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2
아침산책길에꼬부랑할머니한분을만났다.
하얀고무신에작고붉은들통하나가등뒤로들려있었다.
땅으로꼬꾸라질듯하면서도빨리도걸으셨다.
먼세월건너시어머니가그곳에계셨다.
시집가던해56세이시던시어머니는
아침에만난꼬부랑할머니처럼허리가굽으셨다.
귀하고귀한손자를업어보고싶으셨지만
꼬부라진허리때문에도저히업어보지못하셔서
평생속상하셨던분이셨다.
시장통을한바뀌돌고돌아오는데
또그할머니를만났다.
조금무거워보였던등뒤의붉은들통이비어있었다.
"할머니어디갔다오셔요?"
가까이다가가서여쭈어보았다.
"굴을팔고오는길이오."
손에는꼬깃꼬깃한오천원짜리가한장들려있었다.
"그리빨리팔고오셔요?조금전에가셨잖아요."
"한푼덜받으면빨리팔지요.내손으로깐거니까…"
한푼덜받으면……
할머니의말씀이긴여운으로남는다.
자식들은그런것한다고속상해한단다.
간호사일을하는딸의아이를돌보고용돈을좀받기는하지만
낮에틈틈이굴을까모으면
새벽에아이가잘때,잠깐가서조금만싸게팔면
운동도되고용돈도생기고…
그래서자식들이말려도몰래몰래이일을계속하신단다.
이야기를하시고는그래도힘이드시는지길가에놓인낡은의자에
털썩앉으시며좀쉬다가가야겠단다
삼천포의아침시장엔이런할머니들이
장바닥에앉아서따뜻한팥국수한그릇에아침끼니를때우고
용돈을벌고계신다.
사람사는세상의온갖모습들이만화경처럼
색색으로보이는아침시장…
이야기는내일도계속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