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언제나 시작 page:47 고난의 강물/하얀 밤

하얀밤

안되겠다싶어나는사립학교의문을두드리기시작했다.

복직은불가능했고지방에서사표를낸사람은더더욱어렵다했다.

K사랍학교에편지와함께이력서를내었다.

깜깜했다.

다시Y학교를찾아갔다.나이가많다는것이었다.

아는이를넣어S학교에말해보았다.

4년제대학졸업자라야된다는것이었다.

아직은초등학교교사자격을주는정통교육대학도

2년제졸업생밖에배출이안된상태인데4년제대학졸업자를

요구하는사립학교의거절이유앞에,나는영혼만있는죽은새였다.

죽은새에게옛날의화려한깃털이무슨소용이있으랴?

죽은새는죽은새일밖에…

산자들의관심밖에밀려나서나는파르르떨고서러워하며

영혼으로울고있었다.

그리하여다시찾은곳,유아원보모자리.

그러나그곳에서도나이로는주임보모정도는되어야하는데

주임보모를하려면4년제대학을나와야한다는것이었다.

어디에나걸리는것이학벌이고,나이였다.

나는비참해졌다.

어느여류국회의원이라는분의아파트로

아는분의소갯장을들고찾아갔다가밀려났을때,

나는삶을포기하고픈생각으로남편이남의사무실에

잠깐더부살이하는을지로를찾았다.

아,그러나그곳에는정말어처구니없는비보가기다리고있었다.

D사에서우리에게준다던모래값은남편의동업자들이

어음결제를한다고약속하여받아갔는데

그약속은어기고오히려남편을부정수표단속범으로

밀고를하여중부경찰서보호실에연금되어있다는것이었다.

동동걸음으로그곳을찾아가며어찌될것인가?

도대체어찌하면좋단말인가?

아무리지혜를짜도묘책이서지않는일이어서머리속은복잡하기그지없었다.

서울에잘산다는친척친지들이있었지만

그들에게치부를보이기싫고,이미시멘트값잘라먹은조카의일로

우리의사정을알터인데,우리의어려움을알린다한들

도움이나얻으려는거지취급은받고싶지않았다.

가슴을조이며찾아간중부경찰서에서

남편은하얗게질린얼굴을하고있는중에서도

마산에서담당형사가올테니마산에가면

걱정없이빨리해결이날수있을거라면서

침착하게,오히려벌벌떨고있는나를위로하고있었다.

말은그러했지만저들이정녕그많은모래값을다받아챙기고

해결을해주지않는다면아무것도없는우리는

어떻게많은액수의수표를결제하며,

그것을해결하지못하면시일은오래걸릴테고

더큰불행이닥칠지도모르는데,어찌해야하나걱정이태산이었고

우선당장,시어머니와아이들에게며칠동안이라도

어떻게,무슨말로남편이오지않음을변명하나걱정스러움이앞섰다.

그렇게바짝바짝타들어가는심정으로사흘을중부경찰서에서지낸남편은

담당형사와함께마산으로갔다는전갈을받았다.

백년의세월이흐른것같은그밤들,

나는아이들을어느부잣집대문앞에세워두고

강물에뛰어내릴까하는결심까지하였다.

하이얀밤이곤두서서나를위협하며

‘죽을결심으로살아라,죽을결심으로살아보라"울부짖었다.

아이들과시어머니에게죄를짓는그나쁜생각이들킬까봐

이를악물며눈물을삼켜야했다.

마산에서남편과동업자들은검사실로불려가조사를받은뒤

D사의모래값으로공탁을걸어어음건을해결하고

30만원의벌금형을받고풀려났다.

인생의마이너스부터,그래도다시시작할티켓을얻은기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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