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밍햄의 크리스마스

버밍햄의크리스마스

성탄전야미사는조촐했다.

이런날을위해한복한벌을버밍햄에두었었는데

그걸입고가나어쩌나망서리다가

그냥갔다.

아이들의연극이미사속에들어와서

연극이랑노래랑춤이랑…

번잡하여잡생각을할겨를이없었다.

성탄전야에도,몇안되는예약손님을위해가게문을연

아들의걱정따위도멀리보낼수있었다.

크리스마스선물을못해줘서미안해하는아들

비행기에서사둔

여행용화장품세트를선물로받은와까꼬의표정.

오늘온큰아들의편지.

그리운손녀예림,예서의얼굴

나폴과토니의어지러운개털….

그런사소한생각도다른때에는났을터였다.

마니또라고서로다른사람을위해기도하고

그마니또친구에게선물을준비해야했다.

기도들을많이하면소망하는일이쉽게이루어지리라

아니참을수있는힘이생겨지리라.

내생각만하고초꽂이용유리접시둘을준비했었다.

신부님을위해서는직접만든호두과자를예쁜보랏빛과자통에담았다.

몇년을다녀도성탄제는처음이다.이곳에서.

낯가림이심한탓에사람이름은아무도모르고

마니또친구는미리정했어야하는데그도버밍햄신자가아니니

하루종일정성껏주물럭거려만든성탄카드에

인삿말을써서포장만했다.

누가받으면어떠리…

촌스럽게선물을어디다놓아야좋을지서성거리니까

선물모아둔장소에그냥두면된다고한다.

미사가끝나고간단한음식이나오고,

후에선물들을나누었다.

이름들을부르는데,

내가갖고간선물의주인은당연히없다.

물론내이름도불려지지않을테다.

"이거가져오신분,

누구에게전할지제귀에살짝알려주셔요.

이름안쓰면배달사고나요."

연분홍포장지와카드!!

내것이다!

그때의당황함이라니….

누구에게전할까?

순간머리속을초속수백미터로굴리며

지혜를짠다.

살그머니나가총무님의귀에다대고

"저,수녀님에게요."

마침손님으로오신미국수녀님이계셨다.

‘저분이라면매일얼마나많은기도를하실까?’

수녀님이빨간조끼를입고나를향해웃고계셨다.

또다른한분이고개를갸웃거리며

내가낮에정성껏쌌던포장을풀고있었다.’

대체누가이선물을보냈을까하는표정으로…

신부님께서주시는성경책선물한권을받아

성당을나왔다.

아직선물나누는시간은끝나지않았는데..

어둑한거리엔어둠이떴다갈아앉았다.

다음날낮미사에

맛있는초코렛두통과십자고상하나가곱게포장되어

내게전해진다.선물이라고.

먼저가셔서전하지못했노라고…

산타님은

늘뒷전에서있는사람도알아주시는분이시다.

늦게라도찾아주시는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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