게눈에들어옵니다.
산색은아직스산하나초목은봄채비에나선느낌입니다.

갈림길(계향산2.55km,삽티고개0.91km)에서삽티고개방향으로
산을내려서면오른쪽으로밤나무밭이나옵니다.
낙엽수북한밭언저리에삼삼오오둘러앉았습니다.
봄을시샘하는진눈개비가잠시심술을부리기도했지만
일행들의호젓한산중오찬을훼방놓진않았습니다.

밭뚝을따라내려서면다시613번지방도와만나게되지요.
도로를따라북쪽으로200여미터걸으면’삽티고개’입니다.
고갯마루에서왼쪽산자락으로들어섰습니다.
묘지와밤나무밭을지나크게유턴하듯방향을남쪽으로틉니다.
이제천덕산방향능선길로접어든것입니다.

길은점점가팔라집니다.슬슬숨이가빠옵니다.
과하게뱃속을채운탓입니다.

273봉을지나금지사갈림길임도를가로질러405봉으로향합니다.
천보산이330m,천덕산이363m이니이번코스중가장높은
봉우리가405봉인셈이지요.
이산에들어고만고만한오르내림에길들여진탓일까,
405봉오르는데마치1,000고지를오르는것만큼이나힘겹습니다.
405봉에서길은월명산과천덕산으로갈라집니다.
월명산과천덕산은금북기맥으로이어져있지요.

405봉을내려서면서왼쪽으로는조금전지나온천보산암릉이,
우측으로는월명산과산아래금지사가내려다보입니다.

상천2리와자명리를잇는’큰낫고개’와’작은낫고개’를지나
‘천덕산343m’라적힌이정표에이르렀습니다.
정상이라하기엔조망이턱없습니다.
지도를펼쳐보니작은천덕산이었지요,좀더진행해야큰천덕산입니다.

낙엽쌓인산길을넋놓고걷다보면삼천포로빠지기쉽습니다.
아니나다를까,큰천덕산인363봉을염두에두고걸었는데
어째느낌이묘합니다.삼천포로빠진듯합니다.

그랬습니다.푹신한낙엽길에홀려버린두발은363봉옆구리쪽
호젓한오솔길로들어선것입니다.
정작이정표가꼭있어야할곳엔없었던거지요.

앞선몇몇산객은이곳에서제대로363봉을올랐으나엉뚱한길로
하산하는바람에다시유턴중이라고알려왔습니다.

아홉사리고개

이렇듯선두와후미,가릴것없이해프닝을연발하며흩어지기도했지만
20분을전후하여날머리인’아홉사리고개’에서모두합류했습니다.
후미그룹은졸지에맨먼저날머리에닿게되었지만
선두그룹은맨꼴찌로들어온셈이되었지요.
세상살이에서도가끔이런반전이있었으면…싶습니다.

아무튼이번산행의압권은단연천보산오름길에서맞닥뜨린
요상한바위와아기자기한암릉길이었습니다.
야트막한산이지만여러봉우리를이어오르내리다보니
종아리가뻐근할정도로,운동량도차고남습니다.

상천저수지(S)-천보산-밤나무밭-지티고개-월명산갈림길-

큰낫고개-작은낫고개-천덕산-아홉사리고개(G)
(이동거리:8km)

2 Comments

  1. 데레사

    2015년 3월 19일 at 2:28 오전

    산은높지는않네요.
    그런데바위가구멍이숭숭뚫린게재미있게생겼습니다.
    바위에골다공증이걸릴일은없을거고풍화작용탓인가요?

    늘안산하시길바랍니다.   

  2. 정종호

    2015년 3월 23일 at 12:23 오전

    아기자기한암릉을오르내리며짜릿함!!도맛보고편안한숲길을걸어도보고월간산에서깨알같이소개할만한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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