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여행(산사체험)

**심심하여오래된글을뒤지다가한편잘라올립니다.

지루하신분들은그냥지나가시고…

사진은파일이너무커서초심실력으로올리지못합니다

구름여행

추석지난가을날구름여행을하기로한다.

다니던아카데미의오래된회원들과함께…

팔공산근처의버섯이전국제일로친다했다.제사보다잿밥이라고

설마버섯에마음을다준건아니고나서처음으로천주교신자가산사체험을하러

떠나는날이다.은해사라는절에서..

최치원선생이머물렀다는고운사를나서는데유난히멋진구름이등운산위로뭉게뭉게피어오르고있었다.정말구름위로,구름을타고훨훨날고싶은마음이들정도로….하늘은비취빛으로푸르름을더해가고…

은해사(銀海寺)

팔공산은해사는아미타부처님의도량으로불,보살,나한등의불보들이계신모습이마치은빛바다가물결치는듯찬란하고웅장한그대로의극락정토이므로붙여진이름이며’운해(雲海)’라고도하는데월인천강의세계,즉하나의진리가만백성의가슴마다있음을상징하는뜻이기도하다.
신라41대헌덕왕원년(809)에창건되어인종(1545)때불타버려천교화상이중창하고원효,의상,지눌,일연,영파성규,향곡,운봉,성철큰스님등수많은선지식들을배출해낸은해사는’보화루”대웅전’등추사의현판이많이보존되어추사체의보고라고도일컫는다.
일주문아래에차를주차하고보화루까지는한참을걸어야했다.
가을기운이완연하여피부에느껴지는바람이상큼하게다가왔고,길옆밤나무아래로는작은주머니를차고아낙네들이밤줍기에바빴다.
3시에산사체험접수를끝내고설선당에짐을푼후,5시까지보화루에서오리엔테이션을마친후,곧바로발우공양에들어갔다.

발우공양체험

공양방에서각기선반위에있던네개씩겹쳐져들어있는발우를앉은자리앞에놓고합장반배한뒤기다린다.딱하며죽비가한번울리면합장하며불은상기게송을읊는다."부처님은가비라에서나셨고,마갈타에서성도하셨으며,바라나에서설법하시다,구시라에서열반하셨네(불생가비나성도마갈타설법바라나입멸구시라)"
또죽비가딱하고한번울리면"부처님의발우를나도이제받아펴니원컨대중생들도다같이삼륜이공적하여지이다(여래응량기아금득수전원공일체중등삼륜공적)"라고전발게를읊는다.
죽비세번이울리면합장반배하고전발을한다.죽비한번에행반,죽비세번에합장반배하고공양을한다.먼저식기넷을둘씩놓고수저는오른쪽위쪽그릇에담아놓는다.청수를적당히받아식기를헹구고밥과반찬을먹을만큼만들어놓는다.다먹은뒤는숭늉을먹고다시청수를받아그릇을헹구는데이때헹군물의청탁에따라수행의정도를가늠한단다.많은사람의그릇씻은물이맑았을때,비로소산사체험의효과가있는거라며반찬찌꺼기가들어있는우리의발우씻은물을내일은마시게할거란다.아무것도배운것이없이우리를보낼수는없다고한다.

다음날아침.기어이우리는그물을마시고야말았다.

남이먹다흘린침까지반찬찌꺼기까지씻은더러운물이다.

나무관세음보살.

더러운육신보다는그래도그물이백번나은것을…욕지기가나왔지만마셔야만했다.끝까지안마시는분의몫을인솔자라남의것까지마시는김실장의수행은도를넘어있었다.

산사의밤시간은고즈넉했다.

밤열시까지마음공부에필요한설법을듣고산사를거닐었다.

앞으로영원히그리고충분히잠잘시간이있으니하룻밤쯤깊이잠없이산사체험을해보라는ㄷ스님의권고로정말하룻밤쯤버텨보기로했다.

시꺼멓게그을린한일자나무기둥이비뚜루벽가운데가로누워있는모습이인상적인스님의방에서뜨거운차를마시며"이불(離佛)을하지말고좌부동(座不動)과친하라"(부처님과헤어지지말고부동자세로참선하라+이불덮고자지말고앉아서방석과친하라는두의미)는스님의언어유희가참일리있는말이라는등등의가벼운담소를했다.

찻상바닥에깔린임종게를읽으며죽음앞에서어떤자세를가질까에대해숙연한마음이들때쯤,

다른이에게자리를내어주고일주문앞까지걸어가는데후두둑소나기가떨어졌다.

뽀얗게피어오르던구름덩이는언제비구름으로바뀌어버렸던것일까?

일주문밖상가에서취객들의시끌벅적한소리가들린다.시장바닥에서도참선이가능하지..보화루로올랐다.

긴책상하나를끌어안고갖가지상념을피어올린다.대부분의체험자들은이미잠자리에들었고ㄱ교수님과몇몇분이잠못이루고보화루에서요가를수행하고계시다가떠나셨다.


깊은밤산사에서나는바람소리는그대로살아있는생명체였다.

추석을일주일넘긴8월스무이틀하현달은소나기끝에벗겨진하늘에서잿빛하늘을깔고새파랗게돋아나고있었다.

별하나가저리또렷이보이는것을일찍이본적이없다.

듬성듬성굵직한별들이하늘에하얗게수정알처럼박혀있었다.

우수수바람이일때마다가랑잎떨어지는소리가스산했다.

별들도함께일렁이는듯.적막한산사에서풀벌레소리는더욱요란했다.

아무도없는휑하니열려진공간,보화루에서밤을지새어본사람은산사의깊은맛을알게되리라.

추사선생의고졸하고준엄한필력이현판으로붙어’고작하룻밤을견디는걸가지고…’비웃고있는듯했다.내가지닌화두에대해깊이묵상해보았으나딱히해결될조짐이보이지않은채새벽이찾아왔다.
새벽4시에서6시까지아침이피오르는걸다함께느끼는참선시간이될때까지보화루넓은공간은나의객기로는너무부담스러운곳이었다.
아침은아마도팔공산산자락을타고대웅전지붕끝에서보화루처마끝으로오는듯했다.

명명한아침이희뿌연안개와함께서서히우리가슴으로밀려들어오는걸느끼며

어색한가부좌를틀고앉은우리들의귀에딱딱죽비내려치는소리가간헐적으로들렸다.

1박2일동안은해사에머무는내내도록우리는각자가지닌화두하나에머물러있어야했다.

‘이뭣고?’에대해응답하는그무엇이나옴직한데

조주스님의똥작대기도아니고바루씻은물도아닌

인생에대해그나마성찰의기회를가졌으니보탤가치가있는것인가.

아침공양후,주지스님의법문을끝으로산사체험을끝내고

운부암(雲浮庵)과거조암(居組庵)을돌아보았다.

은해사에는8개의암자가있는데본사보다더운치있고뜻깊은선방들이라한다.성철큰스님의수행처라는유서깊은운부암에서연암박지원의손자인환재박규수의글씨를접할수있었다.

"원통전"과동쪽요사채의"운부난야"-난야는아란야(阿蘭若-Aranya고요한곳)의준말이다-

그리고해관유한익의현판이달린보화루안에있는팔봉대사진찬판각이

깊이있는내용을담고세월에금이간채걸려있었다.

조사흥척국사가이곳에처음터를잡을때,좌청룡우백호코끼리능선을한팔공산제일의산문으로,득도한큰스님이많이배출된탓도그때문이라한다.

점심후에는거조암으로갔는데고려우왕원년(1375)에건립한국보14호인영산전이대표적고려말기건물로주심포맞배지붕이간결하고도소박한아름다움으로다가와

탈속한선승의모습처럼장식없는훤칠함이매력적으로보인다.

526체의나한상은모두나를반기는듯,가지각색의표정과몸짓은다양한인간상을보는듯했다.조촐한3층석탑이절마당에서방문객을맞이한다.

뭉게구름이하얗게피어오르는산문을나서며등운,고운,가운,운부,운해….

1박2일동안,매양구름운자와함께하는구름여행을마무리한다.

보라색구절초가배웅하듯,눈이부시다.

-성천문화아카데미학술지진리의벗이되어게재-

**발우:사찰에서의밥그릇

**공양:사찰에서먹는밥

**전발:밥그릇을받는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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