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지 4

07년8월21일

가만히누워서움직이지도못하고정신은멀쩡한데소변을누워서해야만한다는건정말큰고통이다.
아침에온이아란의사는피가많이새었는데도말하지않았다고야단이다.
옆구리가척척하도록피가배어나왔다.
시트와옷을다갈아입고결리는옆구리를견디며
일어나서걸어야한다기로안까님을쓰고일어나서본다.
일상사처럼의사가회진을돌고
끼니때가되면죽을담은식판이배달되고
그리고대여석알의약이배달되고,
간호사는주사약을갈아준다.
약한혈관이부어오르면땀을뻘뻘흘리며혈관을찾아헤매는간호사를보는것도고통중의하나이다.
혈관떄문에더오래병원에있을수도없겠다.
그래도수술을끝냈으니다행이다.

07년8월22일

보통담낭을떼어낸환자는그날이나이튿날퇴원을시킨다고한다.
그난리를치고수술을했던나는쉽게퇴원을시킬수가없어
두고봐야하겠단다.
혈관을찾기가힘이들고오래있어보았자꼭같은처방에
꼭같은약을주고,의사는이제모두내게달려있다고했으니열심히운동을할밖에없다.
옆구리에봉합을못한곳의심을빼어냈다기로죽자고걸었다.
밤에도잠이오지않으면걷고낮에도걷고…
저녁에회진온이아란의사에게
"세시간걸었어요"
했더니
"내일퇴원시켜드릴게요.너무무리하지마셔요."
한다.그녀는묵주알을굴리는나를보더니천주교신자냐고물어보고는그이후부터사무적인딱딱한태도에서벗어났다.
주치의는내일아침에한번보고결정해준다고한다.
퇴원할때까지견디려고애를썼는데또혈관이부어주사약이들어가지않는다.
한바탕실랑이를벌인끝에겨우혈관을찾다.

07년8월23일

퇴원허락이떨어졌다.
며느리가예림이랑함께와서퇴원수속을도와주었다.
이천까지가면병원을다닐수가없으니당분간병원도다니고하려면도우미가있는아들집에서한2주간신세를지기로한다.
예림이는할머니랑함께지내게되었다고신이났다.
오전에나갈수있으려나했는데두달치약을타고
어마어마하게나온병원비를내고내과와외과에예약을하고
피를뽑고,소변검사를또하고,그랴서결국그맛없는병원죽을한번더먹고퇴원을했다.
일주일후에외과외래를와서수술부위를보고,
또다음일주일후에또다시전신마취를하고담도에있는
플라스틱을제거해야한다.
그때까지는계속죽을먹어야하고…
한동안수술한부위가결리고,더부룩한증세는참아내야할것이다.

***병실주변의일들***

환자1

위암환자.
연세드신영주에사시는할머니인데1인실을쓰신다.
소를키우며노부부가3남2녀를잘키워냈다한다.
자식들은기반을잡아서울에서잘살고있다
자식들이좀쉬러오시라고해도소때문에,농사때문에
단하루도쉬실줄을몰랐다했다.
키운농사를자식들에게들려주는재미로…
소를키워큰돈을이자식저자식에게
들려주는재미로…
간혹배가아파도소화제로넘기다가
지금병원에왔는데수술도못하고오늘내일이란다.
딸은큰오빠가낳은다섯명의아이까지도원망했다.
4살짜리푸름이는우리병실까지맨발을벗고와서
재롱을떨었다.
할머니는얼마나이손자들이예뻤을까?
그들에게줄양식을대느라고더바쁘셨을것같다.
결국할머니는영안실로옮겨졌다.
"어머니들,제발참지마셔요.참느라고병을자꾸키우신다니까요"
또혈관을바꾸려고온간호사선생님은진땀을빼며
겨우찾은얕은혈관을찔려아파하는나에게
아프다고소리를질러도좋다고한다.

환자2

역시연세드신부자할머니이다
치매를앓으신다한다.
"아줌마,아줌마!"
간병인을부르는불호령이아주자주복도로새어나온다.
딸들이먹을것을들고와서
"아이고,우리엄마.엄마딸왔어!"
하니
"저년좀치워줘,아주못됐어!"
간병인을두고하는말인것같다.
"그래,엄마치워줄게"
딸들이말한다.
24시간근무인간병인들은잠을못자늘충혈된눈으로피로하다
그녀들은간병인을어디좀나가서눈을붙이고오라고한다.
그동안그들이엄마를볼작정이다.
열린출입문으로휠체어에탄할머니가보인다
꼬장꼬장한성격의할머니인것같다.
딸들은병원에서나온식판을물려둔채,자기들이해가지고온음식을연신먹이고있다.
‘저러다간병인이밤내혼나지.’

아니나다르리.
이튿날할머니방에서새어나오는냄새는장난이아니었다.
그병실앞으로걷기를포기해야할만큼….
분홍색얇은내의가늘병실에걸려있는이유를알것같았다.
저렇게는늙지말아야할텐데…
그걸누가사람의힘으로알수있겠는가?막을수있겠는가?

환자3

마산사람간병인이끄는휠체어를타고자주운동을하시는
85세의할머니.

아들내외를교통사고로보내고두손자손녀를돌보신다했다.
교통사고의보상금이많았던모양으로간병인까지두고
오래병실에계신다.
달팽이관의이상으로노인이라오랜시간요양이필요하다면서…
25세의손자가장가가서아이를낳을때까지사시겠다는의지의할머니…
며칠뒤에는걸어서운동을나오실만큼쾌활한분이다.
간병인은내남편이마산사람이라고복도에서만날때마다
반갑다는인사를한다.

환자4

왕년의남덕우씨.
그분이내병실맞은편2801호실로왔을때
내가가르쳤던그분의손녀딸남유미생각이났다.
‘그아인지금어떻게되어있을까?’
비서가알려준바에의하면바이올린전공으로연세대를
나와지금은국민대대학원을다닌다했다.
앞으로교수가될목적으로…
참많은세월이흘렀구나.왜늙지않았겠어내가…
"유미를가르쳤었나요?
전화는서로아셔요?"
"네,유미가아주어렸을때,잠깐글짓기를가르쳤었지요."
시도조랑조랑잘외우고아주총명한아이였어요."
"연락해드릴까요?"
"아니요.소식을알게된것만도행복한걸요."
그분의병실에는아직도왕년의장관들이다녀갔고
그리고무슨검사를받으셨는지금방퇴원하셨다.

환자5

태백에사는윤화자씨.
나와병실을같이쓰는두번째환자다.
아무이유없이열이오르고발진이나면가려워참을수가없다고한다.
태백에서며칠을치료해도효과가없자서울로올라온것이다.
태백병원에서는원인만알고오라했다한다.
천안에사는딸이꾀돌이라는네살박이아들을데리고낮동안병실을지킨다.
바쁜아들부부를위해손자들도보아야하고집도지켜야하는데쉽게퇴원하지못할것같단다.
왜냐하면여기서도왜열이나는건지원인을찾기가어려워신촌세브란스로피를보냈다한다.
많은의사들이계속와서같은질문을하고있다.
뭘먹었더냐?어디로간적이있냐?
밤이되어딸이가고나면혼자서훌쩍훌쩍울고있다.
차라리나처럼썪었거나말거나확잘라버리면되는병이아니니답답하긴하겠다.
아들이,딸들이,남편이다녀가며가족들간의돈독한유대를보여준다.
세딸들의사위들도안부전화를계속묻고있다.
아플때가족사랑이더욱깊어지는것같다.
내가퇴원하는날,
6인실로가서결과를기다려야하겠다고한다.
2-3일정들었다고그녀의아들딸들이복도까지나와서
얼른회복하라고인사를한다.
나도같은인사를나누고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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