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날아온 새 생명

새해,

서울은몹시추운모양이다.

소리울은어찌되어있을까?

눈에덮여적막에싸여있을것같다.

지난해처럼배고픈오소리가어슬렁거리다가

짖궂은동네사람들에게쫓기지나않을까?

두더쥐가뒷마당을다뒤집어놓지나않았을까?

산중턱에있는집은눈이오면미끄러워

소리울낙송재로오르는고갯길은

아랫집백선생님네손녀딸유정이의눈썰매장이다.

고개위에단두집이사는데

한집은거의드나들지를않으니

눈만오면유정이는신이난다.

유정이는우리가없는게오히려낫다고생각하는지도모른다.

새해아침에아들내외가옷을챙겨입고세배를받으란다.

구정엔안계실테니가신정에해야한다면서…

덕담을나누는데왠지자꾸눈물이나오려해서혼났다.

일요일도열었던가게를,정초라고딱하루만쉬니까

엄마아빠성당가시지말고자기들하고지내잔다.

성당의새해엔모두들서로세배를나누고

윷놀이를하고,밤중이넘어서야행사가끝이난다.

잘모르는사람들과오랜시간함께있는것도조금은부담이다.

그래서,아이들과함께있으며이야기도나누고모처럼푸근한시간을가졌다.

둘쨋날은와까꼬가병원에가는날이었다.

남자인지여자인지초음파로알아보는날이다.

사실,남자이건여자이건그게중요한건아니다.

세상엔사람마음대로되지않는게몇가지있다.

언제죽을지,어떻게죽을지,어디서죽을지,,,

남자로태어날지여자로태어날지,,

그런일들은조물주의몫이다.

와까꼬는갈때부터남자였으면좋겠다고말한다.

아들은딸이좋다고말한다.

우리는아무래도좋다면서그냥웃었다.

속으론큰아들이둘다딸이니까

이집쯤은아들이면좋겠다생각은했지만….

그말은입밖에내진않았다.

초음파실로들어간아들내외가사진을들고나온다.

참,요즈음세상참좋다.

뱃속에든아이의얼굴생김새까지다알게되다니….

아들의눈에서는눈물이그렁그렁한다.

7년간기다려온아이인데왜그렇지않겠는가?

사진은…사진은…

세상에나.온전한사람모습을다갖춘아이가

발가벗고누워있다.

부끄러움도없이여자가되어가지고…

두다리를번쩍들고서…..

울상을하며와까꼬가,여자여서실망이라고말한다.

"오빠같이생긴남자낳고싶었는데…그래도오빠가좋아하는딸이니까…"

와까꼬가화장실에가고난후아들이귀엣말로속삭인다.

"내이런날을대비하여딸이좋다했지.

우리집대가끊기겠네."

실은자기도아들을기다렸는데와까꼬가미안해하고실망할까봐

일부러딸이좋다고했다는말이다.

늘이렇게한자리를깔고있는통에이놈마음은종잡을수가없다.

나는기특한아들에게큰소리로

"아냐,딸도좋아,두사람이둘은낳아야기본이니

하나더낳아보려무나."

"또딸이면어떡하라구…"

"그럼복권타는거지뭐.."

우리모두는하하웃었다.

둘다일을하면서아이를키워야하는힘든과정은

아직은계산에넣지않은채….

생명은하느님이그저주시는축복인것을…

남자면어떻고여자면어떠랴.

부모는…시쳇말로부모는,

딸셋이면싱크대앞에서아이업고죽고

아들셋이면길바닥에서죽는다는데..

평생자식걱정에눈물마를날이없을텐데..

인간꽃인예쁜손녀딸을사진으로처음맞은날.

기쁨반,걱정반,

또새로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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