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가게 기모노

이곳은멀고먼알라바마버밍햄,280동쪽그레이스톤언덕입니다.

기모노란일본식레스토랑인데불이나고새로꾸민아들가게의내부이지요.

커텐은한국에서가져간마천이고,왼쪽뒤편은칵텔코너.막대가죽죽서있는건대나무

자세히보면잔가지에싹이나있지요.가짜지만.

오른쪽끝에라운더로둘려져있는곳이스시바.쇼케이스에싱싱한재료가담겨있지요.

스시바뒤켠에노랗게펼쳐진황실풍의기모노한벌이걸려있고,기모노왼쪽은

조용한룸이두개.묶어둔커텐사이로살짝보이는방입니다.

기모노만뺴고이모든비품들은모두한국에서공수했던것

걸맞는물건고르느라많이바빴었지요.

소리울근처에있는이천이도자기고향인것너무좋았지요.

이곳의모든그릇들이예술품일수있는것은이천덕분입니다.

내아들은쇼케이스오른쪽에서서하얀모자에검은앞치마를두르고스시를만들며

앞자리에앉은손님과대화를나누기도하고…

우리도대개이바에서먹는데앞치마두른걸처음본날참많이도울었지요.속으로.

우리나이의누가아들에게앞치마입게하려고미국까지유학보냈겠어요?

그래픽을공부하겠다며미국으로떠났던아들은아이엠에프에한국이몸살을앓을때

학비를부쳐줄수가없어돌아오기를권하자,

혼자어떻게해보겠노라며학비는이제그만부치라고하더군요.

그리고일본식레스토랑에서알바이트를하며치열하게공부를해서졸업을했어요.

사람의한평생의운명이바뀌는건참으로순간적인일인것같습니다.

그가그일을하면서평생직업으로마음을굳혔나봅니다.

유학을결정할때,별반대를않았듯이이일을하려고결정할때반대하지않았어요.

어차피삶은스스로의몫이거든요.자기가좋아하는일을하며사는것아니겠어요?

그가배운일이그림이지만그감각으로예술적인음식을만들수있을거라믿은거지요.

혼자서가게를빌려기술자들과씨름을하며손수가게를꾸미고메뉴판을,로고를작성하는일,

모두그가배운공부가경비도줄이고다른가게와의차별화를만들어냈지요.

그러면된거다.삶의지혜란내공에쌓여있어야나오는거지.배운걸꼭거기에만써먹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을강요하진않았습니다.

잘나가던가게가불은왜나요?글쎄.일년남짓되어가게는불탔고,

잠자다가새벽4시에소식을듣고뛰쳐나가날이훤하게밝을때까지며느리랑두다리를뻗고펑펑울었다지요.

한국에있는부모에게는숨기면서..

한달이지나서야에미의꿈이자꾸뒤숭숭하여이상한예감으로

아들의친구에게전화를걸어겨우그소식을알아냈습니다.

없는돈으로가게를차리느라보험을제대로넣지못했던아들은또일년의시간을보내면서

고생끝에위의가게를다시꾸밉니다.

그러나이젠미국이불경기라처음가게를열었던것만큼원활하게돌아가지가않는모양입니다.

불난가게가잘된다는말,불처럼다시잘일어난다는전설은한국에서만통하나봐요.

아니면축처진마음을그런말로희망을주려고만들어진말인지도모를일이지요.

아들도그말을조금은믿긴믿었나봅니다.속담이주는맹점을알아차리기엔시간이너무모자란걸까요?

아니면잘되었으니까손님이일년이라도기다려주기를바랐던걸까요?

이럴줄알았더라면그냥가게를반으로줄이기라도할걸..후회는늘늦은순간에오는것아니겠어요?

오는사람마다이렇게맛있고분위기좋은집은처음이라대접받는느낌이라는데도

워낙어렵긴어려운모양입니다.직원을줄이고최소한의인원으로노력에노력을하고있어요.

이런아들을쳐다보는아빠와엄마의시각은차이가많은것같습니다.

젊어고생은사서도한다는데이만한고생극복해야지.이나이에혼자가게를꾸리는일도장한일이야.

더구나남의나라에서.다까먹으면남의집에들어가둘이일하면되지뭘걱정이야.

우리가젊었을때보다백번나아.아무걱정도없이아들이장하기만한아빠.

엄마의마음은안타깝기만합니다.

손님이많은날은아들이너무피곤한것같아안타깝고,

손님이없는날은저러다가금방망해버리겠다는방정맞은생각에힘이듭니다.

"엄마최선만다하면되요.설마굶어죽겠어요?"

늘씩씩하게저보다못한이웃들을걱정하며,보낸홍삼가루나영지버섯같은건강식품들을

아픈이웃에게나누어줄줄아는그는오늘도야채가게로가서싱싱한재료들을구합니다.

"엄마아빠가오시니이리좋은걸…"

좋아하는한국음식가져간몇가지에도행복에겨워하는그가얼른극복할수있게되기를

가만히기도합니다

속에오이가많이들어가신선한맛이있는고기롤

멋져보이는컵을사러돌아다닌기억이생생한마티니잔

문어랑게살이랑해물칵테일

다양한스시와유리잔의건나도모르는..

이도시락은일본사람들이정초에서로한해의건강을기원하면서먹는

우리의떡국같은건데,

향수를달래며먹으려고일본레스토랑에서주문한대요

그믐날집에서만들어신년새벽에도착시켜야하니까많이힘들었다고..

금년엔엄마가도와주실테니걱정없다고말하네요.

어리바리하다고잔소리할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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