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언제나 시작 page:58다시 9년 후 2

하선생님께.

찌는듯한무더위가숨막힐것같다했더니곳곳에물난리로

수해를입은사람들의모습을보며남의일같지않다는마음에

다시숨이조이는듯합니다.

지난방학,9년만에만난선생님을떠나보내고,

선생님을생각하며내내서운했습니다.

마산에초임와서선생님을만나많이배우고,많이느끼면서,

같이오래있고싶었는데,

뜻하지않는일로

그렇게열심히몸바친교직을떠나시게될때,

매사에솜씨있고,깔끔하고,자존심만큼이나열심히사셨던

선생님의심정을헤아리며마음아파했습니다.

서울가서선생님이생각나전화라도해보고싶었지만

아픈기억이되살아날까봐그러지도못했는데

세월이흘러선생님을다시뵈었을때,

정말뜨거운눈물을흘리고말았습니다.

9년이나간직한누런메모지를보면서

언제나남의빚을지지않으려는그마음을헤아리며,

어려울때차비한푼쥐어드리지못한기억에

그돈을받을용기가나지않았습니다.

신세진빚을갚아야만마음이편하겠다는선생님의말씀에

받기는받았지만어떻게요긴하게쓸지몰라아직도망설이다가,

어차피얼마지않은돈,선생님이안주셔도제겐그만이었던돈을

모처럼노부모님께효도나할까싶은생각입니다.

성실하고열심히사시는선생님의앞날에

이젠좋은일만있기를기원하면서선생님친정어머니돌아가실때

부조도못해드렸던생각으로,

얼마지않는돈을제성의로동봉하오니영전에향이나한번피우시며

고인의명복을빌어주시기바랍니다.

멋지게자란혁이동아에게도안부전해주시고

선생님9년의땀과피가들어있는,

주신돈요긴하게잘쓰겠습니다.

1990년9월이명숙드림

그리고다른일곱분들도모두편지를보내주며,

앞으로의내삶에축복의메시지를전해주셨다.

나를믿고기다려주신그분들의고마움에보답하는일은

더욱열심히살아야하고그분들을위한기도를아끼지않는일이다.

<이어지는글:세분의어머니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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