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손녀 예림 예서에게 보내는 이탈리아 기행

제3차스위스,이탈리아여행

-위대한문명마그나그라이키아-

2007.1.3-1.18

1월3일.영종도-로마
4일.로마-피렌체-모데나-밀라노
5일,밀라노-코모호수-인트라
6일,인트라-스트레샤-스위스국경-루가노-베린조나
7일,베린조나-알프스산맥이탈리아국경-트렌토
8일,트렌토-베로나-로마
9일,로마의아울렛상가
10일,로마오스티아안티카해변-시칠리아팔레르모
11일,팔레르모-아그리젠또
12일,아그리젠또-시라쿠사
13일,시라쿠사-카타니아-타오르미나낙소스
14일타오르미나-팔레르모-크루즈선상
15일,나폴리-폼베이-소렌토
16일,소렌토-파에스툼-로마
17일,로마=인천대한항공
18일,영종도도착

동반자:1,4-10/손영란,요안나,박채현,천종욱
1,10-18:유재원교수외36명

예림예서에게보내는기행문

첫머리에

사랑하는손녀예림예서야
세상은참으로넓고우리가보고있는세계는이우주의모래알만큼도안된단다.
그작은지구촌곳곳에아름다운이야기가숨어있지.
그아름다운무지개빛그리스신화를찾으러세번째이탈리아여행을떠났다.
돌아오는날너희들이좋아하는이야기를많이가져올수있을까?

2007년1월3일로마로가는하늘위에서

로마로가는비행기는대한항공,400명쯤의사람이탔단다.
할머니할아버지가살아온긴시간이파도처럼일렁이며지나가고,우리가탄비행기는한올바람처럼하늘을날아가는구나
하이얀눈덮인산위로..
한국은작은섬하나로구나.

2007년1월4일피렌체비너스의탄생그림

아르노강이흐르고베키오다리가놓인르네상스의도시를두번째왔단다.
지난번왔을때는가장대표적인성당과미켈란젤로의작품이많은아카데미아미술관이랑414계단의종루도보았고,단테란문학가가살던집도보았는데제일유명하다는미술과우피치를못보았단다.
우피치미술관앞에는사람들이길게줄을서있더라.채현이엄마가미리예약을해두었기때문에줄을서지않고들어가보았단다.보티첼리란사람이그린비너스의탄생그림과,레오날드다빈치라는천재의특별기획전을보았단다.
그분은화가,과학자,철학자,발명가이기도하고,비행기를처음거의다만들었던사람이었는데엄마뱃속에들어있는아기그림은요즘병원에서찍어주는사진과꼭같았어.
비행기는요즘페러글라이드와꼭같이생겼고….

보티첼리란화가의비너스의탄생그림은신화이야기에서영감을얻은우피치미술관에서사람들이제일많이서있는그림이래.
하이얀거품에서조개껍질을밟고비너스는태어나지.
바람의신제피로스는바람을만드느라입이불룩하고,봄의여신플로라는꽃을뿌리고있어.키프로스해안에서계절의여신호라이는붉은망토를입고비너스를맞이하고있는멋진그림이야.
비가부슬부슬내렸지.

2007년1월4일성악가파바로티의고향모데나에서

아름다운목소리의주인공파바로티의고향이라는이도시는유네스코에등록된아름다운도시란다.
성당안에는신앙을지킨다미아노성인의돌무덤이있더라.
한국사람들은구경을잘안가는곳이라는데그곳근처에한국에서공부하러오신신부님,수녀님을성당안에서뵈웠지.참반갑더라.외국에서우리나라사람을보면정말반갑단다.
성당에서기도를했지.
우리는늘뭔가를바라고있단다.
큰걱정거리가있는것도아니고,배가고픈것도아니고,집이없는것도아니고헐벗은것도아니지만,우리의소망은끝이없지.
예림이예서가건강하게잘자라길,모든이웃들이행복하길,엄마아빠삼촌,숙모가무사하길,할아버지할머니의여행길이끝까지편안하길기도했단다.
이도시에선겨울에손님이적다고호텔들이문을닫아서멀리밀라노까지잡잘곳을찾아갔었지.

2007년1월5일무지개피는코모호수

그림자가물속에거꾸로서면무엇이나아름다운그림이된단다.
조약돌하나라도다비추이는맑은물,깊이를알수없는잉크빛호수에배버스가떠가고있지.
우리는배버스를한시간반정도탔는데타고내리는호숫가부두에사람도짐도더러는내리고더러는다시탔어.물은물이라좋지만산으로오르는후니쿨라를타고호수를보는것도좋다더군.호수중간에분수가뿜어올라가고있었는데그곳에서아름다운무지개가피고있었어.
호숫가집들은나르시스가되어거꾸로선자기의그림자를보며한가로이꿈을꾸고있는것같았단다.

2007년1월5일호숫가도시인트라에서

마죠레호수라는큰호숫가에는여러도시가있단다.
배버스를타고인트라라는곳으로갔지.배에서볼때우뚝솟은첨탑의교회주변으로옹기종기마을이모여있었어.
성당으로가는골목길에상점들이세일을하고있었지.
인트라호텔에방을잡고세일하는가게를둘러보러나갔는데그동안에가게들이불을끄고깜깜했어.너무일찍상점들을닫아버려차한잔도사먹을데가없었지.호숫가를걷기만하다가호텔로들어갔단다.

2007년1월6일정원이아름다운스트레샤

마죠레호숫가도시중가장아름다운도시야.그곳엔세섬이있는데우리는정원을박물관으로꾸며놓은벨라섬과어부의섬으로배택시를타고가보기로했지.
1600년대에보르메오가문의개인소유였던이섬은아직도그짐안의것이라는데아름다운정원은겨울철엔문을닫는다는군.
그래도배에서보면조각품이랑늘어진꽃들이랑나무들이보였어.섬뒤쪽의거리를걸어보기도하고어부의섬에서떠내려온조약돌을줍기도하며섬주변을거닐었단다.조용한섬을돌아다니는고양이들과맑은물결위로한가롭게노니는오리떼들이너무예뻤어.물에씻긴조약돌도….

2007년1월6일스위스의호수도시루가노

스위스국경을넘어표지판이잘된거리를달렸어.
묻지않고도루가노호숫가의도시루가노시청광장에차를세웠지.주차비는프랑이란그나라돈으로받더구나.다른유럽은유로라는돈을받거든.
배가고파서채연이랑70년전통의피자집가바니란가게를찾았는데쉬는날이래.버거킹집에서햄버거를먹었는데코모호수에서맥도날드먹었던것보다두배나비싸더군.
안토니오성당광장에서군밤을사먹었어.유명한곳은또배를타야한다하고해지기전에베린조나로가기위해서시내구경도대충하고그곳을떠났어.

2007년1월6일베린조나밤을밝히는고성

유네스코문화유산인15세기의옛성이셋이나있는아름다운도시란다.
알프스산속깊이있는작은도시라서해가늦게뜨고일찍지는곳이야.
밤에인터네셔널호텔방에서바라보니꿈의궁전같았어.노란불빛을받아은은히빛나는데하현달과별이더예쁜그림을만들더구나.그런데호텔방값은무지비쌌고,마루에선오래되어삐걱거리는소리가요란하게들려걷기가무척무서웠단다.
미국이나우리나라는호텔에들어갈때돈을주는데유럽에선나갈때돈을받더군.
할아버지는성벽위까마득한탑꼭대기로도가셨지.사진을찍으신다고…초등학교3학년인채연이도쫄랑쫄랑따라가더라.

2007년1월7일하이디의고향알프스산맥

알프스의소녀하이디가살던동네는하이얀눈이덮여있었어.
알프스산맥에는곳곳에스키장이너무많단다.
큰길은너무깨끗이눈을치워두었는데작은길은눈에막혀갈수가없었지.10리도넘는긴터널을세번이나넘으며끝없이펼쳐지는하연눈의세상을보았지.
2000미터도넘는높은곳의호숫가마을에서잠깐쉬며알프스의눈녹은물을마셨어.너무나상쾌했지.까마득한산꼭대기에도높은탑이있는성당을중심으로사람사는마을이눈속에싸여그림엽서같더라.
꼬불꼬불한산길은너무어지러웠어.
예림아,네가할머니에게물었지?
설마제가꿈을꾸고있는건아니겠지요?세상에그런경치가있나요?등대가있고작은섬이동동뜬,찬란한불빛이깜박이는다리가길게놓인바다풍경이정말있나요?
할머니는정말있다고대답했었지.삼천포로가면…
넌아마도또물을거야.
숨막힐듯한높은산,아무도밟지않은하얀눈,눈산이거꾸로박힌호수,하늘을찌르는첨탑과붉은지붕의알프스마을,앞치마입은오늘의하이디가정말있느냐고.
그래정말있단다.알프스로가면….얼른자라기나하려므나.

2007년1월8일다시이탈리아국경을지나트렌토로

정말어렵게이탈리아국경을넘어긴시간운전하여이탈리아국경마을.어느호텔식당에서맛있게점심을먹어도스위스버거킹값만받더군.그리고다시표지판이어려워헤매면서아디제강이흐르는트렌트의베네치아호텔에서넓은방을구해서다함께잤단다.아디제강이흐르는곳,북부이탈리아가톨릭공의회가열렸던부온콘실리오성은정말웅장하더라.도시가장중심에있는두오모성당에는나무십자가에달리신예수님이계셨지.
아침일찍들어가미사를보았단다.늘같은기도와늘같은소원을빌었어.광장의화려한냅튠분수는겨울이라물을뿜지않았어.

2007년1월8일로미오와쥴리엣의도시베로나

옛날에사랑하는청년로미오와아름다운아가씨쥴리엣이있었단다.
그러나집안끼리사이가좋지않아부모님들이둘의사랑을반대했단다.그들은슬프게도죽어갔고그들의죽음으로두집안은화해하게되었다는슬픈사랑이야기가있는도시란다.
시뇨레광장부근의골목길에줄리엣의집이있지.로미오가쥴리엣을불러내던베란다를보러많은사람들이모여들고,수많은사랑편지가벽에잔뜩붙어있단다.이집에그걸붙이면사랑이이루어진다는전설이생겼대.
로마시대의원형극장이도시를대표하고단테의상이서있는광장의안쪽에는스칼라가의화려한묘지가있단다.
꽃인넉장속에계단무늬가있는철책이둘러져있는데,스칼라의뜻은바로계단이라는구나.
명문스카라의집에는시인단테도,화가조토도초대를받았다는군.에르베광장에는많은노점상들이있었어.그곳을그리고있는화가아저씨도..

비가추적추적내리는길을남쪽으로달려예정보다하루빨리로마로왔단다.

여행의일등공신요안나아줌마의운전실력은대단했지.할아버지에게약두시간정도만운전대를맡기고그긴거리를혼자운전하셨어.일때문에하루빨리로마로와서요안나아줌마가경영하시는서울식당에서불고기와김치찌개를먹었어.채연이아빠가사주셨단다.

2007년1월9일로마의아울렛상가에서옷을사다

디자인의나라이탈리아엔예쁜옷이많이있단다.
7월과1월,일년에딱두번만물건을싸게파는세일기간이라는구나.
로마근교의가스텔로마노에서새봄에입학하는예림이옷과예서를위해서는자켓을샀단다.
너희들이좋아할모습을그리며너무행복했었지.잘맞아야할텐데,걱정이좀되기도하고..

2007년1월10일로마해변오스티아안티카옛도시

세상은늘변하고있단다.바다가산이되기도하고지진이나서건물이부서져땅속으로들어가기도하고….
옛날로마의바닷가에10만명이나살던화려한도시가있었어.
바다는점점흙을실어와도시는메꾸어졌고,말라리아란병이몰아닥쳐사람들이죽고,떠나고지금은흔적만남은도시야.
울창한소나무가드리워진해변에옛날목욕탕자리였다고희고검은대리석으로선명하게모자이크그림이남아있었어.
2천년전의이야기가그대로남아있는셈이지.
박물관앞에는커다란항아리가많이묻혀있었는데사람의무덤이라더군.

2007년1월11일서른일곱동반자와시칠리아섬팔레르모로

시칠리아는로마의남쪽끝에있는섬나라란다.세모모양으로되어있는데겨울이없는세계절만있는따뜻한곳이야.이제부턴서울에서온많은사람들과함께공부하는여행을한단다.신화학자이신유재원교수님께그리스이야기를들으려고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과,공부를좋아하는어른들이함께하셨단다.
팔레르모는사계절의거리가있고,왕들의묘가있는대성당은바실리카양식이었지.왕들의돌무덤이있는그곳은아랍사람들의흔적도보였어.
이시칠리아섬은,아랍사람들도로마도,프랑스도,많은나라들이쳐들어와서살다간곳인데그들의흔적을다버리지않고합하여하나의아름다운,새로운문명을만든곳이래.
부끄러움의광장엔옷벗은사람들의조각이너무많아서사람들이붙인이름이래.

2007년1월12일오래된인형극을보며

팔레르모중심가에서인형극을보았단다.5대째할아버지아들손자로이어오며무게10킬로그램이나되는무거운인형들을만들어옆에서조종하면서인형을움직이는극이었는데,구경하는사람도줄어들고만드는사람도적어어쩌면사라질지도모른다는인형극을보게되었지.
극의줄거리는올란도라는청년이결혼하러프랑스파리로가는길에미날도라는또다른청년이나타난거야.그들은한여자를두고둘이서결투를벌였어.
샬로만대왕이싸우려면차라리사라센(아랍사람)과싸워물리치라고말했지.그들을물리치고둘은왕에게큰상을얻게되었지.그러나안젤리카와는둘다결혼할수없었단다.
왜냐하면그들에겐이미아내가있었대.

2007년1월12일신들의계곡아그리젠또

높은땅이라는뜻의아그리젠또에는신들의계곡이있어.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등록된이곳에는20여개의신전들이있는데콩코르드신전이가장허물어지지않았어.
그리스에서멀리떨어진이곳에도그리스의아크로폴리스처럼높은땅에사람들이신전을짓고살고사랑하고,역사를만들어갔던곳이지.
그곳엔사람들의하루하루가쌓였고,신화는땅속으로쌓였지.
세월이느린걸음으로점점사라지는이곳엔신전의아득한기둥마다시간의찌꺼기가흘러내린단다.
할머니는가만히그것들을주워모았지.

그리고거기에그림을그렸어.보여줄게.

2007년1월13일시라쿠사의로마극장

도시가있었던언덕으로갔어.지진으로땅이움푹꺼져있는곳이있더군.옛그리스도시는시장이,극장이,체육시설이,신전이있어야했어.극장에서는시를읽고연극을공연했어.
로마로넘어오며검투사들이칼을서로부딪쳤고사자들과의싸움을즐기기도했었대.
사람이목숨을걸고살고죽는걸재미로보던돌계단에지금은햇빛이밝게빛나고노오란달맞이꽃이바람에한들거렸어.
이제는그만,그만싸우고사랑으로살아라하더구나.

2007년1월13일시라쿠사언덕으로흐르는물

물처럼살수있다면정말좋은걸,
높은언덕위바위를타고콸콸….
쏟아져내려서아래로만겸손하게흐르지.
길도없는데땅속으로숨어들어.
절대로잘났다고뽐내며위로솟구치진않아.
우렁찬소리를낼때도있지만
목마른사람의목을적시고
제갈길을찾아흘러가는걸.
물처럼자연스럽게흐르듯산다면
누구에게나존경받는사람이되지.

2007년1월13일천국의채석장의동굴디오니소스의귀

시라쿠사언덕엔300년동안이나돌을캐내어건물을짓는데쓰는채석장이있단다.지진으로거대한돌덩이가무너지면서아래로깊게파진분지가되어있어.사람들이돌을캐내다가우연히울림이있어소리가크게들린다는걸알게되었지.밖에서들으면더잘들리는걸알게되어일부러동굴을깊게파서정치범들을가두었어.그들이무슨말을하는지밖에서엿들으려고깊이65미터높이가30미터나되는동굴을팠어.그리곤디오니소스의귀라고이름을붙였단다.그속에서가이드아저씨가노래를불었어.“돌아오라소렌트로”깊은울림이있는바리톤은동굴밖으로퍼져나가관광객들과매표원들이멋진노래를부른주인공을보려고달려왔었어.아저씨는성악을전공했던분이거든.

2007년1월13일카타니아출신음악가벨리니

카타니아는1669년,1693년두차례나화산폭발과지진으로파괴되었다가새로건설된공업도시래.
대성당옆수도원건물은유네스코문화유산이라는데특징은화산재를건물의외벽에붙어놓은거야.성당안에화산폭발때의급한모습을생생하게그려놓은1669년의그림이있었어.슬프더구나.그래도다시그곳을사랑하는사람들은

그도시로모여들어산다고하네.
그곳엔19세기이탈리아에서오페라로유명한음악가벨리니가태어나자란곳이래.할아버지도아버지도음악가였던그의집은매우가난하였다더군.그러나거리도극장도집도그의이름을붙이고그를기리는도시가되어있더구나.
해적,베아뜨리체,노르마,등의오페라가그의것이지.
‘인생은짧고예술은길다’란말이딱맞는말이지.

2007년1월13일에트나화산이보이는해변마을

낙소스마을엘레나호텔방에서는파도소리가밤내내들렸어.
새벽에일어나바다를보았지.
짭쪼롬한바다냄새가사람을바닷가로끌어내더군.
모래밭을거닐며조약돌을주웠어.
해는바다위에서몸을추스르며붉게떠올라왔어.
에트나산은하얗게눈을이고있었어.
용암이흘러내린자국이검게드러나있었지.
산근처까지걸어보았어.식사시간에조금늦었더니할아버지가걱정하셨대.

2007년1월13일에트나산에뜬조각달

에트나산의가슴이슬슬끓고있는데
그곳바다,파도가온몸으로부서지고있었어.
들끓는용암이카타니아를몇번이나뒤덮어도
새로운시작을가득담고서
세상것웃는눈으로보고있는너
근심걱정은별빛으로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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