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닦인카르발라고속도로를간다.
이길은원래여정에는없었던코스이다.
그러나지난번중앙아시아실크로드에서계속들어오던
일부러시간을내어가는길이라정말설레임이크다. 6개의이슬람성지(1,3,7,9,10,11대이맘의영묘)가이라크에있기때문에 옛날엔매일1500명이상이성지순례를갔었다한다. 이란이라크전쟁으로막았던국경을지금은성지순례를위해트고있다한다.
이길을따라가면금방이라크에닿을수있는곳인데
버스는아사르아바드산위로오른다.이름하여사자산.
드디어온산은눈밭이다.하이얀동화의나라,
깨끗한세상이펼쳐진다.
사자란뜻의이산은사자가갈기를세우고서있는듯한
울퉁불퉁한산봉우리,
눈은끝도없이쌓여있고구름은자욱하게하늘을덮고있다.
눈녹아촉촉이젖은아스팔트위로대형컨테이너를싣고가는트럭,
자동차를여러대싣고가는트럭,기름탱크를싣고가는차들이보인다.
50m제한속도의산길은꼬불꼬불하마단으로이어진다.
갈가에치워진눈의높이가약50cm는될것같으니
이지역이눈이많이오는곳임을느낄수있다.
가파른산길을오르고내리는어귀에
허술한컨테이너건물의초소를지나게된다.초
소는고속도로를지나는중간중간에계속있었다.
그곳을지날때면알리는긴장하며사진찍는것을중지시켰다.
산길에는마을도더러있었고,조그마한예쁜마스지드도있었고,
초소를지나자유전지대가나오고
철탑들이얼기설기들판을메우고서있는곳도있다.
어디로인듯향하여있는전신주,송신탑들이유난히많이보인다.
자그로스산맥,길기도긴그산맥에서산으로둘러싸인분지엔
비옥해보이는너른들판이펼쳐지고황량한겨울나무들이
옹기종기마을을둘러싸고사람들의인정을담고가득서있다.
아직도눈산은계속가고있는데하마단5Km지점에서또초소가나온다.
자세히보니두기사는차에서떼어낸타코메타기를들고초소로갔다온다.
교통경찰도잘안보이고교통위반감지카메라도없지만기사가차에서
가져가는타코메타는바로블랙박스이다.
그버스의속력기록이다나타나기때문에기사들은
도저히아무리급해도더달릴수가없었던것이다.
합리적인방법인것같다.
체크가끝나면바로버스에오른다.
왜초소마다들려야하는지몰랐다가궁금증을풀게되었다.
버스에서내리니꽁꽁언눈밭위에 대추야자와살구같은먹을것을파는노점상이있었다. 여자화장실은얼어서남자화장실과공용으로쓰게했다. 암벽의비문은언덕위에있었다. 갑자기미국아치스눈덮힌국립공원에서길을잃었을때와 캄차카의아바친스키산에서눈밭을뒹굴던생각이났다. 해수가두어번언덕을미끄러져구르자나도눈위에주저앉고말았다.
걸어서약5분정도거리에화장실이있었는데
아이들이그언덕의눈밭에서미끄럼을탔다.
삼천갑자동방삭이처럼그눈언덕을몇번이고미끄러져내렸다.
하마단은메데왕국다음으로고레스왕이세운
아케메니드조페르시아제국때에
왕들의여름별장지가있었던곳이다.
집들이하얀눈에덮여적막속에갇혀있다.
3800m의알만드산속.옛왕이지나갔던간선도로이다.
겨울에눈이많은이곳은간지나메라고불리는곳.
그곳에는다리우스왕과그의아들크세르크세르1세가
암벽에새긴글이남아있다.
그암벽의비문은고대페르시아어,엘람어,바빌론어
이렇게3가지고대언어로기록되어있다.
바로이암벽에쓰인글자때문에이곳이간지나메라는이름을
가지게되었다.
고대문자해독의역사로길이남을중요한지점이되는곳이다.
이문자의해독으로인류역사와문화의지평을열게된
계기가되었던이곳은,
그냥관광을왔었다면아무런의의를찾지못할허무한곳일수도있었다.
사람들이알고있는지식의편견을넘어
좀더폭넓게알게된희열,
그것도지식에대한과욕이라할것인가?
서둘러다시케르만샤로돌아오는길에
이븐시나의고향마을케르만샤에서그의동상을보고
서둘러점심을먹었다.
식당입구에서집에서말린건포도를샀다.
사람들과나누어먹기좋겠다싶었다.
선량한할아버지는자꾸자꾸봉지에건포도를담는다.
이란의시골에서는달러는받지않았고현지돈이없었던지라
처음흥정한만큼만달라고있는대로드렸는데
자꾸만돈을더내라고조른다.
말은안통하고땀이날노릇이었다.
쩔쩔매고있는데강차장이돈을선뜻내어준다.
“그것몇푼이나된다고…”
깎으려고한것처럼민망하고어색했다.
이럴때당황인가황당인가?
상상도할수없이돌덩이하나남지않았는데
2천년을견뎌온사자상하나가
얼굴의형체를알아볼수없을정도로
공원에홀로앉아옛영광을지키고섰다.
갈기는어디로다보내고얼굴에뚫린동공몇개,
잔등은닳아서반질반질까맣게반짝거린다.
그러나아직도힘이남아새로운이란건설의밑거름이라도되려는지…
돌사자는말이없다.
2천년세월을굳게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