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생일축하전화가왔다.
지난밤은내내여러생각으로짐을설쳤는데
미국에서생일축하전화가왔다.
"내년엔미국에서생일지내셔요.
미역국끓여드릴게요."
생일축하노래를부르며원맨쇼를할때는목소리가큰아들같았다.
미역국끓여준다는말을할때비로소작은아이인줄알게되었다.
남편의생일은오늘이고내생일은내일이란다.
시집오니우리집생일은다음력으로지내는데
남편집생일은시어머니와제사를빼곤다양력이었다.
기억하기어려우니내생일도음력으로바꾸자고하기에
그러라고했더니웬수같이남편의바로뒷날이다.
그러니내생일이란게있겠는가?
어차피미역국한그릇도내손으로끓여야하니잘된일이라생각했다.
그러다아들이장가가고두날을겹쳐아비의생일에밥한끼를나가서먹게되었다.
남의생일잔치에얹혀서밥한그릇얻어먹고는
정작으로늘나를위한생일은없는셈이다.
아니사실은내어머니를위한날이없는셈이다.
왜냐하면생일이란게낳아주신부모님을기억하는날이기도하니까.
내아버지는당신의제삿날은잊어도좋으니당신의생일날은꼭기억해달라고하셨다.
병처럼생일이오면나를낳아주신엄마생각으로밤잠을설치게된다.
그리고회한과그리움과잦아드는내존재자체에대한불만으로가슴을떤다.
왜이것밖에되지못했을까?
날마다뒤지고있는,고물로돌아가고있는,
건망증에시달리며하루하루망가지고있는나자신이서러워
문명인의범주에들어갈수도없는나를안타까워하였다.밤내내.
아니,그냥좋은부모로기억되지못할것같은서러움과불안감이더컸다.
내부모는늘내게따스한빛으로기억되고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