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언제나 시작 page:31 고난의 강물/광란의 세월 2

우리의그동안의성실성은선생님들이

믿기에충분했었고

아무런의심없이,증서한장없이돈을빌려주었다.

우리또한D사의결제가늦어질뿐이라고생각했었다.

그러나남편의동업자들은남편의어음을가져가서

모래만산게아니고,

부인도아닌다른여자의방을얻어주었다는소문,

날마다술집에서돈을물쓰듯한다는소문이돌았다.

그날그날돌아오는수표를막기위해남편은밤낮으로고심하는데

자기이름의수표가아니라고아무걱정말라면서

우선수표를좀막고있으면곧해결될것이라고

매일큰소리만치고있었다.

계획대로나오지않는모래대금때문에속상해하며

우리는피가말랐다.

결국우선은돈을마련해야했으므로

10년동안각고의절약끝에마련한집한채,

시누이와함께투자목적으로사둔집한채,

집두채를은행에저당잡혔고

빠른현금화를위해포항시멘트공장에서

많은양의시멘트를서울로보내어

수표를막기도했었다.

재수가없으면넘어져도코가깨어지는법이라더니

두번째서울로보낸많은양의시멘트대금은중간에서

심부름하던조카놈이떼어먹고영영내어놓지를않았고,

집을저당잡힌몫돈은,거래하는건축업자가

어음이돌아올때까지며칠만빌려쓴다고하니

우리급할때막막하던생각으로

얼마나딱하겠느냐며선뜻빌려주었는데

그이후그를볼수가없었다.

그는그돈으로잠행을해버렸다.

다른사람들돈까지끌어모아서…

드디어남편은딜렘마에빠지고마지막수단으로

D사의지불보증이나받아보겠다며회사로들어갔더니

이미상당부분을동업자들이뽑아서탕진을해버린후였다.

나머지금액이라도찾으면은행에돌아오는

어음은겨우막을수있게되겠지만

그동안투자한돈,두채의집,

수표로산두대의덤프트럭,

모래값만받으면갚을거라빌린선생님들의돈…..

그건우리에게엄청난부담이었다.

게다가그들이어디다썼는지도모르는

수표까지막아야했으니,

D사에서밀린것을다받는다해도문제였다.

그러나어리석게도남편은동업자들의이름으로계약한D사에서

모래값을받을수있는권리가전혀없는동업계약을했던것이다.

결국부도는피할수없는지경에이르렀다.

요행D사에서동업자들을불러타협을해주겠다는

약속이있어서남은모래대금에대해서는

보장이되었지만그들이탕진한엄청난돈은고스란히

우리의빚으로남게되었다.

7월9일에선생님들께돈을빌려돌아오는수표를막았는데

다음날10일에부도가났으니

그걸안선생님들의오해는이만저만이아니었다.

그동안의신뢰에대한배신감이더욱컸기때문에

그어떤말로도그들을달랠수가없었다.

속인게아닌데도그들을까맣게속인셈이되고말았으니..

주위에서도그런일을당한걸본적도없고,

그런일이있다는걸상상도한적이없고,

신문에서나읽고이야기로들었던그일을

우리가스스로겪으면서,우리는지옥으로간차를탄심정이엇다.

믿었던친구에게배신을당한남편은너무나큰충격으로

삶을포기하고자살을꿈꾸었다.

한순간의흐린판단은이렇게걷잡을수없는,

어처구니없는현실로우리를내팽개쳤다.

남편을죽음의유혹에서벗어나게하는일은

모든애착에서벗어나게하는일이었다.

내재산에대한애착,인간적인관계에대한애착,

그리고사업에대한애착,고향에대한애착

나는우선스스로에게그애착에서벗어나자는다짐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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