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공룡발자국이있는고성상족암을지나

고성에있는서울병원장례식장을찾았다.

‘하루도쉴날이없군.

난아직환자인데..’

속으로짜증이났지만서울서온친구도따라나선다는말에

입으로나타내지는못했다.

돌아가신분은사촌시누이인데

아직70이조금못된연세이다.

두다리를못쓰면서도속병은없어기어다니며

남편시중을들던극성할머니였다.

심장마비였는지아침을먹자고하니갑자기축늘어지더라고…

시누이의남편은작년에105일이나병원신세를졌던

아내보다병은더깊었던분이시다.

죽음에순서가없다는말이실감났다.

병원영안실엔망자의남편은안계셨다.

아들다섯,딸하나영안실은그득했다.

꽃한송이,부의금,향을피우고..

형식적인절차는끝이났다.

그젊은이들은서울에살던우리를잘알지도못했다.

어릴때남편을좋아했었다는시누이의남편을보러

시누이집이있는기월리를찾았다.

망연히마루에앉아’종욱이’라는남편의이름을듣고서야

만면에밝은빛을보인다.

"간밤에아들중단한명이라도,며느리나,딸중누구라도

내옆에좀자주기를바랬는데

아침이되도록말한마디할상대도내겐없고,

병원에만모두다가있네그려.

난대화상대가필요한데…

마누라는죽었는데안고프던배는왜이리고픈지…"

쉬다가잇다가답답하도록힘들게이어가는말을듣고있으려니

마당에서천리향냄새가진동을한다.

자식들이다나가버린쓸쓸한공간을

그나마나무들이그득하게정원을메우고

꽃을피워향기를내는구나.

망자의남편은고성에서는문장좋고글씨좋아존경받는분이셨단다.

그런분이짜릿한노인냄새를풍기며지금원초적인욕구를갈망하고있다.

마누라는죽어아직땅에도묻히지않았는데….

많은생각을하며천리향작은꽃을따서종이컵에담았다.

"하선생.눈밝을때는나당신시집몇번읽었어."

흐릿한기억더듬으며안까님으로대화를이어가는

대화상대가아쉬운그분을뒤에두고

햇빛다사로운마당을나왔다.

어느날엔가다가올우리의운명에

뭉클해오는가슴을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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