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진주
북극을함께갔던친구부부가삼천포를찾았다. 남강다리는물속에박혀처연했고 가을나무는그림자만실루엣을그리고있다. 미망의둥근달은어릴적꿈의시간들을 그곳에다풀어놓았다.
"촉석루"
그현판글씨를쓰신대가는
내아버지를존경했었다.
아버지의행서는아무도따라가지못한다고…
그행서병풍을내가갖고있다는건
죽어서도자랑이리라.
논개가묵었던의암바위는이제이쪽바위와거의붙었다.
그남강모래사장에엄마를따라빨래하러왔던기억
큰드럼동에김이슬슬나게양잿물풀고빨래삶아주던
가난했던여인네생각이난다.
엄마가빨래를하는내내
모래성에꽁꽁묻었던꿈의파편들은
이제세월건너사라져버렸는데
촉석루기둥뒤를돌며숨바꼭질을하고
개천예술제전날밤
그때그유등이흐르던남강변에는
화려한문명의불빛이그자리를메우고있었다.
서장대를오르던언덕길.
목을늘이고기다리던친구는이제그곳에없다.
그녀가기다리던집도없어진지오래다.
다만영남루높은누각이출입구를가로막고
입장료를받는풍경으로바뀌었을뿐…
그래도진주는내고향
내가영원히사랑할마음의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