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언제나 시작 page:47 고난의 강물/새로운 시작 1

새로운시작

결국우리는이겼다.

마지막산휴강사로갔었던S학교에서인간이하의대접을받은나는

다시는산휴강사로는나가지않으리라결심이섰는데

마침방송통신대학편입요강이나왔다.

삼백예순날,마냥곱고순수한이야기가꽃피는그곳

초등학교교실…

나는아련한아픔에잠기며학벌에서러웠던한을풀어

원서를내었고결국은합격을했다.

남편의성실성이포항공장에서인정을받게되어

어쨋든재기해보라고서울에다시멘트대리점구좌를주었다.

구좌보증금은우리가한푼도낼수없었으므로

본사의임원3사람이투자자로나섰다.

우리는그들의도움으로새로시작할수있었다.

3월말부터준비단계에들어갔고,나는영등포황하선역두에서

창고대행회사인대한통운으로들어온우리의시멘트를팔러나갔다.

다른사람을월급주며데릴힘이아직은없는우리들이기에

남편은을지로에서,나는영등포에서직접시멘트를팔았다.

나오지않는웃음으로운전수들을대했고,

시멘트가루를온얼굴에맞으며역두를배회해야했다.

우리보다먼저,대리점의시멘트를위탁판매해오던사람은

자기네물건보다내가가진시멘트티켓을운전수들이많이찾는다고

온갖시샘과모욕적인언사를퍼부었고

그폭언을웃음으로감당해야했다.

밤이되면방송통신대학강의도들어야했는데

녹음기도난리통에없어져버려지난강의를듣는게난감했다.

남편이어디선가녹음기를구해다주어틈틈이녹음을해주었다.

하루종일시멘트가루를마시며사무실도없어서있던나의전신은

식구들과아침에지어둔식은밥을데워먹고

하루종일둘이서판장부를맞추다보면

그일이다끝나기도전에졸음이퍼부었다.

하필이면힘든교육학과를택했느냐고남편은투덜대면서도,

내가왜굳이초등교육학과를택했는지,

나의자존심,오만하리만치못된자존심을여지없이뭉개면서

중도하차해버린교직에의꿈을버리지못하는한을아는남편은

피곤해서늘어진나를위하여밤늦게까지녹음을빠지지않고해주었다.

이것이마지막,인생의끝이라고생각했던나는어리석었다.

아이둘을남의집대문간에버리고강물에뛰어내리려고했었던

그무서웠던밤,

나를가누어준건,있는친척보다는없는이웃이낫다는진리였다.

아직은이세상에너무나많이남아있는인정들…

나를위해따뜻한말한마디,성원을아끼지않는격려.

넉넉지도않으면서푼푼이모아주던그사랑을결코저버릴수는없었다.

또한도도한내자존심을위해서,선생님들이나를믿고빌려준그돈을

갚지않고서는죽더라도눈을감고죽을수가없을것같았다.

욱아엄마,학부형현아네,친구들,누구보다도고마운포항본사의분들등등…

고마운분들의성원에보답을해야했다.

그들의고마운뜻을위해서도이제부터시작이다.

남편의실패도새인생의시작이며,나의어려운공부도새로운시작이요,

고향을등지고천리타향에서장사를하는것도이모두가

뜻깊은어휘"시작"이라는것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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