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언제나 시작page:12 유년의 기억 속으로/이름

이름

김춘수시인의꽃이란시를읽으면이름이란바로

그의존재의미로규정된다는것을잘형상화시켜놓았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기전에는

그는다만

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았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었을떄

그는나에게로와서

꽃이되었다………….<하략>

‘하태무’

나의이별난이름을아무도여자이름이라고말하는사람은없다.

물하(河).클태(太).개무(戊).

‘물위의큰개’라니..세상에이런뜻의이름도있겠는가?

‘언젠가늑대와춤을’이란영화를보았을때,원주민들의이름들에

‘주먹쥐고일어서’;발로차는새”늑대와춤을’등의

이름이있는것을보았지만말이다.

게다가태(太)자는대(大)자로읽거나,

무(戊)자는술(戌)자아니면성(成)으로읽기가일쑤여서

그누구도한자로쓰인내이름을보고는

한번만에’하태무’라고불러주는사람이없었다.

심지어는첫발령을받아간교육청의장학사님도

나를보시자말자낭패한얼굴로

"난또..머스만줄알았네"

이름만보고남자인줄알고,일이많은중심학교로발령을내어준것이다.

아버지께서는내이름이매우훌륭한분의이름이니

그분께누가되지않도록훌륭한삶을살라고만하셨다.

나는내이름이불리울때마다

이런해괴망칙한이름을가진것이부끄러웠다.

내가불혹의나이사십을훨씬지나고느지막히

한국철학을공부하느라고"매월당의성리학연구"란논문을써서

쓰잘데기없이알량한석사학위까지받고난후,

계속사서삼경을가르치는성균관의한림원에서

‘서경’을읽게되어을때야비로소

내이름이그책속의한편에등장하는

고대성왕중한분이란걸알게되었다.

은나라7대왕으로요순우탕시절의탕임금의4대손이셨던

태무왕은75년동안의재위기간중

<엄공인외하고,천명자탁하여,치민지구하사,불감황녕이셨다>

(엄숙하고공손하고경건하고두려워하였으며,하늘의명을스스로헤아렸고

백성을다스림에도공경하고조심조심하여감히

안일함과놀이에빠지지않으셨다–서경무일편–)

그렇게그분은백성을잘다스렸고선정을베풀어

나라를부유하고평화롭게만든분이셨다.

평화로운나라에서모든사람들이잘살게되는그날을기다리신

아버지의소박한소망이,

딸인나에게까지그런이름을짓게만들었다는걸깨닫고잠시숙연해졌었다.

그러나어릴때는내이름에대해서도나는진실로불만투성이었다.

아름이,한솔이,온누리…같은예쁜우리이름이있는가하면

그냥보통으로지혜,영란이,명희,미연이..하다못해순이…등등

하고많은이름들을다두고하필이면무겁고딱딱한,

부르기조차거세게나오는이름을나에게지어주신아버지를

원망도많이했었다.

나이들면서자기에게주어진이름에는,이름나름의어떤의미와함께

그이름이수행해야할의무같은것도있다는생각을갖게되었다.

모든사물에이름이있어서그이름대로자신의역할을수행하듯이…

꽃이면꽃,나무면나무,심지어동물이이나무생물인바위나,

땅에붙어있는마을이름,온정리에는더운물이나오고,

양수리는물이두갈래이고….

성인에게붙어있던나의이름…

그무거운이름값을치르기위해나는과연어떤일을수행하여

그분처럼나의주변에있는사람들을따뜻이감싸안을것인가?

자못경건하고부담스럽기까지하는이름이다

<이어지는글은’봉숭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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