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모자를쓰는게이렇게편한건지몰랐어요"
오드리가회색모자를쓰며말했다.
모자로머리를가리지않으면도대체정리가안되는머리를가진,
봉쥬르님의말을빌리자면반꼬시락쟁이다.나란인간이.
나서부터발바닥에바뀌를달았는지굴러다니느라
가만히앉아기다리는걸못하는나는
미장원에가서기다리는시간이그렇게아깝다.
여자라면그시간을참아내야하는게운명이겠거니생각하기도하련만
미장원에갔던기억은여고시절꼬시락쟁이머리를펴려고
미장원에갔던기억밖에는없다.
(참,작은아들장가갈땐신부화장에끼워페키지로해줘서
머리도화장도했었다)
여고시절교장선생님집무실바로옆이교실이었을때,
교장선생님께서는나를보기만하면
"너이리와,학생이고데를하고다니면쓰나?"
담임선생님께서는아시는나의곱술머리를,모르시는교장선생님께서는
반쯤굽실거리는내머리를볼때마다그렇게말씀하셨다.
할수없이미장원에가서곱술머리를펼수밖에없었다.
그러다교장실에서먼교실로가고부터는교장선생님눈에잘띄지않으니까
일부러머리를펴러미장원에가지않아도되었다.
어릴때도나의긴머리를엄마에게맡기는게싫어서
혼자이발소에가서머리를잘라버린경험이있는나는
내머리를남에게맡기는일도싫다.
그래서늘내머리를내가자른다.
곱술머리라뒤로묶어다니다가어느정도길면
가위로적당하게잘라버리면된다.
정교하게자르지않아도곱술거리며안으로굽히거나
밖으로들리며굽실거려별로표가나지않는다.
(이건순전히내말인지도모른다.내겐자세히안보이니까)
어제오드리가미장원에머리자르려가자고
조르는걸보면,분명보기싫은건뻔하다.
어느해그리스산토리니섬에서노을을보러이아마을로가는날.
어중간하게긴머리를모자로감추고다녔는데
더워서죽을지경이었다.
호텔에서가위를빌려머리를뒤로붙잡고확잘라버렸다.
그리고모자를쓰고아름다운노을을보고돌아왔는데
관찰력이뛰어난동반자한사람이
"하선생님,머리를자르셨군요."
알아보는거였다.
"아,네,그이아마을골목에미장원이하나있더군요."
"그래요?그런데말도모르시면서머리를잘라달라는말어떻게하셨어요?"
"만국공통어가있는데….손가락으로가위를만들어자르는시늉을하면되던데요."
사람들은내말을곧이듣고정말유명하다고입을모았다.
어떻게그리스미장원에서머리를자를수가있느냐고…
엄마는돌아가실때에도머리가그렇게세지않았는데
머리칼은엄마를닮는다더만그도저도아니고
어느새내머리는반백도더많이희게되었다.
"물을좀들이지…"
"예쁘게컷을하면안될까?"
남들이그러거나말거나나는모자를뒤집어쓰고
흰머리도모자속으로밀어넣고다닌다.
급할때머리를감지않아도감춰지고,
흰머리도감춰지고,지나치게짧은머리도,좀길어서정신없는머리도
모자속으로밀어넣으면그만이다.
이번시베리아여행때도러시아정교회성당에는남자는모자를벗어야하고
여자는반드시머리를감추어야하니모자가그렇게편리할수가없었다.
지리산관향정에서차를마시다오드리가
카메라를내게들이대다말고
"언니,모자써."그런다.
심한감기로실내에서열이나서모자를벗고앉았더니
모자를벗으면봐줄수가없게생겼나보다.
"언니는사진이참잘나와.그래도모자를써야해"
사진이잘나온다는말은실물은더못하다는뜻인줄도모르나보다그애는..
두번세번이나내게그말을했다….ㅎㅎㅎ
로마에서촌이가올때,집에있는모자를가져오래서날준다고한다.
중앙아시아갔을때도모자디자이너원선생이
내가모자좋아한다고모자를선물로몇개나주셨었다.
이제여기에이런글을올리면재고모자는다우리집으로배송되지않으려나?
내겐아무모자나다잘어울린다고한다.
내가아무렇게나짜투리실크천으로만든모자는
손녀딸예림이가예쁘다고뺏아갈정도이니…..
꼬시락쟁이에겐모자가제격이다.
그렇게미장원에서기다리는시간도벌고,
미장원가는돈도절약하여남극도북극도시베리아도갈수있었으니
여러분도모자하나로여행비를벌어보시기를…
정말이라니까요.