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로찾아간소렌토의호텔은수리중이었다
다시찾아간도심지속의호텔은미로같은구조를갖고있었다.
방을찾기어려우니종업원이안내를해야한다고
별채에방을배정받은사람들은함께따라가야한다고했다
남편은엘리베이터앞에다가가방을두고어디론지가버렸다.
얼마나있다가올지도모르는데사람들이오가는복도에
사람들의통행을방해하며가방을두고갈수도없어
아내는무거운가방둘을끌고엘리베이터를탔다.
꼬불꼬불한정원을지나안내를받은방은맨끝방,계단을올라가야했다.
여행때마다기방을가볍게,노래를불렀지만무거운읽을거리.쓰는도구가무게를더하고
카메라에필름에,남들처럼옷을여러벌바꿔입는것도아닌데하여간무거운짐을
늘지겨워한다.
팔이아픈아내는꿈쩍도않는남편의가방까지두개의트렁크를깡마른호텔여자종업원과둘이서방으로들어올리며늘힘이들때,옆에없는남편이원망스러웠다.
하루종일머리가아프고개운치않던몸이갑자기천근이나되는듯힘이들었다.
뜨거운물을틀어욕조에가득받았다가찬물로적당온도까지식히는데한참이걸렸다.
몸을담그고있는데남편이들어오는소리가들렸다.
아내는참지못하고잔소리를퍼부었다.
"그래,애썼어.금방온다는게그리되었어.미안해’"
라는말을기대했다.
"수고했어."라든가"이젠안그럴게"라든가…
아내가몇마디트렁크를들고온상황과힘들었던이야기로잔소리를퍼부우며어디에갔었던지를
두번째추궁하는그순간에폭풍우가다른게아니었다.
청천벽력같은큰소리로
"누가내가방을들고가라고했어.두고가면되었을것아니야.잔소리는웬잔소리가많아!"
그리고는그의발작증세가시작된것이다.
가방을,옷을,신을패대기치고,누가들으라는둣,있는힘껏소리치고,도저히쉽게사그러들지않는그의병이드디어도진것이다.
그가그렇게발작을하면신기하게도그녀는두렵고챙피하다는생각보단가슴이떨리고혼신의힘을모아그의입을막을수는없을까?,그의팔다리를묶을수는없을까?생각하지만이미그증세에도달하면괴력이발생하여그는아무도못말리는사람이되어버린다.
아무도그에게그런병이있으리라고짐작조차하지못하는천하에온화한표정을가진그가가진이병은과연어디에서온것일까?함께미친년이되어같이부시고던지고했다가는세상이그자리에서끝날지도모른다는생각을그녀는가졌다.
사람들은그럴때정말더심하게발광을해버려한번이라도이겨보라고,그러면그병을고칠수있을거라고했지만,단한번도끝장까지가고마는게두려워그일을시도도하지못하고그국면을지혜롭게넘겨보려애쓴다.
마음이약한아내는질풍노도같은그의발작에눌려,근2주동안의여독으로지치고힘든피로감도잊고,우선바깥의공기에귀를기울였다.
아내는늘다른사람의평가를목에매달고사는사람이다.
단체여행을할때마다그는사진을찍는다고대열에늦을때가많아다른사람의폐가되곤한다.
어떤땐일행이탄버스를놓치고뒤늦게택시를대절해서다음장소로와야했고그럴때마다아내는언제나전전긍긍일행들의눈치를보느라노심초사했다.그럴때도심하게잔소리를하면예의발작증세가나타난다.
요행소렌토에서시간이조금있다고이탈리아세일상품을사느라모두들상가로빠져나가는소리가들렸고방에는사람들이없는모양이다.제발이런상황이다른사람이눈치채지않고조용히지나갔으면좋겠다고아내는기도한다.
그러면서사람들과단체행동을할때그의발작은더욱참지못했던것을기억해내며,사람들이알까봐전전긍긍하는그녀의마음을남편은더욱이용하는지도모른다는생각을한다.
언제끝이날지모르는이상황이만약에그가일부러그러는것이라면그는너무나잔인하고비인간적인것일까?
아내가아프고외롭고힘들때,그렇다는하소연을조금시작할때마다그는아내를위로한다거나다독일줄을몰랐다.
벽력같은고함을질러욱박지르고질풍노도같이화를내어그녀의기를꺾어놓거나,그녀보다더아프다고끙끙대며들어눕거나둘중하나였다.
그는어떤병을가지고있는걸까?
그의발작에질려물속에들어가조용히마음을진정시킨후에바깥에나가언제나처럼망연히산을보고있는그를달래아무일도없는듯거리로나갔다.
그는이튿날도바닷가로혼자택시를타고사진을찍고나중에온다는둥,이소렌토에서바다풍경을못찍고떠날수가있겠냐는둥,인솔자들을힘들게하더니혼자가방을두고아침도먹지않고바다로갔다가버스가떠날무렵에야돌아왔다.
물론가방은또아내혼자서로비로끌어내려야했다.
허덕이며늦게와서밥도먹어야하고무거운가방까지들어내리게하기엔그래도살아온날이너무아까웠기때문이었다.
여행마지막날,로마의하루이다.
비가부슬부슬내린다.아직도소렌토의상처가치유되지않은아내의무거운마음처럼이탈리아전역에비가내리리라했다.
그날은바티칸박물관을단체로보고,남은모든시간은자유시간이라한다.
부모없이혼자온중학생들이많다.그들은로마시가지의지도한장씩을받아각자가비행기를탈때까지오후시간을활용해야한다.점심도각자가해결해야하고…
D시에서온중학생한놈이바티칸에서부터아내에게바짝달라붙는다.
"선생님,자유시간에절좀맡아주시면안돼요?"
아이들이여행와서그냥듣고보아넘기는게안타까워기행문쓰기부터자료모으는법,돈주고기념품사지않고구르는돌덩이하나주워그림그리는법등을그들이스트레스받지않으면서은근히보여주느라아이들과자주접근을했던게화근이었다.
그아이의룸메이트인여행사사장은모든사람을챙겨야하니다큰놈이그것도해결못하냐고혼자해결하라고했단다.
비는오는데남편은콜로세움의사진이찍고싶은모양이다.
아내는다른사람들처럼스페인광장으로가서명품가게라는데를보고싶기도했다.
일행들이함께가자고권할때,
"나는내맘대로할테니너는너맘대로하라"고불멘소리로말하는남편때문에사람들에게먼저가라고말한다.
사실책임져야할아이놈을나몰라라할수도없는게어른의도리였다.
다행인지불행인지그아이에게제일편하게느껴진어른이었던모양이다.
아내는아이를데리고비를맞으며택시를탔다.콜로세움근처의레스토랑으로가달라고택시기사에게부탁을한다.거기까지결정하는데도사실은한참이걸렸다.
베드로성당앞에서먹자느니,스페인광장으로가자느니,결국은나중에만날장소가콜로세움앞이니아예그곳으로가자고결정을내린것이다.
비오는로마거리를보며피자,스파케티등을시켜아이와배부르게먹었다.
따끈따끈하고싱싱한해물이듬뿍든스파케티는먹을만했고모짜렐라가든음식은남편이좋아하지않아아이와아내가먹었다.
비가좀그칠때11유로씩을내고콜로세움을관람했다.
정치가들이관중의시선을다른데로돌리기위한수작은예나지금이나여전했나보다.
엄청난시설에놀랐고5만관중이한까번에질렀던함성을상상하며콜로세움의무대와관중석을돌아보았다.
부부교사라는그아이의부모는용감하게도그를혼자떠나보냈다.
말수가적던그아이에게그래도마음약한아내에게자신을맡길용기는있었던거다.아이가관람료와밥값을내려했지만그의용기에대한상이라고말했다.
그아이에게이런저런이야기를하면서갑자기비가쏟아지는거리에서낡은유적지의추녀밑에비를피하고섰다.
건너편허물어진기둥위에새한마리가초로롱초로롱울고있다.
"너희들오늘가니?비가와서정말안됐구나.로마를잊지말고또와."남편은새가그렇게말하고있다면서아이에게자연이말하는소리를들을수있어야한다고말한다.
그럴싸하게들리는이야기에아내는쓰게웃는다.자연의소리보다옆에있는아내의속이야기나알아들어보시지.새는포로롱포로롱빗속으로날아가버린다.
로마다빈치공항이다.
기획사실장이남편에게카메라충전기를슬그머니내어준다.
그는호텔방에다충전기를두고나온모양이었다.
아내는"그게뭐예요?"라고물었다.
남편은갑자기신경질을왈칵내며"그냥모른척해!"
혼자서해결하려아내몰래그걸찾으려고호텔로전화하고아마법석을부린모양이었다.아느체하지말았어야했다.
로마에서이탈리아북쪽으로함께여행하던O가자기집에두고온가방을들고공항으로나왔다.
O는텍스환급금을찾는걸도와준다고해서함께텍스프리코너로갔다.
무심코건네받은남편이준비행기티켓은아내의것이아니라남편의것이었다.
공항안을달리기를했다.그리고바꾼비행기표에는붉은색의영수증이붙어있질않았다.
땀을빼며겨우찾아내었는데남편은그게비행기탈때는아무소용이없으니그냥넣어두란다.
좀의아했지만우기지못하는아내는영수증을깊숙이넣어버렸다.
그러나비행기안에그영수증이없으면들어갈수가없어땀을빼며줄밖으로나와서다시붉은색의영수증을찾아야만했다.
땀을흘리며비행기안으로들어왔다.
그난리를피우느라너무더웠다.아내는윗옷을벗어자리아래에개어두었다.
그리고책을읽었다가,조약돌에그림을그렸다가,여행의정리를해보느라고눈을감았다가시간을보냈다.
그러다가갑자기여권생각이났다.
어디다두었는지감감하게생각이나지않았다.
벗어둔윗옷엔들어있지않았다.
가방을다뒤지고옷을다뒤지고자리에일어서고의자아래로들어가보고난리를치는데남편은눈에가리개까지하고잠을청하고있다.
"여권이없는데어디다두었을까요?"혹시당신이가진게아닐까요?아까들어올때..영수증찾을때.."
"자기것자기가가졌지.내가왜?"
그는퉁명하게말하며계속눈을감고있다.
"그것없으면못나가지요?"
"그럼"그는방망이를던지듯퉁명스레말한다.
애가타서속이새까맣게되려고하는데남편은느긋이눈을감고잠을청하고있다.
마지막으로아내는아래에떨어진신문지를들썩이다가
"당신바지주머니한번만뒤져봐요."
그는짜증을내고혀를끌끌차며겨우몸을옆으로돌려왼쪽호주머니를뒤져본다.
"아니,이게왜여기들어있지?"
계면쩍게웃으며꼭일부러사람을골탕먹이는사람처럼…아내는어처구니가없다.
아내가어쩔줄몰라하면찾는시늉이라도한번은했어야하지않는가?
O는그런그녀가매번귀엽다고했다.
남에게답답하게보이지않고우습게만보이는게더웃기는일이다.
정신없이그때까지찾으며서둘러댔던게분하고슬퍼서가슴이터질지경인걸아무도공감해주지못한다니…..
그리고다시아무일도없는듯일상으로돌아갈그들이었다.
파도에휩쓸려가는쓰레기조각처럼,철썩이는높은파도한번으로한국면속에휘말려떠내려간,쓰디쓴한사건에지나지않는다.
잊을만하면새로솟는그병도세월이흐르면차차나을만한데
생경하게되살아나새로이생병을앓고그럴때마다솟구치는힘찬파도에
지친아내는날마다시린가슴을다독이고있다.
오늘도,또내일도…
그리고아무렇지도않은듯,바다는힘차게밀려왔다밀려가고
세월은무심하게흘러만간다.
젊은부부한쌍이한국으로돌아오는비행기안에서엽서한장을써서준다.
"선생님,앞으로어떻게살아야할지,결정했습니다.
여행이란여행지의풍경만보는것은아니란것을깨달았습니다.
귀한배움을주신선생님께따스함을느끼며,선생님에조약돌에써주신
시만큼아름답지는못하겠지만예쁘게살아갈것을다짐하며감사함을전합니다."
누가말했던가?
보여지는모습이아름다우면절반은아름다운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