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어머니,세분의마리아
어머니,
부르기만으로도가슴뭉클한단어입니다.
그것은사랑이기도하고,그리움이기도하고,고향이기도한,
포근하고따뜻한이미지의어휘이며
누구에게나절대적인단어입니다.
또한어머니란단어는슬픔이거나아픔이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도그러한’어머니’를가지셨고
또한우리에게주셨습니다.
그래서지금나에게는어머니가세분계십니다.
나를낳으신어머니,한마리아.
내영혼의어머니,영세때의대모님,김마리아.
그리고,아,그분의순명,그분의희생,그분의겸손…
생각만해도부끄럽고뵈옵기만으로도죄송스러운
내영원한어머니성모마리아!
지금나는9개월째꺼져가는한생명을지켜보고있습니다.
어차피인생은나면서부터죽어가고있기는합니다.
그러나만물이소생하는화사한아봄에,
하필이면내어머니가죽어가고있다는것은
큰슬픔이아닐수없습니다.
잎이떨어져거름이되고,씨가묻혀새싹이돋아나며,
삶안에서죽음의씨가잉태되어,
그죽음을통해새생명이탄생됨을모르는바는아닙니다.
그러나그리도정정하시던분이,그리도깔끔하시고
소녀같이얌전하시던분이,의식을잃은채,
욕창이나도록누워만계시다그한많은삶을마감하게되리라는사실이
기가막힐노릇입니다.
그래서밤이면촛불을켭니다.
성모마리아.
그거룩하신모습앞에조용히눈을감고꿇어앉습니다.
묵주알이한바퀴를돕니다.
환희의신비.
그러나그기쁨이나에게와닿지를않습니다.
고통의신비,
그러나그극심한고통은내것이아닙니다.
영광의신비.
그영광역시,멀고도높은곳에서화려하게빛날뿐,
나에겐그냥아득하기만할뿐입니다.
이렇게나는풋나기신앙인인채로김마리아,
나의대모님에게배운,묵주의9일기도를계속합니다.
딱히특별한기원이있을수가없습니다.
어머니께서좀더사시기를빌자니,
하루가고통스러워못견뎌하는그분께죄스럽고,
빨리돌아가시기를빌자니,세상에어떤자식이
어머니가일찍돌아가시기를빈단말입니까?
오로지주님의뜻에맡기는수밖에다른도리가없는데도
밤이면촛불을켭니다.
촛농이주르르타고내리면,내가슴에는찌르르전율이일고,
"엄마!엄마!"막외치고싶어집니다.
그럴때,말없이타이르시는내영혼의어머니,김마리아.
우리는크게많은대화를나눈바도없습니다.
나도,그분도서로를더깊이알고있지도않습니다.
일주일에한번,레지오주회에서만날뿐,
그밖에특별나게큰내왕이있었던것도아닌데
밤이면언제나내가슴을가득채우시는분이십니다.
"열심히기도해.다이루어주실거야.인간의힘으로는
도저히안되는일까지도다….."
촛불속에서그분은따스하고부드럽게타이르고계십니다.
그너그러운웃음,그여유있는자세.
나에게전해지는그분의깊은신심은그냥나를
풍부하게만들고맙니다.
어차피구원의역사는인간의실재안에서생활과실천을통한
신앙의숭화로이루어지는것.
삶의순간마다닥치는숱한고통을벗어나보려고안간힘을써도
고통의바다는언제나가로놓여있기마련이었던것같습니다.
그러니내모든삶을긍정적으로받아들이고깊이자신을성찰하며
제십자가를지고열심히주님을따를밖에다른도리가없다는진리를
대모님의모습에서터득합니다.
흙에서났으니겸허한자세로다시흙으로돌아가는그날까지…
잔잔하게타들어가는내어머니의목숨처럼,서서이촛불이타들어갑니다.
영원한도움의성모님!저희를위하여빌어주소서!
묵주알을계속돌리며나는더욱깊이
성모마리아에대한묵상을계속합니다.
<1986.5.방배동성당월보방배가족게재>
***그해6월어머니는결국돌아가셨고,용인천주교묘역으로모셨습니다.
빚이나다갚고사는꼴보고싶다고하셨는데…
<이어지는글은제1편의‘유년의기억속으로’중몇점을발취하여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