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알라스카는봄이었다.
동토의땅이라고알았던그땅,앵카리지에내리자
온화한기운이감돌았다.
ㄱ씨부부가"한인성당"이란팻말을들고기다리고계셨다.
미국국립공원순례라는거창한이름을내걸고다니던때.
아들이있으니어차피한두해에한번은올테고,
그냥있다가느니거대한미국의자연이나실컷보자고시도한여행이었다.
알라스카에있는디날리국립공원을가려고앵카리지에도착했는데.
카나다여행사와스케쥴이맞지않아서앵카리지에서하룻밤을묵어야했다.
한인성당을찾아수녀님께민박할집을좀구해달라고했다.
마침성당의행사로도시락을싸던분중에서
ㄱ씨가자원을했다고한다.
도착한날이일요일이라함께성당에서미사도하고시내구경도시켜주고
긴1박2일을함께지냈다.
우리는한국에서가져간김과우리책’나일의선물’을드렸다.
그작은선물때문에아마도그들의아픈이야기를듣게된계기가되었지않았나싶다.
ㄱ씨부인은음식솜씨가너무좋았다.
청포묵이며알라스카특산물인연어고기며,
김치도여러가지를식탁에내어놓았다.
하룻밤에만리장성을쌓으려고우리는
밤늦은시각까지이야기를나누었다.
남자들은남자들대로여자들은여자들대로…..
그들은고여있는이야기가참많은듯했다.
매일보는같은교우에게는하지못했던말들…
머나먼동토의땅에살게된연유같은걸…
아니숨쉬듯술술자연적으로나오는한국말로실컷
수다라도떨고싶었는지도모른다.
우리가모르는교우의이야기,자기형제이야기
홀어머니가살기가어려워두아들을데리고
20년전알라스카로이민온이야기들을….
무엇보다도ㄱ씨의부인은지금자기가왜여기이렇게사는가에대해
많은이야기를하고싶어했다.
명문고등학교명문대학을다니던남편은갑자기닥친환경의변화에
쉽게생활의안정을얻기위해군대로들어갔었다.
그는이미결혼을했었고아들이하나있는몸이었다.
거기서그는모진인종차별과동료병사들의학대에일종의정신병에걸리게된다.
그병으로제대를했으나결혼생활을영위할수가없어첫부인과이혼을해야했다.
미국은군인에게는많은혜택을주는지라
병원에서백방으로손을써서웬만큼의시간이흐르자병이조금나아
다시취직도할수있게정부에서도와주게되었단한다.
그의영어실력은한인사회에서도알아준다했다.
어머니도계시고가족들의주선으로한국에다사진을보내
두번째의배우자를구하게되었다.
물론정신적문제가있던사람이란사실은숨긴것이다.
오랜직장생활로혼기를놓친ㄱ씨의부인이낙점되어
머나먼알라스카로왔다.
겉보기엔너무나훤칠한ㄱ씨.
1년에한번씩은정부의이익금을주민에게보험금처럼주는
복된땅알라스카.
그녀는꿈에부풀어알라스카땅을밟았다했다.
그러나곧남편의병력을알게되었고.
후회해도소용없는일이란걸깨달았다.
그늦은나이에결혼할것이라고떠난조국을
다시돌아갈수는없었다고한다.
부모친척친구들을다시대할수가없었다했다.
부인의말중에정말가슴이메어지게공감되는말이있었다.
"혼기를놓친덕에주변의여러부부들의결혼생활을보게되었지요.
어느누구도완벽한결혼생활을하는사람은없었어요.
부모를떠나이머나먼곳으로올때에는
무슨고생이라도참겠다는각오없이왔겠어요?
잠깐씩이상이있을때만피하면,
고맙게도참고견딜수있는신앙이있고,
다행하게도배고플걱정없이정부가도와주고,
어쩌다보니예쁜딸하나무럭무럭자라고…..
그렇게살다보니오늘이네요.
작년엔남편과한국에도다녀왔어요."
그녀는성당소공동체의일들을도맡아했다.
그게그녀를버티는힘이었다.
집중이안되어미사시간한시간에도계속들락날락하는남편은
녹음테이프에유명시인의시,좋은음악,자신의자서전같은명상물을녹음하여
계속이어폰을귀에꽂고있었다.
이야기를듣고보니눈에보이지그러기전에는
생각의깊이도느껴지는대화를하는훌륭한한분의지성인인ㄱ씨.
그의꿈과사랑은남과다를뿐이었다.
다른사람보다더깊게생각하고,다르게생각하는걸
사람들은정신병이라고하는거다.
그들의입장에서본다면…
ㄱ씨의부인은가슴에묻었던오랜이야기를할수있어서
참좋다고했다.
나는이이야기를오래가슴에묻고있다가
오늘에야풀어본다.
아프고슬프고아름다운앵카리지의이야기를…
우리도모두남과다른꿈과사랑을가지고있지요?
소리울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