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지2

07년8월16일

아침일찍김영임씨는딸과함께수술실로갔다.
귀를찢지않고귓구멍으로수술이가능했다고오후에퇴원을한다고신나게말한다.
좋겠다.금방퇴원할수있으니…

회진오신이동기박사는오후에내시경을하자고
수치가좀내려갔으니가능할것같다고한다.

내시경실로갔다.
전신마취를하고담도의돌을두개나제거했단다.
수술이잘되었다고…
그러나늦었으면큰일날번했다고…
화농이심해플라스틱관을심어두었다고말한다.
배는무겁고통증은너무심하다.

윤인환의사는정말따뜻한품성을지녔다.
그는아직레지던트인데내아들나이만한젊은의사다.
어깨도따뜻이어루만져주고아픈배는관때문일것같으니
조금만기다리라고..
최선을다하고있다는표현이그의눈과따뜻한손에서느껴진다.
이두연박사와동기라면서요?
"동기는제가동기인데…."
성격이분명하고활달한것같은주치의이동기박사는정확한시간에회진을돌며
설명해야할부분을짚어주신다.
좋은의사들을만난것같다.

오후에회진을돌던박의사가갑자기남편을보고관계가뭐냐고묻는다
"무촌인데요…"
"따라오셔요"
남편은조금겁먹은얼굴이된다.
난’죽을병인가보다.
하늘의뜻이라면어쩌겠는가…’내앞에서말못할큰병을가졌어도겁내지않으리라마음먹는다.
그러나조금불안한마음으로기다렸다.
복도끝에있는내병실과간호원실은평소에는짧은거리였다.
그복도의거리가그렇게길게느껴지는건처음이었다했다.남편을간호원실에있는컴퓨터앞에앉으라고한의사는
내시경시술을한사진을보여주었단다.
어떻게시술을했고얼마나곪아있었으며어째서
플라스틱관을심어두었는지설명을하려고오라는것이었단다.
후유–
의사는그런것을환자앞에서못할말을할것처럼
불러내었으니나도남편도순간적으로놀랬다.

07년8월17일금

통증은계속가시지않고다음주쯤에나담낭을제거하든지
갈아앉히든지결정을하자고한다.

이른아침,아픈중에도복도에나가2803호앞에놓인
꽃바구니에물을주며시든꽃을따내고손을본다.
꽃을전해주면그뿐,아무도그꽃바구니의꽃들이목마른지어떤지엔관심을갖지않는다.
고개를숙인시든장미는뽑아서꽃잎을따서접시에담아두었다.
생로병사의인간사를사람이어찌하겠는가?
모든건자연의이치인것을….

들은이야기로는그병실의주인공은병원장이라한다.
많은화분과꽃바구니들이그걸말해준다.
제약회사,의사들의단체에서보내온화분들…
쾌유를비는많은사람들의기도가담겨있다.
수간호사선생님이천주교인이라고친절하게다가온다.
"후덕한분과함께입원하니행복하군요
이렇게아름다운꽃을향유할수있다니…
더구나병실에서…이꽃냄새때문에
병실문을닫을수가없어요."
혹시나위화감을주지나않나조심스럽다고하신다.
"아니요.위화감이라니요?간호사실앞이랑이복도의꽃때문에환자들이얼마나기쁜마음이될텐데요…
그렇게살지못했지만이런혜택이라도볼수있는건행운이지요."
조금있으니간호사실앞의복도에대형화분이몇개더놓여있었다.
아마도나의칭찬때문이었으리라.
칭찬은고래도춤추게한다는데….

동양란화분을배달온꽃집아저씨가간병인을보고말한다.
"나중에이화분들,다어떻게할건가요?"
"왜요?다병원에두지요."
"아니,필요없으면제가다시사가려구요."
저못된상혼이라니…지금아픈사람의병실앞에서
꽃배달을온사람이할소리인가..
간병인이뭐라고하자멋적은얼굴로가버린다.

남편은일이있다고삼천포로가고아들이밤에병실을지켜주었다.마침옆침상에는아무환자도없었다.
더든든하고따뜻했다.
자상하게부축도해주고…
많은이야기를나누었다.정말로오랫만에…
아픈것이축복인일도되는거라고혼자쓴웃음을짓는다.
오후에회진온이동기주치의가외과로모든자료를넘길것이라한다.
아직나이가있으니문제가있는쓸개는미리제거하는편이나을거라고

윤동식박사가다녀가며월요일수술시간을비울테니준비하고있자고한다.매우시원시원한분같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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