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떠나는 일

한심한일이다.

역마살이집힌사람이라생각하지만

어디를떠나려고하면정말어찌할바를모른다.

오랫만에막내를보러가는일도그렇고,

북극을다녀왔으니남극을가는일도의미있는일인데

두고떠나는일이왜이리복잡한지모르겠다.

혹시나운전할일이생길까봐국제면허증도만들어가야하고

남아있는아들이힘들어할까봐

잡다한집안일도다마무리해야한다.

1월16일날칠레산티아고에서남극여행팀만나려면

여행사직원과미팅도가져야했고

여러사람들에게작별인사를하지못해도

소리울동네사람들,삼천포,남해사람들께다녀온단말한마디는해야했다.

인터넷,전화는끊고,냉장고는비우고….

막내는애비를닮아유난히바다것을좋아한다.

쥐포에미역에,개불에미더덕에,7년만에임신한며느리는

쑥인절미를좋아한다.그걸얼려서갖고간다.

엄마표곶감에,엄마표무공해고춧가루까지싸는짐이라

짐이만만치않다.

냉동을시켜가지만잘통과될지도모르겠다.

게다가남극은춥다며엄포를놓아서두꺼운양말이랑

장갑만도한보따리다.

정말로다두고떠나는날엔빈손으로갈것인데

살아있다는건결국은복잡한거로구나.

복잡한걸사랑으로알면,그것이살아씨다는거로알면

모두행복하겠네.

큰아이가영종도까지데려다주고봉투를건네며,

"얼마안되요.잘다녀오셔요."

고마워눈물이핑돈다.

"무얼이렇게무겁게갖고다니녀요?"

별말없이영종도까지데려다주면서

걱정하는말.

그래,이런맛으로살지.

그리움,기다림,

성가심은사는일이다그래서그런거다.

짐을싸는일도….

—영종도공항14번게이트에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