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구질구질내리고날씨는제법쌀쌀하다.
게다가예정에없던하마단까지가기로정한일정때문에
마음이스산하다.이번여행의주제에걸맞는문명사적유적지이므로
중요한곳이기도하다.
케르만샤에서약9Km떨어진곳에사산조페르시아부터내려오던도시가있다.
거대한자연의바위를파내어두개의쑥들어간아치를만들어 오른쪽벽면의그림속왕은기생을데리고말을타고, 시종은양산을받친채사냥놀이를간다.
사슴이놀라뛰고들판을치닫는다.
낙타위에는벌써몇마리의사슴이늘어져누워있다.
몇마리의낙타가사슴을등에얹은채로가로로서서걸어가고있다.
원근법을무시한이그림들은우화처럼재미있게표현되었다.
왼쪽그림은정말파라다이스다.
멧돼지들이놀라서달아나는역시수렵도인데
한쪽에는꽃이피고뱃놀이를하며물에서는물고기가뛰놀고있다.
악기를손에들고한가롭게연주하는장면도있고,
수많은코끼리가멧돼지사냥에가담하고있는묘한그림이다.
정면에는호스로우2세의거대한기마부대가
너무나뚜렷한양각으로새겨져있어큰힘을느끼게한다.
나누구는아즈라마스다로부터신권을부여받아이곳을통치한다라는
그림이정면위에뚜렷이새겨져있고
왼쪽위에는후대에새긴채색된부조물도보인다.
천년세월을뛰어넘고서도당시의예술혼을여실히보여주는
진품의부조물들이다.
깎아지른베히스툰바위산,고개를다들어도꼭대기가잘보이지않는다.
조물주는무슨말을하고싶어이렇게험난한산을만들어
사람들을오르게하는것일까?
분명무슨말이라도하고있는것일테지만그의
메시지는늘감추어지고만있고,
알아듣지못하는몸짓으로그위용을뽐내고있을뿐이다.
까마득한산봉우리를넣고얼마나큰지비교해보려고
깨알같이사람하나를넣어사진을찍으려시도해도
나오지않는그런산위에다리우스왕의비문이그의부조와함께있다.
다리우스1세의베히스툰비문은고대페르시아제국의비문중
가장길고가장많은정보를제공해준다.
‘고대근동비문의여왕(EmpressofOrientalInscriptions)’
이라고도불리우는이비문은바빌론,하마단,수사를이으면서,
동으로는중앙아시아와인도와통하고
서쪽으로는터키와그리스를잇는‘비단길(SilkRoad)’의원형이되었던
‘왕의대로(RoyalRoad)’에위치해있다.
이란의허리를이루는자그로스산맥(Zagros)의한지산으로
‘왕의대로’를지나간수많은행상들과병사들이
지친몸을달래던쉼터이기도했던이란의북서부케르만샤(Kermanshah)동쪽에.
기원전521년,지상150m높이위의절벽편편한곳에,
가로7m세로18m의비문과
가로3m와세로55m의부조석상과비문을새겨놓았다.
이석벽에는다리우스1세즉위의정당성과치세초기의반란을진압하고
제국의통일을재건한그의공적이세가지문자로기록되어있다.
캄비시스는이집트정벌중가우마타가반란을일으켜
왕으로추대되었다는소식을듣고급히페르시아로돌아오다가
자기가찬칼에찔려실수로죽게된다.
이모든사건을감지했던다리우스1세는
자기가페르시아제국의패권을잡을절호의기회라고판단하고
6명의경호대원과함께신속히가우마타와그의군대에대한정벌에나선다.
그는곧가우마타를죽이고6명의경호대원의추대로
페르시아의왕으로등극하게된다.
부조의조각은아후라마즈다에게기원하는다리우스,
그가쓰러뜨린왕위찬탈자가우마타와
9명의반란지도자를중앙에두고새겼는데이를3면에서에워싸고
고대페르시아어의정문(正文;5欄414行),
엘람어(8欄593行),아카드(1欄112行)어가적혀있다.
이암각비문은1835년헨리C.로린슨이란영국장교에게우연히발견되었다.
그는세련되고낯설은이문자의해독을위해
낭떠러지를기어올라가거나위에서아래로로프에매달려
4년간모험을하며필사에성공했다.
그후10여년간해독에고심하던끝에
드디어1846년,그의필사적인노력으로아카드어의설형문자해독에공헌하였다.
이비문의해독으로페르시아의역사가비로소세상에밝혀지게되었다.
고대페르시아는아시아와유럽,아프리카에까지영역을확장한대제국이었다.
오늘날의발달한서양문화,그뿌리가
사실은오리엔트에서상당부분비롯되었다는사실이드러난것이다.
그것은여태까지알려졌던인류역사의상당부분을
다시손질해야하는,엄청난발견이었다.
즉문자해독자들의끝없는노력이인류의역사를다시쓰게만들었던것이다.
얼마나많은역사들이이오리엔트의모래속에묻혀있는것일까?
이집트에갔을때도유적의몇퍼센트만발굴된상태이고
땅속에얼마나많은유적이있는지모른다고했다.
땅속의모든진실이땅위로드러나면단절된역사가복원될수있을까?
역사는늘힘의논리속에존재하는것아니었던가?
그러나진실을밝히려는사람들의노력또한계속되고있다.
그러므로세상은살만한세상이되는것이다.
쌀쌀한바람을맞으며비문이새겨진골짜기에서
건너편산을바라보니하얀눈이온산을덮고있는경치는
숨이막힐듯절경을이루고있다.
역사야어떻게흘러가거나말거나.
늘이렇게자연은의연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