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엠이회지를낸다고청탁을해와서써준글이었는데지금보니읽어볼만한것같아남의방에서다시옯겨본다 최근우리부부는계획없이친한부부와지리산등반을한적이있다. 미국생활10년만에천신만고끝에사고무친인머나먼미국알라바마에식당을차린아들녀석의가게가1년반만에홀랑타버렸다한다. 지금우리는서울을떠나한적한시골에서조용히살고있다. -하태무-
사계절이아름다운대한민국의국민인것,ME부부로살고있는것.
재미있는드라마,눈이소복소복내리는날,별빛쏟아지는밤하늘,맛있고풍부한물을실컷마실수있는것,배우자가존재한다는것,친구를만나서수다떠는시간,향기로운커피한잔,좋은책을읽을때,감미로운음악감상,맛있는것먹을때,맛깔스런요리를만들때,만남의방에서마시는자판기커피,비싼옷싸게산일,함께하는산행길,등등….
물질적풍요아니라도얼마든지행복한일이많다.
여수가고향인그부부가고향집으로자러간사이,우리는돌산근처의어느모텔에서문단속을잘하고밤을지냈는데일어나보니밤사이도둑이들었다.
핸드폰,인감도장,여행경비가들어있는남편의바지를누가걷어가버린것이다.
갑자기떠난길이라남편도나도단벌이었는데마침차안에있던여벌의내바지하나가너무행복했고,내바지가빠듯하게남편의엉덩이께라도들어갈수있게뚱뚱해진내몸에도행복했고,그나마자동차열쇠와카드를도둑맞지않은것도행복했다.
무엇보다둘다몸상하지않고무사한것도얼마나행복했는지…
모텔주인이그나마기름이라도넣어가라고몇푼을물어준돈으로여수시장에서싸구려바지하나를사입고식당에서장어국밥까지사먹은후.내친길에부근의남해금산구경까지했는데나중에여수의어느골목쓰레기통에서계속핸드폰우는소리를듣고지나가던행인이주워서여동생집으로전화를걸어주었다고했다.
우연히여동생에게전화를걸었더니놀란목소리로어찌된일이냐고물었다.
어디선가사고를당한게틀림없다고,서울사람이웬여수쓰레기통에서바지가나온거냐고하루종일초죽음이되어찾고난리를피웠다는데,살아전화까지하는오빠가얼마나고맙고행복했을까.그날은사람이살아있음에대한소중함을더없이느낀날이었다.
처음시작하는놈이무슨돈이많아서보험을많이넣었겠는가?최소한으로허가가나올정도로만넣었기에보험금도쥐꼬리만하게나올텐데웬놈의조사는수도없이나와서다시가게를차리는데얼마나한세월이걸릴지도모른다한다.
그런데도손님이없는한밤중에불이난것,사람한명도상하지않게된것,놀래지않고불을다끈뒤경찰이알려준것만도정말고마운일이라면서…
준비기간동안실컷자기도쉬기도해볼거라면서속끓이지않는내아들을보고서도나는행복을느낀다.
사람들은쓸쓸할것이라고말한다.
사실은대중교통이자주없어매우불편하다.그러나알밤이떨어지는소리,낙엽구르는소리,은행잎이일시에떨어져내리는모습,까치들의발자국소리,청솔모와까치들의싸움,다람쥐가마당을구르는모습,발만디디면산을오르는즐거움,산속에서만난부엉이한마리,하얀눈이내릴때의숨막히는아름다움,벽난로에서나는탁탁튀는불소리와고구마익는냄새등등…이런자연적인것들과날마다함께할수있다는것은분명은총이라생각되며이웃에서주는군내나는김치한조각에도얼마나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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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전염병과같아서내가행복하면내배우자,내자녀들도행복하고,내이웃도함께행복해지는것을우리는잘안다.
우리의삶이로맨스,환멸,기쁨의주기속에늘놓여있기는하지만환멸의터널로들어가려할때재빨리내가가진행복의요소를하나하나들춰보는것은환멸의시기를극복하고행복한상태에머무를수있게하는지혜가될것이라생각한다.
세계한민족작가연합
200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