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언제나 시작-성탄절에 온 큰 아들의 편지
또언제나시작

메일을보낸지닷새나되었는데도묵묵부답이었던

서울큰아들에게서답장이왔습니다.

여기버밍햄작은아들레오의어려운이야기를전했는데

그놈은나를,작은아들을,아비를

조근조근훈계를하고있었습니다.

범생같은놈.

그런데뭔가가슴으로싸아한기운이돌고갔습니다.

그러면서상쾌해지는느낌…

그렇습니다.

나는얼른초에불을당기고묵주를찾아들었습니다.

큰아들의편지

어머니답장이늦었습니다

쌓여있는책상을치우고

틈을내서지난메일들을겨우정리해봅니다.

날마다치워도쌓여만가는책상에,메일에,

머리속에우겨넣어도계속늘어만가는리포트에,

모든이제는혼자서해야하니,항상일을못하고,

시간만계속가네요.

그래도항상세상의모든걱정을머리속에지고가는직업을통해서

굶는걱정은안하고사니얼마나행복한지모릅니다.

수지타산은무지하게맞아요.

밥굶는걱정안하려고다른오만가지걱정에생각을짊어지고있으니말이죠.

내일이면성탄절이네요.

레오한테는이번성탄절이힘든날이겠어요.

그걸바라보는다른가족들한테도물론힘들겠지만,

본인보다야하겠지요.

편해보려하던모든시도들이결국은여기까지오게원인이아닌가합니다.

경쟁이싫다고,아무리나름대로머리를쓴다고해봤자

우리가피해갈수있는곳은아무데도없는같습니다.

결국우리가살아야되는곳은험악한세상이자리,

편하고자하면할수록힘겨워지는어쩔없는인생살이겠지요.

레오도이미그걸깨닫고있을줄압니다.

지금상황이너무힘들겠지만,

어느순간돌아보면지나와있는때가하루빨리왔으면합니다.

아무도꺼내주지못하는그곳에,

아마도레오는그곳에지금있다고생각합니다.

결국자기가자기힘으로걸어나와야하는.

힘든싸움이죠.이길있는힘을주시기를기도하겠습니다.

어머니도그렇고,아버지도그렇고,

다들너무애달프게생각하시지마세요.

걱정하시기보다는자신감있는말투로격려해주시고,

아무것도아니라고말씀해주세요.

어차피사람은살게마련아니겠어요?

뭐좀걱정하고사느냐,걱정하고사느냐의차이일뿐이겠지요.

각자주어진길을그냥묵묵히걸어가는

행복한인생을사는방법이라생각됩니다.

어제는애들하고같이성탄절영화를하나봤습니다.

요셉과마리아이야기였는데,좋은영화였어요.

옛날영화들처럼억지스러운감동이나강요된감격없이

잔잔히요셉과마리아를그린영화였죠.

영화에등장하는요셉과마리아,

하느님의말씀을신실하게믿으면서도힘들마다

하느님의계시나싸인을계속구하는장면이나옵니다.

하지만눈앞에바뀌는아무것도없었죠.

발밑에보이는아무것도없지만,

낭떠러지로떨어지지않고계속앞으로나아가는깜깜한산길같은인생.

안보인다고허우적거리지않고,

자신있게앞으로나아가기만하면된다는알고

그렇게한걸음씩떼어가는믿음이겠지요.

결국그게없으면어느처지에서나힘들밖에없다고생각됩니다.

이번성탄절,우리가족모두가그걸하느님께구하도록하지요.

상황의반전이아니라,

힘든참으면서포기하지않게달라고말입니다.

어머니도내십시요.

어찌됐거나,

우리의좌우명은"언제나시작"아니겠어요?

큰아들루까드림

<북극권크루즈션츄리호안에서미사집전하시는신부님>

여러분도힘내십시요.

언제나시작이라하니

소리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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