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옛 것 24수

그리운옛것들

1초가집
아담하고포근한초가집앞에서면.
정겨운풍경가득그리운엄마생각
어느새버선발로나와나를안고계시누나

2절구통

김이술술인절미쿵더쿵방아찧어
정지문들락날락주인은흔적없고
애꿎은절구공이만목매이는기다림

3부엌
행랑채옆구리엔땔감이그득했다
겨우내따순정은군불연기피는저녁
군침이입에고이는군고구마타는내음

4창호지문
추분한로다가오면방문단장새로한다
물뿜어뜯어내고단풍무늬풀로붙여
반투명창호지속으로먼저드는햇살이여

5장독
언젠가는흙이었다윤기나는오지장독
멋들어진파격의선일필휘지그린무늬
애잔한가락읊으며꼭꼭눌러뚜껑덮고

6무구덩이
경칩날도싱싱한무땅속깊이묻어두고>
짚으로친친감아지붕까지올려주고
입구는짚다발묶어겨울바람막았었다

7멍석
술익는날이되면들녘이거나하다
멍석하나자리펴고윷판도벌어지고
대소사이야기꺼리멍석올에배여있다

8장맛
말단집가지말고장단집가려므나
해묵은장독의맛앞서갔던음식문화
인품의깊은속내도장맛처럼곰삭아야

9복조리
조리로쌀을일고대보름엔복을일어
담넘어외치면서복을팔던조리장수
세월은무상도하여그림만의복조리

10똥장군
농사에최고라고농부는똥을샀어
집집마다지게지고똥파시오똥파시오
애환의그목소리는꿈이런듯꿈이런듯

11부엌선반
까아만숯처럼타고타는엄마가슴
선반의백자공기엉성한살림살이
바가지닥닥긁어도서슬퍼런아버지

12소
소가우는소리를들은적이있는가?
껌벅이는큰눈에눈물이고이면서
주인을떠나가는날돌아보는그눈매

13쇠죽솥
작두에풀을썰어가마솥에푹푹삶아
더운김쏘이면서쇠죽퍼서소먹이면
왼종일씹고또씹고온고지신하는짐승

14담뱃대
구름과자한모금에시름이날아갔지
길고긴대롱으로담배는연기뿜고
할버지선비정신도담뱃대와사셨었지

15호롯불
할머니옛이야기군밤도익어갔고
헤집으면또나오던바알간불씨곁에
호랑인담배를피고밤은점점깊어가고

16석작의유과
울엄마명절에는유과를만드셨다
삭힌찹쌀납작빚어튀기고꿀바르고
석작에하얗게담겨입이살살녹는유과

17용마름
초가집마무리는용마름을해야한다
옛조상지혜속에미학가득담긴것을
흐릿한기억속에서하늘가는짚풀단

18금줄
한생명이태어날때왼손꼬아만든금줄
대문에가로걸고숯한덩이고추하나
병마야이금줄넘지마재앙아오지말아

19별리
저승에서잘사시오이승삶은마감했소
애탄정이남았거든저승가서베푸시오
한많은이승을란잊고왕생극락하옵소서

20씨앗병
농부는굶어도씨앗베고잔다했지
한생명우주만큼번성하는원리앞에
어느뉘잘난척하며농부를업신여겨

21달걀망태
손으로짚을꼬아아늑한망태속에
동글동글달걀들이사랑으로담기었네
등너머딸네집갈때가져갔던사랑망태

22짚신
하늘우러러부끄럼하나없고
땅을걸어도뉘우침하나없네
우리네삶이라해야짚모자와짚신인걸

23죽부인
묵향가득배여있는아버지사랑채에
오뉴월가로누워한자리차지했던
죽부인세월저건너그리움물고섰네

24키
먼지야날아가라까불까불키질하면
어머니머리위에하얗게날던바람
오늘은왼종일자고우두커니서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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