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닌 섬, 군산 신시도 大角山 산길을 걷다


여러 섬이 줄지어 늘어서 있으면 列島, 무리지어 있으면 群島.
소싯적 지리 교과서에서 ‘고군산열도’를 알았습니다.
지금은 ‘고군산군도’로의 표기가 우세하네요.
둘러치나 메어치나 매일반이지만.

전북 군산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상에
신시도, 선유도, 무녀도 등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가
둥둥 떠 있습니다. 고군산군(열)도이지요.
그 중 가장 큰 섬, 신시도의 대각산으로 봄마중 나섰습니다.

 


신시도는 이제 섬이 아닌 섬입니다.
바로 새만금방조제가 뭍과 섬을 이어놓았기 때문이죠.
방죽의 총 길이는 33.9km, 세계 최장이랍니다.
한반도 지형을 바꿔버린 大役事지요.

신시도 산 걷기의 나들머리는 신시도 주차장입니다.
산객을 실어온 버스가 여러대 주차해 있는데도 한산해 보입니다.
그만큼 주차장이 대책없이(?) 넓습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산길로 들어섭니다.
봄마중 섬산행인데 산객들 복장은 아직 겨울입니다.
아마도 몇걸음 못가서 모자도 장갑도 재킷도 벗어젖힐 겝니다.

 


쉼터 정자가 있는 야트막한 고갯마루 네갈래길에 다다랐습니다.
199봉과 월영봉 사이 안부, 월영재입니다.
한무리 산객들이 정자 안에서 시산제를 준비하느라 부산스럽네요.
공공 쉼터를 독차지하여 제를 올리려는 모양인데,
글쎄요, 산신께서 곱게 보아줄지 모르겠습니다.

 


갈림길에서 월영봉 방향인 오른쪽 급비탈길로 올라붙습니다.
미세먼지때문에 조망이 산뜻하진 않지만 왼쪽으로
무녀도와 선유도가 흐릿하게 눈에 들어 옵니다.
가야할 대각산도 저만치서 손짓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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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영재에서 월영봉까지는 자연풍화작용으로 형성된 절리(節理) 바위가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지요.
숨 가쁘게 올라서니 월영봉(월영대)임을 알리는 표시목이 보이고,
최치원과 월영대 소개 글이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네요.

신시도에는 통일신라 말기의 문인이자 개혁가인 ‘최치원’의
숨결이 곳곳에 녹아 있답니다.
바로 이곳 월영대는 최치원이 글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던 곳이죠.
글 읽는 소리와 악기연주 소리가 중국에까지 들려 그의 고매한
정신이 대륙을 뒤흔들었다 전합니다.

어쩌면 낚시꾼들 허풍이 선조들로부터 대물림 된게 아닐까 싶네요.
낚시꾼이 잡은 물고기 크기는 골퍼들의 비거리와 함께
양대 허풍으로 꼽힌답니다. 물론 낚시꾼 허풍이 한 수 위지요.
그들이 낚거나 놓쳤다고 주장하는 고기는 어류의 성장한계선을
언제나 훌쩍 넘어 선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한무리의 산객들이 표시목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노닥이고 있는데, 도무지 일어설 줄 모릅니다.
월영봉 표지목 인증샷을 하려는 산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둔감해서 모르는 건지 아랑곳하지 않는 건지,,,

 


저건너 봉긋한 봉우리, 대각산을 향해 월영봉을 내려섭니다.
한량없이 드넓은 하늘은 그지없이 너른 바다를 품었습니다.
여운이 있는 흐릿한 풍광은 마치 쉼표와도 같아 자꾸만 걸음을 멈춰 세웁니다.
해수면에 펼쳐진 김양식장도, 섬을 잇는 교량공사 모습도
섬사람들의 삶이고 내일이라 아름답게만 비춰집니다.

월영봉을 내려서면 새만금 방조제에서 신시도마을을 거쳐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도로공사 현장이 나타납니다. 공사 중인 도로를
건너면 몽돌 해수욕장 입구에 대각산 들머리가 보입니다.

 


대각산으로 들기 전, 잠시 몽돌 해변을 거닐었습니다.
산길 걷다가 덤으로 해변을 걷는 호사도 누려 봅니다.
모래 대신 모나지 않은 동글납작한 몽돌이 해변에 가득합니다.
몽돌을 보니 어린시절 추억의 ‘옥대치기’가 떠오르네요.
손바닥만한 돌(옥대)을 비석처럼 세워두고 몇걸음 앞에서
자기 돌을 발등에 얹어 상대편 옥대를 맞춰 쓰러뜨리는 놀이지요.
추운 줄도 잊어버리고 옥대놀이 하던 그시절이 아련하네요.

그런데 몽돌해변은 온통 쓰레기 천지입니다
우리나라 쓰레기가 일본 해안에서 발견되듯 이곳 쓰레기는
중국에서 밀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제때 수거가 되지 않아 몽돌의 아름다움을 반감시키네요.

 


바닷가에서 다시 대각산 전망대를 향해 산길로 듭니다.
옹골지게 海拔 ‘제로’에서 시작하는 셈이죠.
호젓한 숲길은 아주 잠깐, 금새 사방이 탁트인 능선이 전개됩니다.

“열심히 살다가 별이 된 친구가 좋아 하던 곳입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양지바른 바위턱에 누군가 친구를 위해
하나 둘 돌을 얹으며 글을 남겨 놓았더군요.
소생도 돌 하나를 얹으며 마음을 보탰습니다.

 


겹겹이 절리(節理)된 바위지대를 또다시 맞닥뜨립니다.
잔잔한 해수면, 올망졸망 들어선 섬, 그 섬들 사이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귀항하는 배,,,더없이 평화롭습니다.
산모퉁이가 절개되고 새로이 길이 뚫리고 섬과 섬이 이어집니다.
내려다 보이는 저 신시도마을도 한때는 고립무원이었을 터,
이제는 사통팔달이 되어버린 겁니다.
득에 반해 아마도 잃는 것도 있겠지요.

 


대각산 전망대가 팔을 뻗으면 닿을 듯 바짝 다가섰습니다.
대각산 봉우리에 이르는 암릉길이 훤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등뼈처럼 거칠어보이지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조망에 흠씬 빠져
마치 순간 이동한 것처럼 전망대에 닿았습니다.

 


멀리서 큰 원뿔처럼 보이던 3층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큰 뿔? 그래서 大角山인가?” 근거없는 저혼자만의 생각입니다.
빙 둘러 고군산군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아늑한 포구 뒤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풍경이 그림 같습니다.

 


해무인지, 미세먼지인지,,, 여전히 옥의 티입니다.
흐린 햇살이 장판을 깔아놓은 듯 잔잔한 해수면에 은빛으로 부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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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산을 내려와 논밭길도 걷습니다.
산길, 바닷길, 논밭길을 두루 섭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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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길 지나 다시 월령재를 넘어 신시도주차장으로 원점회귀 하였습니다.
그리고 생선회 대신 생선모듬구이로 허한 배를 채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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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3월 28일 at 6:13 오후

    우와, 역시 먹는것에 눈이 딱 꽂힙니다.
    생선종류가 많고 먹음직하게 구워졌네요.

    이제 고군산열도 대부분이 다리로 연결 되었지요?
    한창 공사중일때 지나치고는 못 가봤습니다.

    • 카스톱

      2016년 3월 29일 at 10:20 오전

      연결은 다 되었는데 개통까진 수개월 더 걸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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