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옆과인왕산정상의윗부분을의도적으로과감하게잘라산의웅장함이,
보는사람으로하여금좁은종이에서벗어나
더높게뻗어나갈수있는상상의여지를주고있는것같은데,
이런구도는처음부터의도된건아니었다.
원래이그림의상단에는순조때영의정까지지낸만포심환지(1730~1802)의
칠언절구제시가있었다한다.
겸재그림을좋아하여그림을소장하면서제시를적어두었는데
워낙검소해서그런지죽어서초상화하나마련하지못하여
심환지후손들이초상화대신조상의글씨를대신하여제사를지냈다고한다.
그런소문이나서그런지나중에다른사람에게팔려이리저리주인이바뀔때
제시는없어졌고그때그림의상단이떨어져나갔을것이라추정되고있다.
이그림을보다보면감상자의시선이어느덧자연스럽게우측앞에있는
조그마한집으로모아지게된다.
그림감상에서시선이모아진다면그건절대우연이아니다.
분명화가가치밀하게뭔가계산한것이며그것이바로그림의주제이자목적이되는것이다.
그렇다면저집은과연누구의집인가?
그의문을풀어가는데단초를마련한분은간송미술관연구실장인최완수선생이었는데
최완수선생은그림을그린때가작품관지에서신미윤월하완(辛未閏月下浣)
즉‘신미년윤달5월하순’을찾아냈다.
이어서정선의60년지기인사천(槎川)이병연(李秉淵1671~1751)이
5월29일에죽었다는걸밝혀냈다.
그후오주석교수가[승정원일기]에서이병연사망전후의날씨를확인했는데
19일부터25일아침까지줄곳비가내렸고
25일오후에비로소비가완전히개었다는걸밝혀냈다.
바로<인왕제색도>는이병연이죽기4일전25일비가개인오후에그렸다는걸증명한것이고
기와집은육상궁뒷담쪽에있던사천이병연의집(취록헌)임을고증한것이다.
그럼사천이병연이란인물은어떤사람인가?
정선이조선후기진경산수의거장이였다면
사천은일만삼천수가넘는시를지은대문장가이자진경시인이었다.
사천와겸재는10대부터스승인김창흡아래동문수학한벗이었다.
각각81세,84세까지장수하면서한동네에서서로를격려하고의지하며자란형제같은사이였다.
두사람의사이가얼마나애틋했던지겸재가양천(지금의서울가양동)현령으로부임할때
이병연의전별시를읽어보면알수있다.
자네와나를합쳐놔야왕망천이될터인데
그림날고시떨어지니양편이다허둥대네
돌아가는나귀벌써멀어졌지만아직까진보이누나
강서에지는저노을을원망스레바라보네
*왕망천(당나라문인이자서화가왕유)
한양에서멀지도않는코앞에있는양천으로떠나는것인데도이렇게애절한시를남긴다니.
또전별시와더불어둘은시와그림을주고받길굳게약속한다.
겸재와더불어시가가면그림이온다는약속이있어서
기약대로가고옴을시작한다.
내시와자네그림서로바꿔봄에
시는간장에서나오고그림은손으로휘둘러대니
누가쉽고어려운지모르겠구나.
-신유봄에사천(槎川)
이렇게주고받은시와그림을묶어놓은서화첩이바로그유명한[경교명승첩]이다.
[경교명승첩]은시와그림이둘이아님을보여주는조선최고의서화첩이다.
그곳에서로시와그림을주고받는모습을표현한그림이한점있는데
바로<시화상간도(詩畵相看圖)>이다.
<시화상간도>[경교명승첩]中1740~41,비단에담채,29×26.4cm,간송미술관
사천과겸재가마주앉아시와그림을주고받는모습을그린그림.
서로바로보는표정이오랫동안함께했던지기끼리만나눌수있는표정이다.
그렇게겸재자신의피붙이와다름없는사천이병들어죽어가고있었다.
이때겸재는60여년을형제처럼지내온사람을떠나보내야한다고생각하니
얼마나기가막힌심정이였을까.
아마애간장이녹는심정으로하루빨리병을훌훌털고일어나길손꼽아빌고빌었을것이다.
바로<인왕제색도>는사천이병연이어두운비구름이개이듯
병이나아저당당한인왕산처럼다시금웅장하고굳건한모습으로
쾌유를바라는마음으로그려낸그림이다.
겸재가사천의집주위를수목들이호위하듯이빙둘러그려낸것만보아도
사천이병을이겨내고청청한소나무처럼일어나길바라는겸재의마음을잘알수있다.
속도감있게그린수목이마르기도전에또다른수목을그려물크러져보이는데
이것이물기가촉촉한수목을그리는데가장효과적인기법이된다.
이처럼겸재가지극한마음을담아그렸기에<인왕제색도>를보면
산수화의느낌을넘어,절망끝에피어나는카타르시스의분위기가묻어나오는걸느낄수있다.
<인왕제색도>는지금의궁정동칠궁담장너머에있던
사천의집(취록헌)쪽에서인왕산을바라보며그린것이다.
그래서백악산아래에있는사천댁취록헌만있으면되었고
그건너인왕산아래에있는겸재집인곡정사사이에많은집들은큰의미가없기에
안개밑으로사라지게한것이다.
앞등성이에육상궁뒷담을표현해이쪽이북악산록이란것만표시만보더라도
궁정동쪽에서인왕산을바라보고그린그림임이분명하다.
겸재는평생동안갈고닦은자신의기량을이그림에다쏟아부었던것같다.
묵색쇄찰법을이용하여,많은사람들에게웅장하고당당한모습으로각인되어있는
사천이병연을상징하듯바위를중량감넘치게그렸고,
그러자니토산과먼곳의수목은단조롭고간략하게표현하고있다.
그러면서도한양성곽의모습까지세심하고정성들여그려
전체적으로나세부적으로나한점흠잡을데가없는진경산수화의대표작이된것이다.
세상을살다보면자신의분신같은사람이
병환으로고생하는모습을안쓰럽게바라만보아야하는경우가있다.
꼭병이아니라도주변에여러가지이유로고통스러워하는지인들이있을것이다.
훌륭한예술작품에는반드시진실된휴머니즘이녹아있다는걸
이작품에얽힌스토리로알수가있으며,
명작이란,시간이아무리지나도많은이에게감동을줄수밖에없다는걸
확실히보여주는<인왕제색도>…
이그림을보고있으면주변의힘들어하는지인들에게안부전화라도한통하고싶은느낌이든다.
아니직접찾아가만나서손이라도꼭쥐어보면어떨까?
이추위가가신다면……
*좀더많은자료를알고자하시는분은
오주석[옛그림읽기의즐거움1],
조정육[이야기조선회화사2],
최완수[겸재의한양진경]등을읽어보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