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언제나 시작 page:56 다시 9년 후 1

10년안에선생님들의돈을다갚아드리겠다는증서를써드린후,

나의9년은오로지그빚을갚아야한다는일념으로산것같았다.

하얀복사본증서가누런빛으로변해지도록

나는내생각과결심을다지기위해매일그종이를꺼내보곤했다.

선생님들의선의를본의아니게저버린괴로움에서벗어나는일은

오로지피나는노력과끊임없는절제와절약이었다.

남편의동업자는정말철저하게우리를배신했다.

나도모르는동안에처음동업을하자고할때,남편을꼬득여

자기아파트를사는데도내가직장인이었던점을이용하여

나를보증세우고대출을내었었다는것이다.

이이후로단한푼도이자를내지않아새로시작하는우리의발목을잡기도했다.

아픈상처를안고,집이라든가,가게라든가,

직장까지없애고오로지빚을갚아야한다고한쪽으로만치닫는내생각은

드디어함께일했던많은동료들의이름을깡그리잊어버리는망각증세까지왔다.

오로지여덟분선생님의이름만이기억되는야릇한병……

남편은길에서만난동학년선생을같이한자기의후배도몰라본다고

기막혀했다.

뜬소문이함께서울로타고올라와소문에소문은부풀어올라

나의대한악성루머가솜뭉치처럼커질무렵,

친구Y와P는이래선안된다며친구들의소문을단칼에잘라버리고,

겨울이면마냥맥없이쉬어야만하는시멘트장사는남편에게만주라면서

내게아이들을가르치는일을맡겼다.

하나가둘이되더니둘이셋되고,그룹이되고,

학부형들이아예교실하나를만들어주어막교육계의화제인

이른바잘나가는논술선생이되었다.

나는더잘가르치기위해,동서양고전을배우는성천아카데미로,

방송통신대를졸업하고한국사상사를배우는대학원으로

사서삼경을배우는성균관한림원으로,

불교철학을배우는지금총무원장이신학승지관스님이이끄시는가산난야로,

저변지식을많이저축해야만제대로된첨삭지도를할수있기에

틈만나면배움에목마른사람처럼뛰어다녔다.

그것도공짜로배우려면장학금에의지해야해서

그야말로밤을새워책을읽었다.

그리곤9년되는여름방학에,드디어여덟분선생님들을뵈올수가있었다.

그분들을뵙고돌아온지얼마지않아8분의선생님들은

모두내게고맙다는편지를보내주셨다.

몇해전돌아가신내어머니의부조금과함께…..

그중,동생처럼따르던O선생님의편지는나를또한번울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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