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가방하나달랑들고미국땅을밟은지
벌써강산도변한다는십년하고몇년을더넘겼다
새천년에장가를들고
이제비로소첫아기가뱃속에서자라고있으니
감회가새롭다.
서울큰아들이보낸크리스마스카드가
이제도착했다.
큰아들은제조카가딸이라서신이났다.
"예림이예서옷받아입을사람있어다행이다"
와까꼬에게는굵은알이하나달린진주목걸이를
큰며느리가선물했고(요즘그아이는비즈공예에몰두했다)
예림이예서도고사리손으로엽서를만들어
"할머니,할아버지많이보고싶어요"
정말많이춥다.
버밍햄에서겨울을보내는게세번째인것같은데
추워서뻬치카에불도때어보았지만
바깥에둔물이꽁꽁어는건처음있는일이다.
산에붙은뒷마당에,장미가새로분홍꽃망울을달았었는데
그냥얼어버렸다.
그추위에도떨어진도토리를주워먹으려고
청솔모는참나무밑을뒤지고,
토니는그놈들을좇느라고산을달린다.
그나마햇살이환히비치는데크에앉아
화롯불을피우듯마른가지를모아
탁자가운데만들어진화덕에불을지핀다.
매애한연기가피어오르고
아들과아비와어미가말없이주변에앉았다.
망연히앉아그냥각자의마음속에
만가지의생각을담고…..
누렁이나폴이비비대며옆에기댄다.
사랑해달라고…
고달픈삶이라도살아있잖아.아들아.
고통이사람을죽게하지는않는단다.
새날이청청히빛나고있는데…
항상맑고밝게해가비치고있는건아닌현실을,
때론바람불고,때론비가오는현실을,
비온뒤땅이더굳어진다는사실을
아들은말안해도잘알테다.
분연히일어서는모습을내틀림없이볼수있을테니
무슨걱정이있으랴.
차분히햇살이비치는데크주변에
잠시따스하고고요한평화로움이머문다.
<소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